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농심-개발공사 주장 팽팽 "시장 입지 흔들려선 안돼"

㈜농심이 19일 제주도개발공사(공사)의 삼다수 판매협약 해지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공식 선언함으로써 양쪽 관계가 법적 다툼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치닫고있다.
  
이날 농심이 '삼다수 판매협약 해지 통보에 따른 농심의 입장'이란 보도자료에 법률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한 것은 법적 대응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법률 전문가의 발언이라고 소개된 내용은 "사적 영역에 속하는 계약을 조례가 개입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거나 "개정 조례로 이미 체결된 계약을 무효화시키는 것은 소급입법으로서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농심 홍보팀 관계자도 <제주의 소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시점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법적인 문제를 포함해서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법적 대응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자료를 들여다보면 농심이 그동안 공사에 얼마나 서운해 했는지 알 수 있다. 불신의 골이 깊다는 점도 엿볼 수 있다.

농심이 가장 먼저 문제삼은 사안은 양쪽이 2007년 12월15일 맺은 판매협약 제3조(협약기간). 삼다수 구매계약물량이 이행될 경우 계약이 매년 연장된다는 조항이다. 공사는 이를 농심의 독점 판매권을 영구히 보장하는 불공정 조항으로 지목해 급기야 농심과 결별을 선언하기에 이르렀지만 농심은 정반대 주장을 폈다.

한마디로 영구적인 계약이 아니라 '조건부 갱신' 계약이라는 얘기다. 계약물량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엔 농심이 원하더라도 계약은 종료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판매사(농심)에게 상당히 부담이 되는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더구나 농심은 이 조항이 2007년 협의 당시 공사쪽의 요구로 협약서에 반영했는데 지금 와서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상식에도 반하는 행동이라고 항변했다. 

농심은 그동안 자신들이 삼다수 영업을 통해 폭리를 취했다는 주장도 일축했다. 

삼다수가 첫 출시된 1998년 이후 2010년까지 판매량이 6.7배 성장하는 동안 공사와 농심의 매출액은 각각 13배, 12배로 비슷하게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공사가 농심보다 2배 이상 많다는 게 농심의 입장이다.

광고, 판매영업 관리, 브랜드 인지도 강화 등에 따른 마케팅 비용 때문이라는 것이다. 농심은 그러나 정확한 영업이익은 공개하지 않았다. 공사가 "농심이 영업자료 제출을 거부한다"며 눈을 흘기는 대목이다. 

농심은 오히려 장학재단인 (재)제주삼다수.농심재단, 제주 연고 탁구단 운영, 제주산 농축산물 구매 등으로 지역사회 공헌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장학재단을 통해 2004년부터 10년간 매년 5억원씩 총 50억원을 출연하고 있고, 학생 236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했으며, 2010년에만 농심 및 그룹사를 통해 제주산 농수축산물을 100억원어치 구입했다고 소개했다.

농심이 가장 억울해하는 부분은 국내 72번째로 먹는샘물 생산 허가를 받은, 인지도가 전혀 없는 제품을 시장점유율 1위, 판매량 1위, 소매점 취급률 1위 브랜드로 육성한 공로를 전혀 감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14년동안 단 한차례도 협약을 위반하지 않았는데도 공사가 계약위반 사유를 찾지 못하자 이제는 조례 개정을 명분으로 협약 종료를 선언했다고 쓴소리했다.

농심 관계자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억울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공사쪽은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입장 천명에 대해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았다.

맨처음 판매협약 개정을 요구한 이후 농심이 8개월동안 누누이 되풀이해온 입장에 지나지 않는다며 공사 일정대로 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공사 관계자는 "법률적인 자문을 구하면서 동시에 내년 3월 계약 해지에 대비해 새 사업자 선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농심이 곧바로 소송을 제기하기 보다는 대한상사중재원을 먼저 거치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대한상사중재원 중재는 양쪽이 2007년 협약 당시 합의한 내용이다. 

협약서 제13조 5항은 '(양쪽이)협약 및 그 부수협정의 해석에 이견이 있는 경우 상 관습에 따라 상호 합의해 해결하되, 이 협약으로 발생하는 모든 분쟁은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로 해결한다'고 돼 있다.

아직은 거래 단절 이전이고, 협약 해석을 놓고 이견이 빚어진 단계라 상사중재원을 거치는게 순서라는 예상이다. 다만 농심이 위헌 소지를 거론한 점을 들어 곧바로 헌법재판소로 무대를 옮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농심은 보도자료 말미에 '조례 변경을 명분으로 강제로 계약을 종료시키려는 공사의 결정'에 대해 "40여년간 쌓아온 농심의 기업 이미지와 명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장"이라고 발끈했다. 그만큼 농심이 외부의 시선을 크게 의식한다는 얘기인데, 농심이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기업 이미지 훼손은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양쪽의 다툼이 10여년동안 탄탄히 다져진 삼다수의 입지가 위협받는 상황이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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