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타계 소식에 제주 정치적동지들 한없는 안타까움

▲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64세로 별세한 가운데,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유가족들이 영정사진을 모시고 빈소로 향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유성호기자

 

▲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빈소에서 부인 인재근씨가 분향하며 영정사진 앞에 성경책을 올려놓고 있다. ⓒ오마이뉴스 유성호 기자

30일 오전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대표 김근태 통합민주당 상임고문 타계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와 함께 했던 제주지역 인사들도 침통함과 함께 한 없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제주지역 인사들은 김근태 상임고문 타계소식에 대해 “한반도의 큰 별이 떨어졌다” “그 분은 진정한 우리 민족의 사제이셨다”며 존경과 위로를 말을 이었다. 

김근태 상임고문과 오랜 인연을 맺어왔던 오만식 전 제주도의원은 30일 <제주의소리>와 통화에서 “그 분은 정치가라기보다는 민주화 운동가로서 한국의 간디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간디다. 함께 민주화운동 했다는 게 큰 행복”

86년 고인이 민청련 의장으로 민주화운동의 최전선에서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정면으로 싸울 당시부터 만나왔던 오 전 의원은 “김근태 의장은 제주가 4.3 문제로 동북아에서 아직도 이데올로기 갈등이 남아 있는 지역이라며 항상 안타까움과 각별한 관심을 가지셨다”며 “그 분과 함께 민주화운동과 정치를 할 수 있었다는 게 너무나 큰 행복이었고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오 전 의원은 “고인은 너무 순수하고 순결한 인품 때문에 정치적으로 본인의 큰 정치적 자산은 만들지 못했지만, 제주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민주화세력을 정치로 유입시키는 큰 역할을 했다”면서 “김근태는 민주화운동의 상징이자 저항운동의 상징이었다”며 고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민주화세력의 정치 결사체였던 통일시대민주주의국민회의(국민정치연구회) 제주지부 초대 대표와 한반도재단 제주 대표를 맡아 고인과 정치적 길을 함께 했던 민주당 윤춘광 제주도의원은 “정치인 중 가장 존경하는 분이다. 너무 학자풍이어서 이 각박한 정치판에는 안 어울리는 분이었지만, 불의와는 결코 타협하지 않고, 자신이 만들고자 했던 세상이 아니라면 ‘아니’라고 하는 분”이라고 회상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탄생시키는 주역이 되고도, 아니라면 대통령을 향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던 유일한 분”이라며 말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에게도 할 말은 했던 타협하지 않는 정치인”

윤 의원은 “고인은 특히 제주 4.3에 많은 애정을 쓰셨고, 마음이 너무 여려 제주 동지들이 힘들어 하는 것조차 고통스러워 하셨다. 내가 도의원에 당선됐다고 하니 너무 기뻐서 눈물을 흘리셨는데...”라며 말을 잇질 못했다.

김근태 상임고문 영향을 받아 정치에 입문하게 된 민주당 오영훈 전 제주도의원도 “저에게 김 의장님은 절대적인 분이셨다. 정치의 길을 열어주셨고, 생각이나 모든 면에서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면서 “예전 민주화 세력들이 제주도의회를 비롯해 정치에 진출한 대부분이 김 의장님이 닦아 놓은 길을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전 의원은 “저는 물론 김근태와 함께 했던 동지들이 전국 각지에 있고, 또 정치를 함께 했던 많은 분들이 김근태 정신을 실현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나가는 게 남아 있는 자들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민주화세력 정치 입문에 절대적 영향...우리시대 양심의 표상”

고인이 전민련 정책위원장 시절 제민협(제주민족민주운동협의회)을 이끌며 함께 재야운동을 했던 오옥만 진보통합당 제주도당 공동위원장은 “지난 8월 광화문에서 한진중공업 사태 항의 1인 피켓 시위를 할 때 찾아와서 만난 게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며 슬퍼했다. 

오옥만 공동위원장은 “김근태 선배는 우리 민족의 사제이자,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이라면서 “정치가이긴 했지만, 그보다는 운동가로 이 시대를 처절하게 살았던 양심의 표상이었다. 우리 세대에는 그렇게 각인된 사람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MB 정부를 끝내고 정권교체를 보고 돌아가셨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평생 갚아야 할 빚 아직 다 갚지도 못했는데...너무나 황망하다"

김근태 상임고문의 경기고 서울 상대(경제학과) 1년 선배인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은 “그는 우리나라 민주화 역사에 가장 굵은 글자로 새겨진 사람”이라며 “겉으로 보면 아주 나약하고, 얼굴이 창백한 지식인처럼 보였지만, 누구보다 끈기있고 강인한, 현실과 결코 타협하지 않는 그런 분이였다”고 회고했다.

김 전 행장은 “고인 주변에는 형편이 나은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본인들은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 민주화운동을 김근태가 평생 해 왔기 때문에 항상 그에게 빚진 심정으로 살아 왔는데 그 빚을 다 갚기도 전에 이렇게 돌아가시다니 너무나 황망하다”고 깊은 슬픔을 보였다.

현재 서울에 머물고 있는 김 전 행장은 “보름 전에 들렸을 때 폐렴증상이 있긴 했지만, 손도 잡아주셔서 일어날 줄 알았은데....어제도 병원에 갔다가 저녁 9시에 집으로 돌아왔는데 비보를 접하게 돼 슬픔을 가눌 길이 없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이재홍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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