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제주, 2년연속 6강 꿈은 '와르르'..."특징있는 팀으로 리빌딩"

▲ 지난 30일 수원과 리그 최종전 이후 관중석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는 제주 박경훈 감독. <출처=구단 홈페이지>
2년연속 6강 진출의 꿈은 좌절됐지만, '백발신사' 박경훈(50) 제주 감독은 여전히 희망을 잃지 않았다.

제주는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에서 승점 40점(10승10무10패)으로 9위에 머무르며 6강 진출에 실패했다. 2009년 수원에 이어 2번째로 챔피언결정전 진출팀이 이듬해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지 못하는 불명예도 함께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키플레이어'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이 전열에 이탈한 제주는 최원권과 신영록, 강수일 등 알짜배기 선수들을 대거 수혈하며 스쿼드의 질을 높였다. 이는 K-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두마리 토끼' 몰이를 위한 포석이었다.

지난해 K-리그 감독상에 빛나는 박경훈 감독의 지도력도 건재해 여전히 기대가 높았다. 시즌 초반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워 선두권을 유지하던 제주는 '영록바' 신영록이 경기 도중 심장마비로 쓰러졌고, 간판 미드필더인 박현범이 양준아와 1-1 맞트레이드로 친정팀 수원에 둥지를 틀었다.

설상가상으로 간판 센터백 홍정호가 승부조작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등 팀 분위기가 급격히 흔들렸다. 그 사이 수원과 울산 등은 무서운 상승세로 호시탐탐 6강 경쟁에 뛰어들었고, 제주는 지난 8월 13일 대전전 이후 8경기 연속 무승(4무4패)이라는 깊은 부진에 허덕이면서 6강 경쟁에서 멀어졌다.

결국, 리그 최종전에서도 수원에 0-2로 패하며 당초 목표였던 6강 진출의 꿈이 산산조각 나버렸다. 어느 때 보다 힘겨운 시즌을 보냈던 박경훈 감독은 2011년을 지도자로서 많은 것을 배운 한 해였다고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시즌이 운이 따라준 한 해였다면 올 시즌은 시련을 겪은 한 해"라고 강조한 박 감독은 "시련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6강 플레이오프에 들어가지는 못했어도 지도자로서는 많은 것을 배운 한 해였다"며 "신영록이 다시 살아났고, 홍정호가 다시 뛸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내년을 기약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박 감독은 "7~8월에 승점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그때 변화를 줬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리고 박현범의 빈 자리가 의외로 컸다"며 "구자철이 올해 초 독일로 떠났을 때도 이렇게 타격이 크지 않았다. 시즌 중반 주축 선수가 떠나고 대체 자원을 구하지 못하니 어려움을 겪었다. 신영록, 홍정호, 자일 등 안 좋은 일이 연이어 터졌다"고 덧붙였다.

배기종과 김영신, 김호준 등 주력 선수들이 군입대로 전열에 이탈하는 제주지만, 내년 시즌 특징있는 팀으로 리빌딩할 것을 약속했다.

"내년 시즌까지 특징있는 팀으로 리빌딩하겠다"고 선언한 박 감독은 "제주는 몇몇 선수가 이탈해도 큰 틀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팀이다. (양)준아를 (박)현범이처럼 키우고 싶다. 준아는 현범이가 가지지 않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선수"라며 "외부 영입과 기존 신예들이 좀 더 경험과 세기를 보완한다면 좋은 팀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잃지 않았다.

올 시즌 실점률이 급격히 증가한 모습을 보여준 가운데 이번 동계훈련을 통해 실점을 줄이겠다고 다짐했다.

박 감독은 "제주의 강점은 공.수 밸런스였는데 올해 실점이 너무 많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점을 줄이는 일"이라며 "올해 세트피스 실점이 많았는데 이런 실수를 줄이고 정신적으로 빨리 탈피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된다. 내년에는 우리가 흘린 땀이 보답 받을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2013년 K리그 승강제 도입을 앞두고 팬들에 많은 응원을 당부했다. 박 감독은 "팬들도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으리라 생각한다. 내년 리그 결과에 따라 승강 여부가 가려지기 때문에 반드시 강팀의 면모를 보여주겠다. 경기장에 많이 찾아오셔서 응원과 박수를 보내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제주의소리>

<허지훈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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