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협약서 뭐길래] 국가정책조정회의 결정 10개조로 구체화
내용 같지만 제목-전문은 달라...이중 작성? 조작? 파장 클 듯

▲ 국토부.제주도(왼쪽)와 국방부가 각각 보관하고 있는 기본협약서. 제목이 확연히 다르다.
6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국회 예결특위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기항지)사업 조사 소위원회'에서 민주당 강창일 의원(제주시 갑)이 "이중 협약서"라며 문제를 제기한 기본협약서는 2009년 4월27일 당시 이상희 국방부장관과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 김태환 제주도지사 3자가 맺은 협약이다.

2008년 9월30일 제주도가 국방부에 요청한 협의조건 중 첫번째 조건이 협약 체결이었다.

같은달 11일 한승수 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결정된 내용이 나중에 기본협약으로 구체화됐다.

당시 국가정책조정회의는 △제주해군기지를 최대 15만톤 규모의 크루즈 선이 기항할 수 있는 민.군복합항으로 건설 △추진 과정에서 복합항 주변지역과 제주발전을 위한 지원대책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에서 적극 검토 △제주도가 건의한 지역발전 사업을 토대로 정부 차원의 효율적인 지원방안 강구 △복합항 추진방향과 지원사업의 조율을 위해 필요한 경우 국무총리실과 관계 부처, 제주도가 참여하는 지원협의체 운영 등을 결정했다.

기본협약은 이 내용을 모두 10개조로 세분화했다.

사업의 목적을 비롯해 △지역발전사업 지원 △지원협의체 구성.운영 △크루즈항 시설 △알뜨르비행장 부지의 사용 등 △보상 △지역건설업체 참여 △권리행사의 제한 배제 △편의시설의 사용.운영 및 주민 우선고용 등 △협약서 내용 변경 및 세부협약의 체결 등에 관해 일일이 규정했다.

협약서는 특히 제10조에 '협약 당사자간의 합의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느 일방이 임의로 변경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아 신의원칙과 합의 이행을 강조했다. 

협약서는 3부를 작성해 당사자가 날인하고 각 1부씩 보관하는 것으로 했다.

문제는 사업의 성격 자체를 근본적으로 가를 수 있는 협약서의 제목이 다르다는 점이다. 국방부가 보관하고 있는 협약서(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과 관련한 기본협약서)나  국토부.제주도의 협약서(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과 관련한 기본협약서)나 내용은 거의 동일하다.

둘 다 제1조(목적)에서 '제주해군기지를 최대 15만톤 규모의 크루즈 선박 2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건설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제목 말고도 전문(前文)의 내용도 다르다. 제목에서 처럼 국토부와 제주도의 그것이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과 지역발전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라고 표현했다면, 국방부 전문은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고 돼있다.

사업의 방점을 군항과 복합항 중 어디에 두고 있는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는 대목이다.    

강 의원 주장대로 협약 당사자들이 이중으로 협약서를 작성했다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상황의 유, 불리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서로의 양해 아래 미리 남겨둔 셈이된다. 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해 매매 계약서를 이중으로 작성하는 이치와 같다.

그게 아니라면 어느 한쪽이 나중에 문서를 고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말그대로 조작이다. 이 또한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경우다.

우근민 지사 역시 이날 "제주사회에 소용돌이 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예사롭지 않은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제는 협약의 당사자들이 솔직히 입을 열어야 하는 차례가 됐다.

협약의 강제성을 놓고는 논란이 분분하지만 국책사업인데다, 협약서에서 합의 정신을 강조한 만큼 일반적인 협약과는 차원을 달리한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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