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정 소장이 쓴 '제주의 풍토와 무덤(서귀포문화원)'. ⓒ제주의소리

김유정씨 '제주의 풍토와 무덤' 발간

옛부터 우리 조상들은 ‘사람은 흙에서 나 흙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역학에서도 ‘화토동근(火土同根)’이라 했듯 천하만물이 흙으로 돌아가는 것은 자연의 섭리라고 여겨왔다.

그래서 우리의 삶은 고스란히 흙에 베여있다. 어디서든 그 근본을 이루는 기본 바탕을 가리켜 ‘풍토’라고 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제주 섬의 ‘풍토’를 조명한 책이 나왔다. 제주문화연구소장이자 미술평론가로 활동하는 김유정 씨가 쓴 ‘제주의 풍토와 무덤’이다.

본격적인 소개에 앞서 김 소장은 ‘오다(五多)’를 제시한다. 돌, 바람, 여자가 많은 삼다(三多)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가뭄(旱)과 말(馬)을 더해야 제주 문화를 더욱 선명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현무암이 삶터를 짓는데 고루 쓰이며 제주만의 문화를 이끌어낸 것이 ‘석다(石多)’의 풍토라고 설명한다.

제주의 바람은 초가 모양과 구조, 풍향수, 돌담의 경관을 빚어냈다. 바람은 제주 섬 땅에 신화와 전설을 흩뿌렸다.

여다(女多)의 풍토는 남자들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여성들이 노동력으로 쓰였던 한 많은 이야기로 풀어낸다. 

김 소장에 따르면 가뭄(旱)이 제주 여성들을 ‘해녀’로 키웠으며 해안가 마을을 형성케 했다. 농업 문화 역시 물 없이 잘 자라는 보리, 조, 피, 대두, 콩, 메밀이 주를 이루게 한 것이 곧 '한다(旱多)'다.

마다(馬多)는 말이 잣담, 밭담, 산담 등 돌 문화에 크게 영향을 미쳐 오늘날의 돌담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 김유정 제주문화연구소장. ⓒ제주의소리

이 다섯 가지 개념은 어느 것 하나 도드라지지 않고 서로 유기적인 관계로 결합됐다. 이는 다시 사회적 생산력으로 전환돼 제주의 정치, 경제, 문화, 이데올로기를 얽어냈다.

김 소장은 "제주 사람들의 삶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의 문화에도 영향을 끼쳤다. 죽음의 문화란 곧 삶의 문화에서 파생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책을 쓴 계기를 밝혔다.

그는 오다(五多)를 토대로 제주 선비들의 생애와 무덤을 살피고, 제주 석상 문화의 기원을 풀어낸 글을 실었다.

서귀포문화원에서 펴냈으며 비매품이다.

문의=064-733-3789.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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