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립 제주시장 필두 도의원 다수 배출...제주정치 주류

▲ 2007년 결성된 제주한반도포럼에 참석했던 고 김근태 통합민주당 상임고문과 부인 인재근 여사, 김병립 전 제주시장(당시 도의원)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30일 타계한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을 아는 제주지인들은 한결같이 “고인은 민주화운동가이지 정치를 할 분은 아니셨다”고 말했다. 민주화운동의 큰 족적에 비해 정치권에선 뚜렷한 각인을 남기진 못했지만, 민주화세력을 정치에 유입시키는데는 상당한 역할을 했다. 특히 제주정치권 그가 남긴 흔적은 크다 

김근태 고문이 중심이 돼 1994년 결성한 통일시대민주주의국민회의(국민정치연구회)는 사회개혁을 위한 아래로부터의 국민운동과 정치개혁운동을 동시에 추진해 나가는 느슨한 연대 정치운동 조직이었다.

제주지부도 결성됐다. 초대 제주지부 대표는 윤춘광 현 민주당 제주도의원이 맡았고, 오만식 전 도의원과 오영훈 전 도의원이 차례로 사무처장을 맡아 이 이 조직을 이끌었다.

이 조직은 김대중 대통령이 대선에 앞서 만든 새정치국민회의와 통합하면서 사실상 해소됐고, 조직의 골간은 이후 김근태 상임고문 대선조직인 한반도재단으로 변모했다.

새정치국민회의와 통합하면서 그 이전까지 이른바 재야인사, 학생 운동권으로 불리던 인사들이 1996년 대거 정치권으로 들어갔고 제주에선 오만식 전 도의원이 1998년 제주도의원 선거에 당선되면서 김근태 사단의 제주정치인맥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이후 오영훈 전 도의원 윤춘광 김용범 안창남 도의원 등 김근태사단이 지방정가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김 고문이 타계하기 하루 전인 29일 퇴임한 김병립 전 제주시장도 김근태 고문 인맥이다. 2007년 김근태 고문의 대선을 향한 정치적결사체인 한반도재단의 제주한반도포럼 대표를 맡으며 김근태 정신을 구현하는데 앞장서 왔다. 지난 3월 김병립 시장 장남 결혼에 김근태 고문이 주례를 맡은 것은 두 인사의 끈끈한 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근태 사단은 아니지만 오옥만 통합진보당 제주도당 공동위원장이 정치에 들어서게 된 것도 “김근태 고문을 만나면서 정치를 해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말한다.

김근태 고문 중심의 한반도재단은 김 고문이 정치적 활동을 중단하면서 현재는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 중심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여전히 김근태 정신은 살아 숨쉬고 있다.

2004년부터 한반도재단 중앙 기획위원이자 제주지부 사무처장을 맡아 지금까지 이끌고 있는 양우성씨는 “인간 김근태는 너무나 인간적이었다. 지나칠 정도로 순수함이 너무 크신 분이셨다”며 “그런 순수함이 현실정치판에선 견딜 수 없는 아픔을 안겨준 이중적 측면이 있다”고 고인을 그리워했다.

그는 “김근태 상임고문이 한국 민주화운동사에서 끼친 영향을 볼 때 정치인이라기 보다는 민족의 사제라고 말하는 게 맞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제주의소리>

<이재홍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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