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포럼 아홉 번쨰 주인공, 지구 살리는 디자이너 윤호섭 교수

 

▲ 14일 강연콘서트 무대에 오른 환경디자이너 윤호섭 교수가 '그린 디자인'의 세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인턴기자

“환경보호 운동이요? 오늘 저녁 식사 남기지 않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윤호섭(67)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시각디자인학과 명예교수가 건넨 조언이다.

'그린 디자이너'라 불리는 윤 교수가 14일 오후2시 오픈포럼 명사와 함께하는 강연콘서트 아홉 번째 주인공으로 무대에 섰다.

윤 교수는 국내에 없던 ‘그린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주인공이다. 물건을 팔기 위한 디자인이 아닌 치유와 환경을 위한 디자인을 뜻한다.

그는 차 없이 다니고 집엔 냉장고도 없다. 국민대 재직 시절엔 수유리 집에서 정릉 학교까지 전기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전기자전거의 배터리가 다하자 이번에는 아예 발로 젓는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퇴임 후 동숭동에 있는 대학원에 수업 다니면서도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한다. 음식물쓰레기도 낭비라고 먹을 만큼만 만들어 먹으면 된다고 집에 냉장고를 치운지가 벌써 10년이 다 됐다.

그가 ‘환경 디자이너’가 된 것은 우연한 계기에서였다. “1991년 설악산에서 잼버리 대회를 열렸는데 그때 포스터 제작을 했다. 행사에서 만난 한 일본 대학생이 제 디자인에 관심을 보이면서 친해졌다. 그 친구가 지구생태계의 불균형에 대한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1995년 조형대학 학장시절에는 아예 국민대학에 ‘환경과 디자인’이라는 필수과목을 만들었다. 학생들과 함께 ‘환경 디자인’이라는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강연에서 그가 학생들과 작업한 작업물들을 스크린에 띄웠다.

그는 재활용이 가능한 것, 버려진 것을 활용한다. 버려진 현수막으로 가방을 만들고, 플라스틱 페인트 통을 의자로 바꾸기도 한다. 뿐만 아니다. 천연물감만 쓰고 풀이나 옥수수, 미역 등 섬유질로 만든 종이를 사용하며 콩기름 잉크로 인쇄를 한다.

윤 교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다시 생각하자. 아무리 바쁘고 좋은 학교를 가야하고 1등을 해야 하지만 가끔은 생각이나마 지구 바깥 금성과 화성까지도 생각해봐야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 14일 강연콘서트에서 환경 디자이너 윤호섭 교수가 자신이 직접 제작한 친환경 티셔츠를 관객에게 선물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인턴기자

이어 윤 교수는 전쟁이 얼마나 환경을 파괴하는지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제주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만든다고 해서 첨예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며 “영토 이념 갈등이다 하는데 그 과정에서 엄청나게 환경이 파괴된다. 생태 파괴 말고도 인간과 사회 모두에 재앙에 가까운 대규모의 환경 파괴가 이뤄지는 것이 전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08년 새만금 퍼포먼스 ‘사라져 가는 생명의 물결’을 소개했다

윤 교수는 “습지가 갖고 있는 영적인 면이나 어민들의 전통이라고 생각하면 과연 어떤 게 선인지 모르겠다”며 “단순히 자기 전공이나 자기 이점만 두고 보면 평가하지 말고 전 과정 평가를 통해 이건 어떠냐, 저건 어떠냐는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에겐 환경과 관련된 모든 이슈가 작품이 된다. 지난해 구제역 파동 때에는 피카소의 ‘데상’을 응용해 채식을 권장하는 메시지를 담은 포스터를 내놨다. “한해 350만 마리의 소돼지를 도살 처분 했다. 800만 마리까지 집계됐다. 이게 불과 1년 전인데 벌써 우리 뇌리에서 잊히고 있다. 이게 정당한 건가. 다 생명인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윤 교수의 트레이드마크는 ‘티셔츠’. 그는 아름다운가게와 함께 뚝섬에서, 인사동에서 10여 년간 헌 티셔츠를 가져오는 사람에게 녹색의 물감으로 친환경 메시지를 전하는 그림을 그려주는 녹색 티셔츠 퍼포먼스 선보여 왔다.

“어느 날 문득 옷장을 열었더니 티셔츠 70여개가 나왔다. 옷이 많은 게 너무 부끄러웠다. 세상에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이 얼마나 많나. 그동안 하고 다닌 이야기가 무엇이었나 스스로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강연 말미 객석에 앉아있던 한 학생이 “환경을 지키려면 무엇을 해야 하냐”고 물었다.

윤 교수는 “음식 남기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라. 하루 3번 도전하는 거다. 거기서 굉장한 아이디어가 나온다. 식사 메뉴를 토론하고, 남길 것 같은 음식은 주방에 갖다드리고 그런데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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