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시인.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김용택 시인.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JDC대학생아카데미 열세 번째 강연을 듣고 있는 대학생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JDC대학생아카데미 열세 번째 강연을 듣고 있는 대학생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JDC대학생아카데미] 열세 번째 강사 김용택 시인

“왜 어른들이 만든 직장에서 어른들이 시키는 일만 하고 사는가. 내 인생은 내 것이다. 내가 창조하며 살아가야 한다”

이 시대 최고의 감성시인으로 꼽히는 김용택(64) 시인이 5일 제주대학교 국제교류회관에서 열린 ‘JDC대학생 아카데미’ 강단에 섰다.
 

▲ 김용택 시인.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섬진강을 낀 전북 임실 덕치면 진메마을에서 나고 자란 그는 마을 인근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올해로 꼭 등단 30년. 김 시인은 언제나 개발 논리에 밀려 잊힌 풀 한 포기, 강 줄기 등 농촌 풍경을 서정적인 시어로 옮기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김 시인은 대뜸 “학교에 올라오다보니 흰꽃이 많이 보이던데 무슨 꽃인 줄 아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이 선뜻 대답하지 못하자 그는 안타까움을 쏟아냈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 대한 것이었다.

“요즘 키워드는 ‘융합’이다. ‘공학’과 ‘인문학’을 어떻게 섞어내느냐가 앞으로 살아가는데 성공을 좌우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실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 현실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에서는 현실세계에 대한 교육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공부를 하는 이유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다. 그런데 정답을 가르쳐주면 외워서 쓸 줄이나 알지 점수만 올리는 공부만 하고 세상을 바꾸는 공부를 하지 않았기에 저 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시인은 강연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삶과, 초등학교 선생님으로서의 삶, 그리고 시인의 삶이 어떻게 섞이는지, 이 ‘융합’을 열쇠로 새로운 세상을 여는 방법을 소개했다.

“농사꾼들은 예술가이자 과학자이다. 세상을 보는 눈이 탁월하다. 예를 들면 소쩍새는 ‘소쩍 소쩍’하고 운다. 그런데 어떤 해에는 ‘소텅 소텅’하고 운다. 그 해에는 흉년이 든다. 솥이 비기 때문이다. 어떤 해에는 ‘소꽉 소꽉’하고 운다. 이 해에는 풍년이 든다. 이런 건 세상을 자세히 보는 눈에서 온다. 모든 울음, 모든 소리들은 자기들의 이야기로 가져와서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글을 읽는 것, 책을 읽는 것은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기르는 것”

 

▲ JDC대학생아카데미 열세 번째 강연을 듣고 있는 대학생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김 시인은 ‘상대’와 ‘대상’의 차이점을 가리키며 현대인의 삶을 경계했다. “상대는 내 생각을 맞춰가는 것이고 대상은 내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것이다. 여러분은 평생 ‘상대’ 없이 공부만을 해왔다. 나무와 풀과 그리고 엄마 아빠와 놀아본 적이 없다. 오로지 ‘대상’만을 염두에 두고 산다”

그러면서 그는 “여러분 인생에서 취직은 절대 중요하지 않다. ‘나는 예순 살 때 성공해야겠다’는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했다.
 
“스무 살 때 안정된 직장에 들어가려고 하지 마라. 예순 되면 쫓겨난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직장에서 어른들이 시키는 일 하면서 행복하려고 하지 말아라. 내 삶은 내가 창조하는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또한 “결혼이 절대 중요하지 않다. 어머니 말 듣지 마라. 엄마가 좋아하는 것은 엄마가 하라고 하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 된다. 결혼이 중요하지 않다. 좋은 사람을 만나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 김용택 시인.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김 시인은 “내가 좋아하면 어떻게 되나. 열심히 하게 되고 결국엔 잘 하게 된다. 내 나이 예순 다섯인데 나처럼 행복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기 때문이다. 돈 많고 권력을 잡고 사는 게 아니라 이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했다.

김 시인은 세상을 ‘잘’ 살아가는 사람들의 특징을 짚었다. 남의 말이 옳으면 그 말을 듣고 내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것과 자기가 하는 일을 자세히 보는 사람이다. “이 두 가지를 실천하면 훗날 성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잘 살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그는 ‘신문’, ‘예술’, ‘인간성’ 이 세 가지를 강조했다.

그가 현재 구독 중인 신문은 3개다. 그가 살고 있는 전북지역 신문과 가장 보수적인 신문, 가장 진보적인 신문이다. 게다가 그만의 읽는 방법이 따로 있다.

“맨 뒷면 사설부터 읽고 칼럼을 읽는다. 칼럼은 지금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 머리로는 이해하기 복잡한 사안을 전문가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좋은 기사나 칼럼, 에세이, 사설은 따로 내려 받아 아들·딸에게 이메일로 보내준다. 아이들이 중학생일 때부터 해오던 일이다.

그는 이어 오늘날 세계적인 기업으로 꼽히는 애플과 구글이 사랑받는 이유는 ‘예술’적 감각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했다. “예술적 감성을 우리가 사는 세상을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 그림을 보고 시를 읽고 철학을 알고 문학을 알면. 시서화(시·글그·림) 문사철(문학·사학·철학)이 중요한 때가 됐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가 꼽은 덕목은 ‘인간성’이다.

“앞서 말한 구글이나 애플같은 큰 회사는 필기시험을 보지 않은지 오래 됐다. 구글은 1년 내내 인터뷰를 해서 뽑는다. 우리나라도 학벌이 점점 철폐가 되고 있다. 그럼 뭘 보고 뽑을까. ‘인간됨’을 보고 뽑는다.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생각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 인격이 얼마나 갖춰졌느냐다”

 

▲ JDC대학생아카데미 열세 번째 강연을 듣고 있는 대학생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김 시인은 ‘대학’이 아닌 ‘공부’에 의미를 두며 살라고 주문했다. “어른들이 만든 직장에서 어른들이 시키는 일만 하고 살지 말아라. 산딸나무도 모르면서 대학 다니는 건 의미 없어. 공부가 중요한 거다. 여러분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걸 지금부터 찾아야 한다. 내가 말한대로 따르면 늦고 더디다. 그러나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3~40대엔 분명 앞에 선다”고 강연을 맺었다.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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