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생각을 훔치다’...“시인만의 독특한 운율이 돋보여”
신경림 시인, “한국문학사 전반에 기여한 공로 높이 사”

제주의 김수열 시인이 ‘제4회 오장환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오장환문학상은 1930년대를 대표하는 우리나라 시인 오장환(1918~1951)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실천문학사와 보은문화원이 2008년 제정했다.

▲ '제4회 오장환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수열 시인. ⓒ제주의소리DB
김 시인에게 수상의 영광을 안겨준 작품은 2009년 출간한 시집 ‘생각을 훔치다’(삶이보이는창).

‘많이 써/되든 안 되든 많이 써/요즘 시인들 너무 안 써/쥐어짠다고 시가 되나/쓰다가 안 되면/그것도 시야’ - 시집 ‘생각을 훔치다’ 중 ‘시를 쓴다는 일’의 일부

심사위원 신경림 시인은 “그의 시는 세상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되, 세상을 새로 개편할 근본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며 “한국문학사 전반에 기여한 그의 시적 공로를 높이 샀다”고 평했다.

심사위원들은 “‘생각을 훔치다’에는 고립되고 난해한 언어의 현실적 추세를 거스를 수 있는 시인만의 독특한 운율이 창출되어 있다”며 “운율은 의미보다 더 상급으로, 온갖 국적 불명의 시들이 현학적인 비평의 찬사 속에서 한국시를 무디게 하고 있는 오늘, 수상작을 읽는 것은 우리에게 큰 기쁨으로 다가온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올해로 등단 30주년을 맞는 김 시인은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수상 소식을 듣고 먹먹한 상태에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게 된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처음 등단하면서 가졌던 그 마음을 지금도 나는 가지고 있을까, 많은 생각을 해봤다”면서 “이 상은 지금까지 걸어온 나의 문학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주었다”고 말했다.

이 시집은 2010년 한국도서관협회 주관 ‘소외지역 우수문학도서’에 선정된 바 있다.

심사위원은 심경림 시인과 이시영(시인, 단국대 교수), 박수연(문학평론가, 충남대 교수) 등이다.

상금은 1000만원이고 시상식은 다음달 23일 보은문화예술회관에서 오장환 문학제와 함께 열릴 예정이다.

김수열 시인은 1959년 제주에서 출생해 제주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82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한 김 시인은 시집 ‘어디에 선들 어떠랴’, ‘신호등 쓰러진 길 위에서’, ‘생각을 훔치다’와 산문집 ‘섯마파람 부는 날이면’ 등이 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이사, 제주 신엄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