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자치도 무엇인 문제인가(1)]
국무조정실,道 기본계획 2개월전에 개방계획 수립
道 "도민이 결정할 것" vs 정부"시장개방은 불변"

제주도가 지난달 30일 제주특별자치도 기본계획을 공개한 이후 제주사회가 '특별자치'란 커다란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고도의 자치권이 부여된다는 자치특례와 함께 국제자유도시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새로운 전략산업이라고 일컬어지는 소위 '4+1' 전략 중 교육과 의료시장 개방과 규제완화차원에서 진행되는 노동시장 개방이 거센 역풍에 직면해 있다.     이 와중에 정작 중요한 '자치특례' 중 행정분야를 제외한 교육자치와 자치경찰, 그리고 주민자치는 소리 소문 없이 넘어가고 있다.     교육계는 교육의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내세워 시늉뿐인 자치를 주장하고 있으며, 경찰은 아예 자치의 '자'자도 꺼내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주민참여 확대를 내건 주민 자치는 행정편의주의로 흐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제주의 소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바람직한 대안은 없는지를 집중 진단한다. [편집자]

   
김태환 지사는 교육, 의료, 노동시장 개방에 대한 관련 당사자들의 반발이 예상외로 거세게 일자 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금 당장 개방을 하자는 것은 아니며 일단은 권한만 먼저 가져오자는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김 지사는 "우리가 특별자치도를 하면서 외교와 국방 이외의 것은 다 갖고 온다니까 일시에 막 개방돼 버리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아니다"라면서 "일단은 모든 규제를 푸는 권한을 우리가 도의 조례로 위임 받은 후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 등 어떻게 할 것인지는 또 다시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구체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과 의료, 노동시장 개방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은 가져오되 개방의 시기와 폭은 도민사회가 조절할 수 있다며 소위 '속도조절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 지사 "권한만 먼저 가져오자"…교육·의료계 "시장개방 절대 반대"

그러나 김 지사가 기자간담회를 하던 그 시간 전국교육위원회 의장협의회는 제주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방교육자치 실현의 책무가 주어진 교육위원회를 정치세력으로 둘러쌓인 도의회로 통합하려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의장협의회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에는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지만 교육부문을 완전 개방하는 안은 지역 교육계나 주민 등 교육 수요자의 의견 수렴 과정이 누락된 일방적인 정부안에 지나지 않는다"며 역시 반대입장을 밝혔다. 의장협의회의 이날 기자회견은 제주도교육청과 제주도교육위원회는 물론, 전교조를 비롯한 도내 교육단체들의 의견과 일치하고 있다.

또 도의회 도민의 방에서는 도내 의료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가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의료시장 개방은 도내 의료체계를 붕괴시키게 된다"며 의료시장 개방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전체 의료서비스 중 공공의료가 차지하는 범위가 10%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국내외 영리법인의 병의원 진출을 허용하고, 내국인 진료와 보험수가 자율화, 사보험 등을 허용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공공의료는 물론, 도내 중소형 병의원은 완전히 무너지게 돼 결국 도내 의료체계의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강력 반발했다.

제주도는 속도조절론은 제시하며 일단 권한만 가져오자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교육과 의료, 그리고 노동시장의 저항은 완강하다. 이들이 얼핏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제주도의 '속도 조절론'을 거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개방은 참여정부 작품…반대론자 "속도 조절론은 단순한 발상"

도내 교육계와 의료계, 노동계가 제주도의 '속도 조절론'을 완강히 거부하는데는 특별자치도 기본계획 중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경제특례'가 사실은 제주도의 구상이 아닌 참여정부의 '작품'이라는 데 있다.

참여정부와 제주도는 국제자유도시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교육과 의료, 노동시장 개방은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으나 반대론자들은 WTO 협상과 관련해 시장개방에 직면한 참여정부가 먼저 '국제자유도시'라는 명분으로 제주도를 먼저 시범적으로 시장을 개방해 그 장단점을 파악한 후 전국적인 개방의 시기와 폭 등을 조절하자는 속내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권한만 가져온 후 개방의 시기와 폭은 도민의 결정하면 된다"는 제주도의 생각은 '단순한 발상'으로 그 열쇠는 제주도 또는 도 조례, 더 나아가서는 도민의 뜻이 아니라 참여정부에 있다는 것이다.

교육계와 의료계, 노동계의 이 같은 주장은 실제로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자치특례에서 출발한 제주특별자치도 추진계획에 지난해 12월부터 홍콩과 싱가포르를 능가하는 경제특례가 추가되고 지난 5월 20일 정부가 확정 발표한 제주특별자치도 기본구상(안)에서는  '3+1' 핵심산업 육성이라는 전략 하에 교육과 의료시장 개방의 첫 구상을 드러냈다.

특별자치도는 시장개방에 대비해 참여정부의 시험적 프로젝트

그리고 정확히 100일 후 제주도가 도민사회의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전문가의 자문을 거쳤다는 특별자치도 기본계획안을 공개했다.

