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흘곶, 그 곳은 관광지구다. 개발할 수 있는 명분이 주어진 땅.
선흘곶, 그 곳은 생태계의 천이과정을 볼 수 있는 땅, 활엽수림이 울창하게 자라나는 땅이기도 하다.

묘산봉 관광지구는 그 곳에 있다. 면적이 약 140만평, 27홀의 골프장, 숙박시설, 상가시설 등은 그 곳에 서있는 활엽수림과 소나무, 나비와 곤충, 못을 밟아야만 세워진다.

묘산봉 관광지구로 들어가는 길, 그 인근에서부터 발길을 자연히 멈추게 된다. 모시물굴과 반못굴이 여름날 컴컴한 입을 벌리고 있다. 두 동굴엔 원혼이 잠들어 있다. 94명의 선흘 주민들이 4.3당시 군경토벌대에 의해 굴속에서 집단 희생 당했다.
묘산봉 관광지구를 찾을 골프 관광객들은, 여행객들은 불행히도 정뜨르를 밟고 제주 땅에 입도하고 이 곳을 무심히 지나치게 될터이지.

묘산봉이 저 멀리 보이는 반대편에서 앞으로 개발될어 사라질지도 모를 묘산봉 일대를 내려다보았다. 울창한 살림이었다. 연녹색이 초원이었다. 노트르담의 탑을한 침엽수림이었다.
인간에의해 파괴될지도 아니면 인간에 의해 보호될지도 모를 이곳은 당당하게 하나의 존재로 서 있다.

반대편으로 묘산봉을 돌아 개발하려는 인간들이 말하는 관광지구 속으로 들어갔다. 곶자왈이라고 동행한 이가 귀뜸해줬다.
곶자왈, 화산이 분출하고 두께가 5∼10m인 용암류가 흐르다가 산산히 부서지며 만들어진 곳, "덩굴이나 바위가 마구 엉클어져 수풀같이 어수선한 곳". 일제시대나 4.3 등 인간의 역사로 이곳이 크게 회손되었다가 다시 인간의 손으로 재생되었다.

'어수선하다'는 건 안정적이다는 말인지, 이 곳에도 질서가 있었다.
활렵수들이 침엽수 주위를 포위하고 있었다. 아직 침엽수는 육중했지만 주위를 휘감은 활엽수들이 자라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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