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출신 고현주 사진작가, 소년원 아이들과 4년여 시간 담은 포토에세이 발간

“이 일은 제 인생계획표에 있던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들과의 만남이 저에게는 구원이자 치유이자 고백인 셈입니다”

▲ 고현주 작가의 '꿈꾸는 카메라'. ⓒ제주의소리

호기심에서였다. 카메라 하나 덜렁 들고 소년원을 드나들기 시작한 것은. 4년이라는 시간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호기심은 점차 연민으로, 사랑으로, 희망으로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사회에서 소외된 채 늘 비난 받기 일쑤였던 소년원 아이들은 카메라를 들고서부터 세상을 들여다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그걸 지켜보는 선생님 역시 그들을 통해 위안을 받았다.

어느 청소년 소설일법한 이 이야기는 서귀포 출신의 사진작가 고현주씨가 겪은 실화다. 고 작가가 소년원 아이들과 함께 보낸 4년 간의 시간을 포토 에세이 <세상을 향한 아름다운 소통-꿈꾸는 카메라> 로 펴냈다.

대학 졸업 후 음악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던 그녀는 자리보전에만 관심 갖는 교장에 환멸을 느껴 교편을 내려놓았다. 꼭 6년만에 일이었다. 사진작가인 삼촌(제주 돌문화공원을 지은 백운철 작가가 그녀의 삼촌이다)을 둔 덕에 어릴 적부터 자연스레 카메라를 만져온 그녀는 ‘사진’이라는 새로운 길에 눈을 돌렸다.

사진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며 업으로 삼게 되면서 호기심에 들여다봤던 ‘소년원’이 그녀에겐 전환점이 됐다. 감옥이라는 공간을 찍어보려고 찾았던 소년원에 들렀던 그녀는 소년원에 머무르는 아이들과 눈을 맞추게 됐다. 그렇게 2008년부터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보며 달라지는 아이들. 어려운 환경을 살아 온 아이들을 보며 유복하게만 살아 온 스스로를 되돌아보게도 됐다. 올해로 꼬박 4년째, 지금껏 법무부와 국회 등에서 4번의 전시를 갖기도 했다.

“벚꽃아! 초점이 나갔네? 왜 이렇게 찍었니?”
“항상 저는 불안하고 흔들리는 아이었어요. 모든 게 불안하고, 초조했어요. 집안도, 친구들도, 미래도. 위안받을 누군가 필요했어요”
이 시간을 통해서 나는 무엇을 가르쳐주는 선생의 위치가 아니라 이 친구들에게 완벽히 위안을 받고 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
–본문 중에서

▲ 고현주 사진작가. (사진제공=프레시안). ⓒ제주의소리

첫 수업 땐 이론서를 잔뜩 짊어지고 소년원을 찾았단다. 10분 이상을 못 버티는 아이들에게 그녀는 카메라를 쥐어줬다.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을 연 아이들은 조심스레 자신의 아픈 상처를 드러내고, 때로는 하소연을 늘어놓기도 했다. 이제껏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없었던 아이들에게 고 작가는 자신의 마음을 열어주는 존재였다.

변화는 아이들에게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사진’을 학문으로서, 예술로서만 바라봤던 그녀 역시 아이들이 내미는 사진에서 또 다른 사진의 세계를 발견하게 됐다고 그녀에게  아이들은 사진을 업으로 삼으면서 어느덧 잃어버렸던 첫 마음을 되찾게 했다.

구도가 어떤지, 빛의 방향은 어떤지가 사진의 좋고 나쁨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마음을 이어주는 교감 자체가 사진을 결정하기도 한다는 걸 그녀는 아이들을 통해 깨달았다.

이 책은 지난 2011년 6월 15일부터 ‘프레시안’에 ‘고현주의 꿈꾸는 카메라’라는 이름을 50여 회 동안 연재했던 글과 사진을 모아 발간이 이뤄졌다.

264쪽·네잎클로바·1만7천원.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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