제주도는 기본계획안이 국제자유도시로 나가려는 제주도(민)의 의지이자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전략적 프로젝트라면서 기본계획안이 제주도에 의해 마련됐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기본계획안이 제주도의 구상임을 인정하는 측은 그리 많지 않다. 제주도 역시 이에 대해 '제주도 구상'이라고 굳이 강변하지 않고 있다.

제주도가 마련한 특별자치도 기본계획안이 100%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참여정부의 프로젝트란 점은 정부의 문건에 의해서도 드러나고 있다.

제주의 소리가 입수한 '제주특별자치도 추진체계 구성(안)은 제주특별자치도 추진배경이 어디에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제주도가 기본계획안을 공개하기 2개월 전인 지난 6월 국무조정실이 작성한 이 문건은 3파트로 나누져 있으며 이중 3번째 항목인 '제주특별자치도 추진 관련'은 부분적으로 변경됐으나 검토배경과 기본방향,그리고 전략과제는 제주도의 기본계획안으로 그대로 드러났다.

이 문건은 특별자치도 검토배경에 대해 '제주도를 싱가포르, 홍콩처럼 경쟁력 있는 국제자유도시로 발전시킨다는 목표 하에 제주도에 '특별자치도'라고 하는 새로운 지방행정 체제를 도입함으로써 제주 발전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한 권한과 자율성을 부여하여 지역특성에 부합하는 분권모델을 실현'하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지금까지 제주도민사회가 알고 있던 내용과는 미묘하지만 명확히 다른 부분이 있다.

   
행정구조개편 주민투표 와중에 정부는 이미 개방계획 마련

제주도에 자치특례를 먼저 주고, 이어 경제특례를 추가해 명실상부한 국제자유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 아니라 교육, 의료, 노동시장이 전면개방되는 국제자유도시의 추진을 위해 그에 필요한 자치권을 제주도에 준다는 게 바로 특별자치도 검토 배경이라는 점이다.

이 문건은 특별자치도 전략과제로 교육분야로 ▲외국교육기관(유·초·중·고) 설립허용 특례 ▲영리법인 교육기관 설립허용 특례 ▲학교 및 교육과정 운영에 관한 특례 ▲교육재정에 관한 특례 등을 명시하고 있다.

또 의료분야로 ▲외국병원 설립허용 특례 ▲영리법인 의료기관 설립허용 특례 ▲외국인의사 면허 인정 특례 ▲사의료보험 도입 특례를 밝히고 있으며 노동·환경분야에서는 ▲의무고용(국가유공자, 장애인, 고령자) 특례 ▲근로기준법 특례 ▲파견근로자 특례 ▲자연환경보전·관리 특례 ▲보전자원 지정 특례를 제시하고 있다.

또 관공분야에서는 ▲여행객 관세면제·환급 특례 ▲관광휴양업·수상레저업 관련 특례 ▲골프장 조세·부가금 감면 특례 ▲문화관광지구 지정에 관한특례를 담고 있으며, 외국인 생활·경영환경분야로 ▲외국인 출입국제도 특례 ▲세제 및 자금지원 특례 ▲기반시설에 대한 우선지원 특례 ▲체류지역 확대 허가 특례 등을 제안하고 있다.

제주도가 행정구조개편 주민투표 문제로 특별자치도에 대해서는 사실상 거의 신경을 쓰지 못하던 지난 6월 참여정부(국무조정실)는 특별자치도 기본계획안의 밑그림을 이미 마련해 놓고 있었다. 그리고 2개월 후 이 문건은 제주도에 의해 '특별자치도 기본계획안'으로 포장돼 도민들에게 공개된 것이다.

윤성식 위원장 "'3+1' 전략은 지켜야 한다" 시장개방 불변 강조

여기에다 특별자치도 기본구상안을 마련한 윤성식 청와대 지방혁신분권위원장은 지난 8월 22일 특별자치도 토론회에서 "특별자치도 기본구상안에서 제시된 관광과 의료, 교육을 먼저 발전시키고 이를 토대로 IT BT ET로 나간다는 ‘3+1’전략은 일단 지켜져야 한다”며 "제주도민들에게 주어진 자율은 ‘3+1’에 담을 콘텐츠 즉, 예를 들면 어떤 학교를 설립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고 운영방안에 대해서도 도민들이 판단하도록 하자는 것이지, 도민들이 ‘교육은 전혀 관심이 없다’는 이런 것까지 자율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다”고 말했다.

이는 교육·의료시장 개방’은 움직일 수 없는 원칙임을 강조한 것으로 이 점에서 제주도의 자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참여정부가 제주도에 대해 교육과 의료, 노동시장의 문을 열 수 있는 권한을 준 후 시범적으로 시장을 개방할 것을 강력히 요구할 경우 제주도가 그 때 가서도 "도민이 결정할 문제"라며 이를 거부할 수 있느냐는 현실적인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교육계와 의료계, 노동계는 특별자치도가 결국 우리나라 전체 시장개방을 위한 시범실시 성격이 강한 만큼 시장개방은 제주도나 도민의 의지가 아닌 정부의 뜻에 따라 개방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제주도와 대치점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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