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관광객 100만시대] ② 저가상품-무성의 '내부단속'도 절실 

제주관광이 또 하나의 금자탑을 세웠다. 외국인관광객 목표 100만명을 조기 달성했다. 메가투어리즘 시대를 앞당기는 청신호로 볼 수 있다. 전례없는 기록, ‘외국인관광객 100만 시대’ 의 의미와 과제 등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지난 11월 12일 새벽, 제주가 세계7대자연경관에 선정됐다. 제주의 청정 자연은 세계 유일무이한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광으로 진작 인증을 받은 터였다. 여기에 7대 자연경관 선정은 그야말로 제주가 ‘세계의 보물섬’ 임을 인증하는 화룡점정이었다.

제주관광공사는 최근 5년간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국적이 훨씬 다양해지고 관광객 유행도 단체 관광객에서 개별 관광객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외형적으로 제주 관광시장은 커졌으나 실상 안을 들여다보면 상품의 변화가 없고 타 지역과 차별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광객의 국적이 다양해 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일본과 중국인 관광객이 7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이웃나라 편중이 심하다.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에 세계 7대 자연경관 타이틀까지 거머쥔 제주. 바야흐로 ‘메가투어리즘 시대’ 개막을 향한 보다 더 차별화된 전략 수립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 제주여행은 비지떡? = 해외 기업 인센티브 여행단이 목적지로 제주를 선택하는 데는 뭐니 뭐니 해도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한몫을 한다. 이 때문에 눈은 분명 호강을 한다.

하지만 제주관광 일정은 자연 풍광 관람으로만 구성되지 않는다. 다양한 체험, 쇼핑 등이 어울러져 하나의 관광상품이 나온다.

문제는 ‘싸구려 패키지 관광’이다. 제주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한 중국인 관광객은 가이드로부터 쇼핑 강요와 형편없는 식사로 실망을 했다고 토로했다.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 관광객도 저렴한 패키지 상품에 대한 불만이 많다. 체험 관광을 위한 추가 비용은 그렇다 치더라도, 마음에 없는 쇼핑으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허투루 한 말이 아닌 것이다.

정수연 제주대 교수(경제학과)는 “여행업체의 난립과 과당 경쟁이 품질이 낮은 저가 여행상품을 범람케 한다”며 “이는 곧 소비자의 불만으로 이어져 제주관광의 이미지를 악화시킬 뿐 아니라 높은 품질 경쟁력을 가진 업체들의 시장 이탈을 불러와 제주 관광 산업의 총체적인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제주관광의 하향평준화를 우려하는 지적인 셈이다.

▲ 2008년 이후 도내 여행사는 급증하고 있다. 외국인 유치를 전문으로 하는 인바운드 여행사 역시 증가추세에 있다. ⓒ제주의소리

실제 제주지역 여행사는 증가 추세에 있다. 일부는 1인 기업 형태를 띠기도 한다.

이 같은 여행업체의 증가 추세는 제주관광산업 내 다른 업종에 비해서도 상당히 가파르다. 전국과 비교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 좋은 것도 한두번 = 제주관광 상품은 최근 몇 년간 큰 변화가 없었다. 여행업계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제주를 한번이라도 찾았던 관광객이라면 같은 코스, 같은 관광지를 비싼 경비를 지불하며 돌아볼 이유가 없어지는 셈이다. 이처럼 더 이상 볼 게 없다고 느끼는 순간, 재방문 비율은 뚝 떨어진다. 변화가 없는 시장은 관광객의 재방문을 막는다. 관광지로서의 매력도 그만큼 떨어진다. 두 번, 세 번을 방문해도 항상 새로운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가 넘친다면 여행경비가 다소 비싸더라도 제주는 늘 다시 가고 싶은 동경의 대상이 된다.
 
# 맥을 짚는 것이 관건 = 유네스코 3관왕과 세계7대자연경관으로 인정받은 천혜의 환경, 무사증 지역, 사면의 바다, 짧은 이동거리 등등. 제주는 여행하기에 좋은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이를 적절히 활용하기만 해도 제주는 국제관광시장의 중심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맥을 제대로 짚고, 적절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관광객 1000만명이 넘는 메가투어리즘 시대를 이끌기 위해서는 우선 외국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민선 5기 제주도정은 임기 중에 해외 관광객 200만 유치를 공약했다.

제주관광공사는 해외시장을 다변화하는 게 ‘상책’이라고 판단, 최근 해외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올 들어서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을 타깃으로 삼아, 신규 시장 개척에 주력했다. 현지 여행사와 7대경관, 유네스코 3관왕을 연결한 상품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 제주관광공사는 중국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웨딩 상품에 대해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최근에는 해외에서 결혼하는 것을 큰 자랑거리로 삼는 중국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웨딩상품을 개발해 중국 신혼부부 유치에 팔을 걷어붙였다. 여기에 ‘인증제도’까지 접목해 관광 상품의 질 향상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다양한 문화를 가진 외국인들이 제주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눈길을 끈다. 무슬림을 위한 할랄 음식점 지정과 기도처 설치 등이 대표적이다.

제주가 비자 없이 입·출입이 가능한 ‘무사증 지역’이라는 점도 제주관광이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다.

제주를 에워싸고 있는 바다를 활용한 크루즈관광은 대륙생활만 해본 이들에게 큰 매력을 선사할 수 있다.

# 제주를 찾는 관광객은 전부 VVIP! 환대문화 개선 시급 = 무엇보다 도민 모두가 제주를 찾는 관광객 모두를 귀빈처럼 환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도 제주가 ‘대한민국 No.1 관광지’가 될 수 있도록, 관광인프라 확대 구축에 아낌없는 지원과 협조가 뒤따라야 한다.

정부는 이미 세계7대 자연경관에 도전한 제주에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 일’이라며 적극 지원한 바 있다. 이미 적극적 지원의지를 밝힌 중앙정부를 상대로 제주관광 진흥을 위한 지원을 이끌어내는 것은 제주의 몫이다.<제주의소리>

<오연주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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