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I-강정] ③자연파괴 해군기지 세계 유수언론 지적

2011년 제주는 누군가의 말마따나 '불멸의 세계 타이틀'을 획득했다. 스위스 비영리재단 뉴세븐원더스(New 7 Wonders)에서 주관한 세계 7대자연경관에 선정된 것이다.

정부와 제주도는 세계 7대자연경관에 선정되면 관광객이 80% 이상 증가되고, 1조2000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달콤한 경제적 효과를 위해 제주도는 '올인'했다. 물론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었다. 공무원들은 본업 보다는 전화기 버튼을 누르기 바빴고, 개인별 부서별로 목표가 할당됐다. 몇몇 곳에서는 자동응답전화기까지 동원, 하루에 수백통의 전화 투표가 이뤄지는 진풍경(?)이 나타나기도 했다.

7대 경관에 선정되면서 세계에 제주를 알리는 쾌거를 거뒀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선정 이후 뉴세븐원더스 재단의 실체, 계약서 내용, 수백억원대의 전화투표 요금 등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 세계적 석학 노엄 촘스키 교수가 '제주해군기지' 건설 문제점을 지적했다.
제주와 정부가 세계 7대자연경관에 올인하는 동안 제주의 평화와 아름다움을 파괴하는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세계의 지식인과 유수 언론의 따가운 지적도 잇따랐다.

'살아있는 최고의 지성'으로 평가받은 노엄 촘스키 교수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령으로 간주해 온 태평양 지역을 유지하기 위한 의도가 분명하다"며 "군사기지 건설은 국제사회의 군사적 긴장을 증가시키고, 전쟁, 특히 핵전쟁의 위협을 증가시킬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촘스키 교수는 "해군기지 반대 투쟁 과정에서 강정마을 주민들이 보여준 지속적인 저항과 용기, 고결한 투쟁에 찬사를 보낸다"며 "아름다운 자연을 보호하고, 보다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정당한 권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세계적인 여성.평화활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제주도가 세계 7대자연경관에 선정되도록 하기 위한 캠페인에 여념이 없는 데 한국 정부는 7대 경관과 해군기지 두 가지 가운데 한가지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세계 7대자연경관을 주장하는 근거가 파괴될 위험에 처했는 데 어떻게 7대 경관에 선정될 수 있느냐"고 이율배반적 해군기지 강행을 비판했다.

또한 미국의 뉴욕타임즈, CNN, 영국 공영방송 BBC, 아랍위성방송 알자지라, 프랑스 리베라시옹,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 세계 유수의 언론도 제주해군기지 건설 논란과 갈등을 집중 부각시키기도 했다.

▲ CNN이 제주해군기지 문제점을 집중 부각하는 모습.
CNN의 앵커 제인 벨레즈-미첼은 "제주도를 보호하는 운동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SAVE JEJU ISLAND'로 가서 싸인하라"며 "만약 모두가 참여하면 제주도를 보호할 수 있다"고 해군기지 반대운동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나서는 이례적인 모습도 보였다.

알자지라는 한달간 강정마을에서 머물면서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담은 '무기에 대항하여(A Call Against the Arms)라는 특집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

알자리라 다큐멘터리에서 매튜 호이씨는 "강정마을이 국제적 이슈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세계 언론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어내는 게 내 임무"라며 "국제 비정부기구 등 125개 단체가 해군기지 반대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고 인터뷰 했다.

리베라시옹은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된 제주도의 강정마을에서 빚어지고 있는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논란을 기획기사로 내보냈다. 리베라시옹은 "평소 관광의 섬이던 제주도가 대규모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며 "한국이 아시아 최대 규모의 해군기지 건설에 착수했지만 이 사업은 해상루트와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한 헤게모니 싸움이 벌어지는 제주에 새로운 긴장을 가져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UN-한국 국제군축비확산회의에서 해군기지 반대 현수막을 든 평화활동가 3명이 체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 뉴욕 UN본부에서 공식 사실 확인까지 나서는 '국제적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 외신기자는 "UN과 대한민국 정부가 공동으로 주최한 군축회담의 의미로 볼 때 제주해군기지를 반대한다는 의사표현을 하고 있는 사람을 체포한 것은 아이러니하다"며 "반기문 사무총장은 이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질문했고, UN본부 대변인은 "그런 사실을 보고받은 바가 없다"고 답변했었다.

실체가 모호한 재단에서 주최하고, 경제적 효과도 구체적이지 않은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에 수백억원을 쏟아부을 때, 한편에선 세계 지성인과 유력 언론들은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진 셈이다. <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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