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지난해 0-4 패배 설욕...차우찬 7이닝 무실점 쾌투

▲ 7이닝 무실점의 쾌투로 삼성의 우승을 이끈 왼손 에이스 차우찬. <뉴시스>
【뉴시스】9회초 2사 후 SK 8번 타자 정상호가 3루 땅볼로 물러나자 3루측 덕아웃에서 잔뜩 움츠리고 있던 선수들이 일제히 마운드로 뛰어 나왔다. 10월의 마지막 날 삼성 라이온즈가 한국 프로야구 챔피언에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삼성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5차전에서 강봉규의 결승 솔로포로 SK 와이번스를 1-0으로 제압했다.

페넌트레이스 1위를 차지한 삼성은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지난해 4전 전패의 수모를 안겨준 SK를 따돌리고 2011년 한국프로야구 정상에 올랐다. 통산 5번째이자 2006년 이후 5년 만이다.

삼성은 전·후기 통합우승으로 한국시리즈가 열리지 않은 1985년을 비롯해 2002년, 2005년, 2006년에 이어 5번째 정상에 올랐다.

선동열 감독에게 지휘봉을 건네받은 류중일 감독은 데뷔 첫 해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삼성 출신 선수가 지도자로 또 다시 우승을 차지한 것은 류 감독이 처음이다.

삼성 선발 차우찬은 7이닝 5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1차전에 이어 이번 시리즈에서만 2승째다. 구원왕 오승환은 8회 2사 1,2루에서 나와 마지막을 책임졌고 강봉규는 결승 솔로포로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2년 연속 우승을 노리던 SK는 끝내 삼성의 벽을 넘지 못했다. 준플레이오프(4경기)와 플레이오프(5경기)를 치르면서 쌓인 피로가 끝내 발목을 잡았다. 고든(4이닝 1실점)-엄정욱(4이닝 무실점)이 삼성 타선을 1점으로 봉쇄했지만 기대했던 타선이 터지지 않았다.

삼성은 차우찬을 앞세워 기선제압에 나섰다. 물러설 곳이 없던 SK는 외국인 투수 고든으로 맞섰다.

기회는 SK쪽에 먼저 찾아왔다. 1회말 2사 1,3루 위기를 넘긴 SK는 2회 1사 후 안치용의 볼넷과 최동수의 2루타로 2,3루를 만들었다. 여기에 김강민이 스트레이트 볼넷을 골라내며 1사 만루가 됐다.

하지만 정상호가 삼진으로 흐름을 끊더니 '백전노장' 박진만마저 차우찬의 슬라이더에 꼼짝없이 당하며 그대로 이닝을 마쳤다.

위기를 넘긴 삼성은 예상치 못한 한 방으로 리드를 잡았다. 주인공은 강봉규.

강봉규는 4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고든의 몸쪽 직구를 잡아 당겨 좌측 담장을 살짝 넘기는 솔로 아치를 그려냈다. 강봉규는 최형우를 지명타자에 넣고 자신에게 타격 기회를 준 류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삼성은 차우찬의 호투 속에 리드를 이어갔다. 차우찬은 구석구석을 찌르는 직구와 낙차 큰 슬라이더를 앞세워 SK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야수들은 호수비로 차우찬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4회에는 김상수가 다이빙 캐치로 분위기를 끌어 올렸고 7회 1사 1루에서는 박석민에서 시작된 더블 플레이가 깔끔하게 연결되면서 SK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답답한 경기를 이어가던 SK에도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8회 선두타자 정근우가 안지만에게 유격수 앞 내야 안타를 쳐 출루에 성공한 것. SK는 박재상의 보내기 번트로 주자를 2루에 데려다놨다. 경기 막판 1점을 지고 있는 SK 입장에서는 당연한 수순.

최정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삼성은 박정권을 고의4구로 내보내며 안치용과의 승부를 택했다. 동시에 마무리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렸다.

3루쪽 스탠드를 파랗게 물들인 삼성팬들의 성원 속에 등판한 오승환은 안치용을 초구에 유격수 뜬공으로 잡고 급한 불을 껐다. 안치용이 초구부터 과감하게 방망을 덜려봤지만 구위가 워낙 좋았다.

결국 삼성은 9회를 무사히 넘기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SK에는 오승환을 넘어설 힘이 없었다. <제주의소리>

<허지훈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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