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주칼럼] 글로벌 경제회복의 열쇠...미국의 예외주의 졸업

미국은 지구 상에서 특별한 지위와 역할을 갖고 있다고 믿는 것이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다. 공화당 대선 후보 중의 하나인 미트 롬니는 그의 '사과는 없다 - 미국의 위대성에 관한 이야기'라는 책에서 이를 그 나름대로 확실하게 설명한다. 즉 지구상의 여러 강대국 중에서 영토 확장의 욕심이 없는 나라는 미국뿐이다, 따라서 지구 평화를 위해서는 미국이 최강대국이 되어야 한다고.

그러나 미국 대통령 오바마의 생각은 다르다. '담대한 희망'이라는 그의 책에서 발췌해 본다. "미국이 냉전에서 승리한 것은 소련보다 군사력이 우세했기 때문이 아니라 공산 치하를 포함해서 세계의 여론이 미국의 가치를 더 원했기 때문이었다. 냉전에서와 마찬가지로 테러와의 전쟁에서도 여론이 중요하다. 우리의 목표는 사상의 전쟁(battle of ideas)을 승리하는 것이다. 군사력의 사용은 이 목표를 뒷받침하는 것이어야지 방해하는 것이 되서는 안 된다. 미국은 가끔 비밀활동을 통해 이란과 같은 국가에서 그들이 민주적으로 선출한 지도자를 제거하기도 했다. 이런 행동은 엄청난 반발을 불러 일으켜 그 후유증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란은 1951년 영국 석유회사(후일 BP로 됨)를 국유화한다. 영국은 이란 석유 불매운동을 벌이고 국제사회는 이에 동참한다. 이 기간 중 미국은 트루만에서 아이젠하워로 대통령이 바뀌면서 초기의 중재노력을 접고 영국의 강경 입장에 편승한다. 이란 경제가 궁핍해지면서 이란 공산당의 입김이 강해지고 있다는 우려를 공유했기 때문이다. 결국 경제 제재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보고 두 나라는 쿠데타라는 해법을 선택하게 된다. 결국 영국 정보부(MI-6)와 미국 CIA는 국유화의 주역 모사데크 수상을 축출하는 친위 쿠데타를 배후 조정했다.

바람직한 미국 정부의 역사의식 전환

국제 컨소시엄의 손으로 넘어간 이란 석유공사는 이사회에 이란인이 한 명도 앉을 수 없었고 회사 영업장부도 이란 정부가 일체 열람을 하지 못하도록 되었다. 마지막까지 권좌를 유지했던 팔레비 국왕은 친 서방을 표방하면서 이란 사회의 풍습도 서구화시켜 나갔다.

1979년 이슬람 혁명을 거친 이란이 철저히 반미, 반 서방으로 돌아선 배경이 이와 같았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미국과 이란 사이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악연이 되풀이되었다.

오늘에 이르러서는 무엇보다 핵무기 개발의혹이 문제의 중심에 있는 것 같다. 이란은 핵 개발이 전력생산과 의료목적으로만 사용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만일 평화적인 핵 사업까지 서방이 저지한다면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대외적으로 큰소리 치는 것에 비하면 이란 국내 사정은 매우 열악하고 불안하기까지 하다. 에너지와 식품 등 생활 필수품 가격안정을 위해 그 동안 시행해 왔던 보조금 제도가 실패하자 작년부터는 이를 전 국민에게 매월 현금을 지급하는 직불제도로 바꿨다. 그런데 그 사이에 휘발유 가격이 5배, 전기 수도 값이 3배, 밀가루는 40배가 뛰었다.

지난 25일 이란은 은행예금 금리를 15%에서 21%로 올렸다. 식료품과 귀금속, 그리고 외화 사재기를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란 의회는 경제를 이렇게 망친 것은 현 정부의 무능을 넘어서 반역 행위에 해당된다며 대통령에게 의회출석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발부했다.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주의해야 할 것은 이렇게 많은 불안 요인들에 불구하고 국제사회로부터의 압박은 이란을 국내적으로 더욱 단결하게 만들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이다. 이란이 농축하고 있는 우라늄이 무기등급인지 아닌지는 검증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진실회귀가 가장 시급

지난 1월 31일, 유엔의 국제원자력위원회(IAEA)가 3일간 이란을 방문했다. 11월 IAEA 보고서(이란이 핵의 무기화 시도를 멈추지 않다는 내용)와 관련하여 매우 건설적인 협의가 있었으며 3주 후에 더 진전된 "협의"를 위해 재방문 하기로 했다는 애매한 보도를 내놨다. IAEA는 정치를 하는 기구가 아닌데 말이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오바마가 말하듯이 군사력이 아닌 여론에서 힘을 얻고자 하는 것이 미국의 목적이라면 더 적극적으로 진실로의 회귀를 서둘러야 한다. 미국 예외주의를 졸업하기 위해서도 그것이 절실하다.

이란원유 수입에 의존하는 정도는 한국이 10%, 일본과 중국은 각각 7%와 6%로 우리가 가장 높다. 그뿐 아니라 이란 문제는 중동 평화의 문제, 나아가 글로벌 경제회복의 열쇠를 쥐고 있다. 우리의 관심이 지대한 이유다.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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