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으로 마을 간 화합 찾은 구좌마라톤클럽을 만나다

▲ 구좌마라톤클럽은 전국 각지를 넘나든다. 사진은 지난해 4월 경기도 포천에서 열린 '2011 포천 38선 하프마라톤대회'에 참가한 회원들의 모습. 구좌마라톤클럽은 대회에 참여한 선수 및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세계7대자연경관선정 투표 참여와 구좌 당근 홍보를 실시했다. ⓒ제주시청

마라톤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고, 그 마음들을 아름다운 곳에 한껏 쏟을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일까. 실제로 이런 일들을 펼치고 있는 곳이 제주에 있다. 구좌마라톤클럽은 창단 이래 지금까지 단순히 함께 운동을 즐기는 것 이상으로 지역사회에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시작은 클럽이 처음 만들어진 2005년으로 돌아간다.

현 구좌마라톤클럽의 회장 박용모(58)씨는 당시 서로 거리감이 있었던 마을들의 분위기를 기억한다. “구좌의 경우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행정적으로 읍면소재지와 출장소 소재지로 나뉘는데, 이것은 곧 어느 지역이 중심 지역이고 어느 지역이 주변지역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죠”

어느 지역에는 초, 중, 고등학교가 다 있고 어떤 지역은 그렇지 못하다. 또 어떤 지역은 제주시내와 가깝고 이에 반해 어떤 지역은 비교적 외곽이다. 알게 모르게 서로 거리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이런 정서들이 있었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갈등들이 숨어 있었던 것.

그래서 당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우리 그런 걸 뛰어넘자, 서부구좌 동부구좌로 나누는 걸 이젠 극복하자’는 심정에서 자연스럽게 마라톤클럽을 만들게 됐다고 한다. 구좌가 늘 두 개였던 것처럼 여겨지는 게 안타까워서 마라톤을 통해 하나로 엮어보자는 마음에서다. 그 취지에 맞게 회장도 세화리 출신과 김녕리 출신이 번갈아가면서 맡는다.

마라톤클럽은 작지만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구좌의 경우 이질감이 서로 있던 것이 사실인데 이제 하나의 울타리가 된 거죠” 박 회장은 이런 강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했다.

▲ 현재 구좌마라톤클럽 회장을 맡고 있는 박용모(58)씨.
박 회장은 “개개인의 친목 차원을 넘어서서 지역적으로 순수하게 서로 동질감을 느끼고 하나가 됐다는 게 느껴진다”며 “마라톤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들이도 같이 가고 서먹서먹한 것도 많이 줄어들었다”라고 말한다.

구좌 마라톤 사람들은 지역을 하나로 묶는 것은 물론 다양한 활동도 펼친다. 지역 농산물을 홍보하기도 하며, 제주가 세계7대자연경관 후보에 올랐을 때는 그 홍보를 위해 전국 각지를 누비기도 했다.

이쯤 되면 어째서 두 마을을 하나로 묶어주었던 것이 하필 마라톤인가? 하는 의문도 생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당시 마을 주민들 중에는 마라톤 매니아가 꽤 있었다. 현 회장인 박용모씨도 당연히 그 중에 하나다.

그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마라톤을 즐겼다고 한다. 그 동기도 신기하다, 어린나이에 ‘스스로 자만하거나 나태하지 않기 위해서’ 마라톤을 시작했다는 것. 그 이후로 관광협회마라톤, 아름다운제주 국제마라톤에 참가하면서 서서히 베테랑이 됐다.

특히 그가 아름다운제주 국제마라톤대회에 지니는 애정은 각별하다. 2008년 첫 대회부터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이 행사에 참여했다. 물론 구좌마라톤클럽의 다른 구성원들도 마찬가지다. “1회 대회에서부터 이 대회에 참가했는데, 이제는 그게 우리 회원들끼리의 중요한 약속으로 정해졌어요”

그들의 마을인 구좌 해안도로 일대에서 개최되는 것 말고도 참여하는 이유가 또 있다. 참가비의 절반을 기부한다는 것에 깊은 공감을 받은 회원들이 함께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한 가득 뭉친 것이다. “대회 취지가 좋고, 기부가 되는 좋은 장점에 회원들이 전부다 공감했다”며 “적어도 이 대회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참가한다”고 말했다. 구좌마라톤클럽에게는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가 메인행사나 다름없는 것.  

▲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는 구좌읍 일대에서 펼쳐진다. 때문에 구좌마라톤클럽에게는 '남들의 행사'가 아닌 것처럼 느껴질 만 하다. 사진은 2011년 대회의 출발 장면. ⓒ제주의소리DB

마을 간 다소 서먹서먹했던 감정들을 마라톤을 통해 치유한 구좌읍. 그리고 이제는 그 모은 힘을 기부와 나눔에 쏟으려 한다. 이들에게 있어서 달리기는 보통 운동이 아니라 화합과 치유 그리고 나눔의 메신저인 셈이다.

이처럼 구좌마라톤클럽의 이야기는 마라톤은 단순한 스포츠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나눔을 위해 계속 이어질 그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인턴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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