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길언 作 '낯선 숲으로 난 길'. (자음과모음.1만1천원)
현길언 작가. ⓒ제주의소리

제주 출신 현길언 작가 장편소설 '낯선 숲으로 난 길' 발간

▲ 현길언 作 '낯선 숲으로 난 길'. (자음과모음.1만1천원)

일흔을 넘긴 노교수. 그가 끄집어낸 유년의 조각이 반세기가 지난 오늘에 꽂힌다. 시간은 흐르고 세상은 변하지만 변하지 않는 삶의 모양새가 있다고 넌지시 말을 건넨다. 

<전쟁놀이>, <그때 나는 열한 살이었다> <못자국> 등 일제 강점기에서부터 제주 4·3사건, 6·25전쟁까지 3부작 청소년 소설로 훑었던 현길언(72) 작가가 이번엔 장편소설 <낯선 숲으로 난 길>로 유년의 기억을 세상 밖으로 꺼냈다.

6·25전쟁 직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소설은 작은할아버지인 세철이 남긴 기록을 손자인 재범이 읽으면서 시작된다. 집안의 막내로 자라 자기밖에 모르고 지기 싫어하던 열다섯 살 세철의 모습을 뒤바꿔 놓은 네 계절, 1년이라는 시간이 담겼다.

‘사랑과 이별, 흔들림, 그리고 상실. 삶의 부침이 만들어낸 여러 만남을 통해 더 큰 사랑을 배우며 조금씩 어른이 되어간다’는, 언뜻 평범한 이 플롯은 6·25전쟁이라는 비극 가운데 놓이면서 가볍지 않은 무게감을 띠게 된다. 겪어보지 않고선 알 수 없는 ‘시대’의 결이 세철의 눈을 따라 오늘에 닿는다.   

▲ 현길언 작가. ⓒ제주의소리

손자인 재범의 눈에 비친 작은할아버지 세철은 ‘서울 할아버지’ 혹은 ‘교수 할아버지’일 뿐이었다. 할아버지 역시 재범이 자신의 손자로 입적할 것을 알면서도 살갑게 대해준 적이 없었다. 목사로, 선교사로, 또 교수로 봉사하는 삶을 사신 할아버지는 재범에겐 그저 먼 존재였다. 그런 할아버지에게도 나와 다르지 않은 청소년 시절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된 재범은 할아버지와 마음의 거리를 바투 좁혀가게 된다.

줄곧 제주를 문학에 녹여내는 데 시간을 쏟았던 현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도 이 둘을 꼭 붙들고 놓지 않았다. 또한 제주 사회에서 기독교가 어떤 모습으로 뿌리내리고 있는지도 곳곳에서 드러난다. 책 말미에 덧붙은 '작가의 말'은 책뿐만 아니라 우리가 삶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안내서 역할을 맡는다.

현 작가는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출신으로 제주대학교와 한양대학교 교수를 역임했고, 1980년 소설가로 등단해 제주도 민간설화를 재구성한 소설 ‘용마의 꿈’ 등 많은 단편과 장편소설을 집필했다.

자음과모음.255쪽.1만1천원.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