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재단, 경우회 인사 재단이사 내정...유족회 "5.18재단에 공수부대 앉히는 꼴" 반발

제주4.3평화공원. <제주의 소리 DB>

정상화 수순을 밟는 것처럼 보였던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김영훈) 이사회 구성에 돌연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4.3문제 해결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았던 경우회(경찰 출신 모임) 등 보수우익단체 인사를 이사로 선임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4.3유족들과 관련 단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사 선임 문제를 논의할 재단 이사회가 9일 오후2시 예정된 가운데 8일까지만 해도 항간에는 새로운 이사 6명이 새로 선임되는 것으로만 알려졌다.

6명은 제주4.3연구소 김창후 소장, 박경훈 민예총 제주도지회장, 양동윤 4.3도민연대 대표, 고창훈 제주대 교수, 박찬식 전 제주대교수(제주사정립추진위원), 한림화 제주작가회의 회장이다. 

대부분 4.3문제 해결에 앞장서온 전문가로 평가받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8일 밤부터 재단 내부에서 경우회 등 출신 인사를 이사로 앉히려 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확인 결과 보수우익인사 영입은 김영훈 이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이사장은 9일 오전 <제주의 소리>와 전화 통화에서 "(노무현)대통령이 말로만 4.3에 대해 사과했지 그 이후 화해와 상생을 위한 정부의 제스처가 전혀 없었다"면서 "정부가 안한다면 4.3재단이라고 해야 한다"고 의중을 드러냈다.

그는 "그럼 화해와 상생은 대상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 군.경 쪽 대표인사라도 들어와야 4.3을 풀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모두를 포용하기 위해선 보수.우익 구분없이 그쪽 사람들도 필요하지 않느냐. 그래서 취임 이후 이사들에게 내 뜻을 전했더니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보수 인사 영입이 자신의 구상에서 비롯됐음을 시사했다. 

김 이사장은 이날 오전10시30분쯤 까지도 "아직 누구로 결정됐는지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이사로 내정된 보수우익인사는 경찰 출신 김모씨로 파악됐다.

김 이사장의 얘기와 달리 일부 이사들은 이같은 움직임에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사회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벌써 유족회 내부에선 반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들이 문제로 삼는 것은 경우회가 그동안 4.3해결에 앞장서서 '딴지'를 걸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경우회는 4.3특별법과 진상조사보고서를 전면 부정했을 뿐 아니라 4.3희생자 결정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는가 하면 희생자 결정의 무효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쉼없이 제기했다.

4.3을 '무장폭동', 4.3평화공원을 '폭도 공원'으로 매도해 4.3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기도 했다.

한 4.3유족은 "경우회 멤버를 이사로 선임하는 것은 마치 5.18재단에 공수부대 출신 인사를 앉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백번 양보해서 화해와 생생을 한다면 그동안 4.3해결을 방해했던 부분에 대해 진심어린 반성과 사과가 먼저 있어야 한다"며 "그런 분위기가 조성됐다면 모르되 지금은 결코 아니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제주4.3유족회 홍성수 회장은 "그제 김영훈 이사장과 유족회가 만나 간담회를 가질 때만 해도 전체 이사수는 14명으로 알았다. 경우회 얘기는 금시초문"이라며 깜짝 놀랐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현재 이사수는 김 이사장을 비롯해 모두 8명. 6명을 추가하면 14명으로 늘어난다. 경우회 출신 인사 영입이 비밀리에 이뤄졌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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