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럼비 파괴를 응원하겠다는 '목사'들

▲ 강정마을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천주교 사제들. 최근 이들과 맞짱을 뜨겠다며 도전장을 던진 자칭 '목사'들이 있다. ⓒ장태욱

기독교는 역사적 사건, 그 중에서도 특히 예수라는 한 유대인이 마구간에서 태어나 33세에 생을 마감한 사건에 기초를 두고 있는 종교이다.

세속의 눈으로 보자면 예수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제대로 출세의 길을 걸어보지도 못한 채로,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가운데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 그래서 세상은 그에 대해 그리 많은 것을 알지 못한다. 그의 머리모양은 어떠했는지, 키는 컸는지 작았는지, 결혼은 했는지 등등 모든 것이 배일에 가려져 있다.

예수가 살았던 당시에 유대인들은 100년 가까이 로마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이들은 자유를 상실한 채로 과중한 세금에 시달리면서 곤궁한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당시 유대인들 중에는 압제자들과 영합하여 영달을 꽤하려는 자들(사두개인)이 있었다. 그리고 그 반대쪽에서 폭력적인 방식으로 압제에서 벗어나기를 꿈꾸던 혁명가들(열심당원)도 있었다. 또, 이 두 이념 집단의 중간 지대에는 유대의 전통대로 모세의 율법을 열심히 지켜서 유대문화를 재생시켜보려는 이들(바리새인)도 있었다.

예수는 이처럼 이념 지형이 매우 복잡한 구도 속에 등장했다. 그는 개인의 영달을 위해 동족을 배신하는 사두개인은 물론 아니었고, 율법을 철저히 준수하여 개인의 우월성을 드러내 보이려는 바리새인들도 꾸짖었다. 그리고 “원수를 사랑하라”고 가르치며 열심당원들을 무장해제 시켰다.

파격적인 '노선' 제시한 예수

그는 살아있던 동안 대학을 다녀본 적도, 진기한 물건을 만들어 서민들의 삶을 편리하게 해줘본 적도 없다. 게다가 국가는 고사하고 조그마한 마을도 다스려본 경험이 없다. 그리고 사업을 해서 큰돈을 벌어본 적도, 군대를 이끌고 전쟁을 치러본 적도 없다. 그럼에도 전 세계 기독교인들은 그의 출생일이라고 여겨지는 날을 가장 기쁜 날로 기억한다.

그는 생전에 병든 자와 가난한 자 사이를 돌아다니며 치유하고 위로하는 일에 전념하며 이들을 절망의 늪에서 건지려고 애썼다. 그는 무지한 이들을 깨우치기 위해 주변에 널려있는 대상에서 비유를 동원했다. '씨 뿌리는 자', '선한 사마리아인', '낙타와 바늘 구멍', 99마리의 양' 등이 그것들이다. 그러면서도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는 등 파격적인 말씀을 선포하며 주변을 감동시켰다. 예수의 이 같은 노력은 압제에 시달리는 유대 민족에게 새로운 '노선'으로 평가받기에 충분했다.

예수의 사명은 애초에 세속의 국가와는 별개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대민족이 로마의 압제 하에 있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제국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애썼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팔레스타인에는 제국의 군인들이 주둔하고 있었지만, 예수가 이들과 대항해서 직접 싸운다든가, 이들에게 협조를 했다는 흔적은 찾을 수가 없다.

제국의 군대에 손상을 준 일

그럼에도 예수가 제국의 군인들을 향해 품었던 거부감을 나타내는 대목이 성경에 나온다. 예수가 군대귀신이 들린 자를 치료하는 대목이 그것이다.

어느 날 예수가 지나는데 어떤 귀신 들린 자가 와서 “제발 나를 괴롭히지 말고 그냥 가라”고 부르짖었다. 예수는 그에게 “네 이름이 뭐냐”고 물었고, 광인은 “군대”라고 대답하였다. 그런데 마침 인근에 돌아다니던 돼지들이 있어서 예수가 그 귀신들을 돼지에게 들어가게 했더니, 돼지 떼가 호수로 내달리어 모두 몰사하였다.(누가복음 8장)

유대인들은 전통적으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았다. 그런데 인근에 돼지 떼가 돌아다닌 것은, 팔레스타인에 주둔하던 로마제국의 병사들이 먹을 고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수가 군대귀신이 들린 자를 치료하면서, 동시에 로마 병사들의 식량을 없앤 것이다. 예수의 재치가 빛을 발한 순간이다.

당국이 강정마을 주민들의 생활 터전이었던 해안을 무자비한 방법으로 폭파하고 있다. 그리고 국내 수많은 단체의 활동가들이 주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마을에 모여들었다. 그리고 정부의 무자비한 만행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전국으로 울려 퍼지고 있다. 포털 사이트의 검색순위에서 ‘구럼비 바위’가 최상위권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이같은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자칭 '목사'들은 군대귀신이 들렸나

그런데 이 같은 와중에 ‘목사’라 자칭하는 사람들이 정부당국을 응원하기 위해 8일에 강정마을로 모여든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들 중 우두머리가 된 사람은 일찍이 강정마을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는 천주교 사제들과 ‘맞짱’을 뜨겠다고 선포도 했다고 한다. 대단한 근육질의 소유자인 모양이다.

   
예수가 돼지를 희생과 더불어 몰살된 군대귀신이 저들의 몸 안에 깃든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될 따름이다. 예수는 군대귀신 들린 자를 치료한 후에 그에게 “집으로 돌아가 하나님이 네게 어떻게 큰일을 행하셨는지 말하라”고 말했다. ‘목사’를 자칭하는 저들에게 예수의 치유가 있기를 바랄뿐이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 하나님이 하신 일을 증언”하기를......, <제주의소리>

<장태욱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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