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C대학생아카데미 네 번째 강사로 선 영화 <부러진 화살>의 정지영 감독. ⓒ제주의소리
20일 JDC 대학생아카데미 네 번째 강사로 나선 정지영 감독의 강연을 경청하는 학생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정 감독에게 한 학생이 질문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학생들과 눈을 맞추기 위해 강단 아래로 내려온 정지영 감독.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JDC대학생아카데미] (4) 영화 <부러진 화살> 정지영 감독

“영상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실로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영상을 읽는 눈을 길러야 한다”
 
27일 ‘영상시대, 헐리우드 영화와 문화 다양성’을 주제로 JDC 대학생아카데미 강단에 선 정지영 감독은 제주지역 청년들에게 영상을 읽는 눈을 깨치게 하고 싶어 했다.

▲ JDC대학생아카데미 네 번째 강사로 선 영화 <부러진 화살>의 정지영 감독. ⓒ제주의소리

그는 “우리가 작가나 시인이 되지 않더라도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배우는 것처럼 영상을 배워야 한다. 그래서 영상을 보는 눈을 키우며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고 말머리를 열었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면서 부터 자연스럽게 영상을 접한다. 보지 않더라도 TV를 틀어놓을 정도다. 뉴스를 떠올려보면 아나운서가 같은 멘트를 해도 어떤 화면을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시청자가 받아들이는 효과가 다르다”며 영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모든 영상물은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도 하고 나쁜 영향을 주기도 한다. 특히 전세계 영화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이를 구분해내는 ‘영상을 읽는 눈’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 20일 JDC 대학생아카데미 네 번째 강사로 나선 정지영 감독의 강연을 경청하는 학생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정 감독은 헐리우드 영화 중에서도 ‘장르 영화’를 예로 들어 전세계적 흥행의 비결을 파헤쳤다. 장르 영화란 공포, 코미디, 액션, 스릴러 등 분류 가능한 형식과 줄거리를 갖춘 영화를 가리킨다.

그는 “만약 액션 영화 하나가 히트를 쳤다면, 그것이 왜 관객의 사랑을 받았는지 분석해서 샘플을 만든다. 그 후 다른 액션 영화를 만들 때 인물이나 전개과정을 조금 바꾼 채 샘플을 그대로 적용한다”며 헐리우드 영화의 흥행 공식을 설명했다.

“여러분이 주로 봤던 영화를 떠올려보면 아마 같은 장르일 것이다. 이처럼 공식이 있는 미국 주를 이루는 장르 영화는 공식에 따라 계속 같은 것을 반복한다. 그래도 사람들은 계속 미국 영화를 찾는다. 바로 익숙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영화는 이처럼 장르영화를 계속 발전시키며 여기까지 온 것이다.”

또한 그는 섹스, 폭력, 센티멘털리즘 그리고 해피엔딩을 미국 영화의 특징으로 꼽았다. 특히 영화의 결말을 놓고 헐리우드 영화와 우리나라 영화를 비교분석했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은 영화를 본 적 있는가. 거의 대부분이 행복하게 끝난다. 비현실적이든 현실적이든 해피엔딩이어야 집에 돌아가서도 마음이 편하기 때문에 미국의 관객들은 해피 엔딩을 바란다”

그러면서 이와 반대 성향을 띤 한국 영화의 특징을 짚어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나온 한국 영화의 대박 영화를 쭉 훑어봤더니 전부 비극으로 끝나더라. 천만을 넘긴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남자, 실미도, JSA 공동경비구역 등 비극으로 끝난다. 상당히 희한한 발견이다. 헐리우드에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을 철칙으로 삼는데 한국 흥행 영화는 모두 비극으로 끝난다”고 해석했다.

이어 정 감독은 한국의 관객 수준이 한국 영화의 질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스크린쿼터를 지키기 위해 투쟁도 마다하지 않았던 90년대와 달리 2000년대 이후 자국 영화가 미국 영화를 제치고 50%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유일하게 한국밖에 없다. 일본이나 프랑스도 30%를 겨우 넘는다. 결국 관객의 수준이 한국 영화의 수준을 높여준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렇다면 정 감독이 가장 이상적으로 여기는 영화는 어떤 스타일일까. “장르 영화를 본떠 대중을 즐겁게 하면서도 감독의 개성을 잘 살린 영화”라고 말했다.

“부러진 화살이라는 영화가 조금 다른 영화 같지 않느냐. 있는 사실을 그대로 표현한 영화이면서 생소한 법정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리듬을 잘 보면 장르영화의 성격이 반영됐다. 이 리듬이 곧 장르 영화의 리듬인데, 대중을 즐겁게 하면서 내 개성을 드러낸 영화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 감독은 <부러진 화살>에 알려지지 않은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모든 영화는 그 안에 만든 사람의 이데올로기가 들어가있다. 그러나 아무리 만든 사람의 세계관, 무의식이 반영된다 하더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감독의 의도가 읽히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서 사법부에 있는 사람들은 내 영화를 믿지 않으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부러진 화살은 분명히 사법부를 비판하고 있다. 내가 얼마나 자신 있길래 감히 사법부를 비판하겠는가. 약간의 영화적 각색이 들어갔지만 90% 공판기록에 근거한다. 그래도 사법부에서는 흥행을 위한 예술적 허구라고 말하더라."

이어 정 감독은 "언론에서 내 영화를 가리켜 진실과 허위의 문제, 영화와 허구의 문제로 많이 떠들었지만 내용은 자신 있게 책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학생들과 눈을 맞추기 위해 강단 아래로 내려온 정지영 감독.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 정 감독에게 한 학생이 질문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영상을 읽어내는 방법은 사실 일주일만 공부하면 된다. 배워서 공부한다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반복하며 보는 것이 곧 공부다. 이 영화가 내게 무엇을 줬는가를 생각하면 된다. 영화는 자꾸 볼수록 잘 읽힌다”는 것이 청년들에게 던진 정 감독의 조언이다.
 
총 제작비 5억을 들여 총 관객수 342만명이라는 새 기록을 쓴 ‘부러진 화살’. 정 감독은 이슈와 흥행 뒤에 감춰진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이 영화는 힘 있는 자들이 힘없는 자들을 희생시켜 그들의 질서를 깨트리지 않게 하는 현실을 비판한 것이다. 나는 영화를 통해 현실 비판에서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논란으로 이어져 파급력을 지니길 바랐다. 아직 눈에 띄는 효과는 없다는 게 아쉽지만 밑거름은 되지 않겠느냔 생각”이라며 강연을 끝맺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주최하고 제주대학교, 제주의소리, 한국인간개발연구원이 주관하는 JDC대학생아카데미는 제주대학교 학생과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글로벌 마인드와 리더십을 키우기 위해 진행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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