닐모리동동
“역사적 응어리가 제주인 ‘폐쇄성’의 원형질...지속적 소통 필요”

“제주인과 외지인들이 소통하기 위해선 함께 마음 터놓고 만나는 공간이 중요하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3일 제주시 용담해안도로 닐모리동동에서 이같이 말했다. 희망제작소 ‘박원순의 희망열차’ 제주지역 일정을 모두 마무리하는 자리였다.

제주지역 문화계 활동가들이 박원순을 둘러싸고 앉아 ‘외지인과 제주인의 소통 방식’에 대해 질문했다.

이들 대부분은 제주에 정착한지 길게는 10여년 짧게는 몇 달 밖에 안 된 ‘외지인’들이었다. 제주 토착인과 외지인들 사이에 생기는 오해와 어긋남이 있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 3일 제주시 용담해안도로 닐모리동동에서 '박원순의 희망열차' 제주지역 마지막 일정이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박 상임이사는 제주의 역사적 근원에 있는 ‘원형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 사람들에게 ‘육지부’는 늘 수탈하러 오는 사람들이었다. 이 때문에 생긴 ‘한’이 원형질로 남아있다. 제주4.3사건은 여전히 지금 세대가 기억하고 있는 것들이다. 심리학적 사회학적 분석, 다양한 문화적인 활동들로 이들의 한을 풀고 ‘외부’에 마음을 열어야 할 것이다. 하루아침에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상임이사는 제주4.3사건진상보고서작성기획단 단장으로 활동하며 제주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문제를 풀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제주인과 외지인들이 서로 만나는 온-오프라인 공간들이 많이 생겨나야 한다”면서 “공간이 생기면 절로 공론이 만들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

닐모리동동의 소통 공간으로서 가능성에 주목했다. 박 상임이사는 “단순한 식당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17~18세기 파리엔 철학 카페가 많았다. 최근 한국에서도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소셜 카페’, ‘인문학 카페’들이 생기고 있다”고 소개했다.

닐모리동동은 제주 이전기업인 온라인 게임회사 넥슨의 지주회사 엔엑스시(NXC.회장 김정주)가 만든 문화카페다. NXC는 여기서 생긴 수익금 모두를 제주지역 문화 다양성을 위해 쓸 예정이다.

▲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이야기는 ‘기업의 사회적 공헌’으로 옮아갔다.

박 상임이사는 닐모리 동동의 실험성을 주목했다.

그는 “한 기업이 지역으로 이전한 뒤 주민들에게 좋은 일을 하기 보단,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례들이 많았다”면서 “닐모리 동동은 넥슨이 만든 일종의 사회적 건물, 공간이다. 이 자체가 훌륭한 문화적 공간이면서 동시에 여기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제주를 사랑할 수 있게 하고 여기서 모인 수익들이 제주를 위해 일하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도움 되는 지속가능한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기업의 지역사회 공헌 활동이 세계적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지역사회와 함께 한다는 것은 오래된 전통이고 기업의 본질적 활동 중 하나”라면서 “기업의 사회공헌에 관한 국제 규범인 ‘ISO26000’을 따르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한 미국 기업은 사회공헌 담당 부사장이 따로 있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사회적 공헌 방법에 있어서도 단순히 돈을 쓴다기 보단 지역 사회의 요구와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상임이사는 "이 공간은 아직 미완성이지만 새로운 형태의 사회공헌에 대한 고민을 보는 것 자체가 반갑다. 기업의 지역사회 공헌에 좋은 모델이 되길 바란다"면서 "이 사례가 수도권 팽창주의 막고, 효율적이고 인간적인 방향으로 가는 데 힘이 될 것"이라고 힘을 실었다.

‘박원순의 희망열차’는 희망제작소 5주년 기념 희망나눔 프로젝트의 하나다. 전라도-경상도-충청도-강원도를 3개월간 내달려온 ‘박원순 희망열차’는 30일부터 3일까지 제주에서 5일간의 일정을 진행했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