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이 에세이집 <식탐>을 발간했다.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

길 내는 여자 '서명숙' 에세이집 <식탐> 발간

▲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

제주의 산과 들, 그리고 해안가 구석구석을 430km의 ‘올레’로 꿰어낸 여자 서명숙(55). 그녀에게 있어 인생 화두는 세 가지였다. 글, 길, 그리고 맛.

‘냠냠 공주’ 혹은 ‘먹보 여왕’이라 불리는 그녀의 식탐은 유별나다. 맛있는 먹거리에 목숨을 걸 정도로 치사하고도 집요하게 매달린다. 초치기 마감에 시달리던 기자 시절에도 끼니만큼은 대충 때우는 법이 없었단다. “배 아픈 것은 참아도 배고픈 것은 못 참는다”고 말할 정도.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이 이번엔 길이 아닌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다. 최근 발간한 에세이집 <식탐>을 통해서다.

제주 서귀포에서 태어난 서 이사장은 어머니가 운영하던 ‘서명숙 상회’(식료품점)이 위치한 서귀포매일시장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온갖 음식이 즐비한 시장에서 음식의 세계에 눈을 떴다. 시장통 꼬마가 쉰 넘긴 중년 여성이 될 때 까지 한결(?)같은 그녀의 식탐은 제주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은 ‘올레’가 태어나는 데도 단단히 한 몫 했다. 

▲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이 에세이집 <식탐>을 발간했다.

<식탐>은 ‘매일시장통의 식탐공주’, ‘지친 영혼을 달래다’, ‘세상은 넓고 먹을 건 많더라’, ‘우정의 길에서’, 다시 서귀포에서‘ 등 그녀의 식탐세계가 다섯 가지 주제로 나뉘어 실렸다.

이북 출신의 아버지가 즐겼던 음식들, 감옥에서 라면 한 봉을 수줍게 건넸던 소년수, 스물일곱에 죽은 중학교 동창 은숙이, 소울푸드인 자리젓과 몸국…, 제주에서 나고 자라면서 먹거나 기자 시절 전국을 다니며 맛본 음식과 그에 얽힌 기억들이 한 편의 단편영화처럼 묘사됐다.  

또한 그녀는 산티아고 길에서 일본과 스위스와 네팔에서 만난 이들과 나눴던 음식, 다시 고향에 돌아와서야 깨닫게 된 제주의 전통 음식 등 경험과 나이가 가져다 준 맛의 축복도 소개했다.

그녀의 오랜 친구인 한중옥 작가가 삽화를 맡아 그때의 기억을 더듬었다. 37년 줄곧 크레파스로만 작업을 해온 그의 삽화는 책장을 넘기는 묘미를 더한다.

268쪽. 시사IN북. 1만3천원.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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