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시인’ 김용택이 제주도민에게 건넨 당부(?)

“이제 세상이 바뀌고 변했다. 여러분 자녀가 60세가 되려면 30년도 훨씬 더 남았다. 이제부터 무엇이든 하나 딱 잡고 시작하라. 그때부터 성공하는 삶을 살자”

이 시대 최고의 감성시인으로 꼽히는 김용택(64) 시인이 제주도민에게 당부의 말을 건넸다.
 
18일 오후 4시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오픈 포럼(Open Forum) ‘명사와 함께하는 강연 콘서트’, 김용택 시인이 이날 세 번째 강사로 나섰다. 주제는 ‘자연이 말하는 것을 받아 쓰다’.

▲ '오픈 포럼-명사와 함께하는 강연콘서트' 세 번째 강사로 김용택 시인이 나섰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섬진강을 낀 전북 임실 덕치면 진메마을에서 나고 자란 그는 마을 인근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38년을 근무하고 2008년 퇴직했다.

올해로 꼭 등단 30년인 김 시인은 언제나 개발 논리에 밀려 잊힌 풀 한 포기, 강 줄기 등 농촌 풍경을 서정적인 시어로 옮기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김 시인은 강연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삶과, 초등학교 선생님으로서의 삶, 그리고 시인의 삶이 어떻게 섞이는지, ‘융합’을 열쇠로 새로운 세상을 여는 방법을 소개했다.

“엊그제 대전에 강연을 가는데 비가 유례없이 너무 많이 와서 차들이 거리 한편에 쉬고 있었다. 작년엔 벌들이 이유 없이 떼로 죽기도 했다. 매미가 울지 않는 것과 벌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며 이젠 자연에 대책을 세워야 할 때”라고 말문을 열었다.

 

▲ '오픈 포럼-명사와 함께하는 강연콘서트' 세 번째 강사로 김용택 시인이 나섰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자연에서 말하는 것을 받아쓰다’라는 주제 그대로 그는 한 평생을 그저 자연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그저 시로 옮겼을 뿐이라고 말했다. “농사꾼들은 예술가이자 과학자다. 세상을 보는 눈이 탁월하다. 그저 자연에서 있는 걸 받아서 쓰면 그게 바로 시”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소쩍새는 ‘소쩍 소쩍’하고 운다. 그런데 어떤 해에는 ‘소텅 소텅’하고 운다. 그 해에는 흉년이 든다. 솥이 비기 때문이다. 어떤 해에는 ‘소꽉 소꽉’하고 운다. 이 해에는 풍년이 든다. 이런 건 세상을 자세히 보는 눈에서 온다. 모든 울음, 모든 소리들은 자기들의 이야기로 가져와서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글을 읽는 것, 책을 읽는 것은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기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가을이 되면 어머니가 애호박을 잘라다 지푸라기 위에 얹어 말린다. 이 장면 자체가 예술이다. 어머니는 바람과 햇살이 통하라고 그렇게 해놓은 것뿐이다. 바람과 햇살이 하는 일을 어머니는 알고 있었다”며 “그들에게는 농사지어 먹고 사는 것이 일이기에 자기들의 마음으로 자연의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농사짓는 사람들은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봤다. 바람이, 햇살이, 흙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 흙에다 농사를 지어서 싹을 가꿔서 새도 먹고, 벌레도 먹고, 사람도 먹는다. 씨앗을 심을 때 4게씩 심곤 했다. 나눠먹기 위해서다. 요즘 대통령 후보들이 잘 하는 말이 상생인데 이것이야말로 ‘상생’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어릴 적부터 듣던 상식들을 읊었다. 봄에 참나무 이파리가 뒤집어지면 3일 후 비가 온다. 개미들이 이사를 가면 비가 온다고도 했었다. “이제는 3개월이 지나도 비가 안 온다. 약속이 깨져버린 것”이라고 했다.

“흔히 글을 쓰는 사람들 뼈를 깎는 고통으로, 피가 마르게 글을 썼다고들 하는데 자연을 살피면 뼈를 깎지 않아도, 피를 말리지 않아도 시를 쓸 수 있다”며 “정치도 그렇고 경제도 그렇고 살림살이도 그렇다. 간단한 이치에 진실이 들어있다. 할머니가 이야기가 한 걸 받아쓰면 한 편의 글이 되고 한 편의 시가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시인은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 깨우친 삶의 의미를 소개했다.

그는 “한 학교에 오래 있으니 아빠도 가르치기도 했고, 아들도 가르치기도 했다. 심지어는 한 가족을 다 가르친 적도 있다. 초등학교 선생을 오래하며 느꼈던 것은 가르치는 게 곧 배우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선생’이란 말은 먼저 배우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가르치다보니 아이들에게 너무나 많은 걸 배우고 깨우치며 공부가 됐다. 인생이 다 공부여서 버릴 게 없는 삶”이라고 말했다.

김 시인이 대뜸 “여러분 인생에서 취직은 절대 중요하지 않다. ‘나는 예순 살 때 성공해야겠다’는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통 선생님들 38년, 40년 쯤 교직에 있다 은퇴를 한다. 그 오랜 시간 한 가지 일을 했는데도 그만두고 나면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꼽았다.

또한 “스무 살 때 안정된 직장에 들어가려고 하지 마라. 예순 되면 어차피 나온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직장에서 어른들이 시키는 일 하면서 행복하려고 하지 말아라. 내 삶은 내가 창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오픈 포럼-명사와 함께하는 강연콘서트' 세 번째 강사로 김용택 시인이 나섰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김 시인은 “내가 좋아하면 어떻게 되나. 열심히 하게 되고 결국엔 잘 하게 된다. 내 나이 예순 다섯인데 나처럼 행복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기 때문이다. 돈 많고 권력을 잡고 사는 게 아니라 이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했다.

김 시인은 세상을 ‘잘’ 살아가는 사람들의 특징을 짚었다. 남의 말이 옳으면 그 말을 듣고 내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것과 자기가 하는 일을 자세히 보는 사람이다. “이 두 가지를 실천하면 훗날 성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시인은 ‘대학’이 아닌 ‘공부’에 의미를 두며 살라고 주문했다. “어른들이 만든 직장에서 어른들이 시키는 일만 하고 살지 말아라. 여러분 아흔살 될 때까지 몇 년이나 남았나. 60년, 70년 훨씬 더 남았는데 벌써부터 걱정을 하고 있다. 여러분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걸 지금부터 찾아야 한다. 내가 말한 대로 따르면 늦고 더디다. 그러나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3~40대엔 분명 앞에 선다”며 강연을 맺었다.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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