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험지가 털린 모 중학교 별관의 인쇄실. 학생들은 뜨개질용 도구를 이용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후 시험지를 훔쳤다. 해당 학교는 성적관리 지침을 어기고 시험지를 교무실이 아닌 인쇄소에 보관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단독] 성적관리 지침 미준수 드러나...시험지 교무실 아닌 인쇄소 보관

<제주의소리>가 9월28일 단독 보도한 시험지 탈취사건의 학교가 성적관리 지침을 어기고 시험지를 교무실이 아닌 인쇄실에 보관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시교육지원청은 2일 오후 제주시 관내 모든 초.중학교에 공문을 발송하고 성적관리지침에 따라 시험지 관리에 철저를 기할 것을 당부했다.

제주교육계를 떠들썩하게 한 이번 사건은 9월24일부터 9월26일까지 사흘간 제주시내 한복판에 자리잡은 모 중학교에서 발생했다.

당시 학생회 간부 A군(15) 등 5명은 9월26일부터 28일까지 시행되는 3학년 중간고사 시험을 앞두고 시험지를 탈취할 목적으로 늦은 시각 학교에 침입해 시험지를 훔쳤다.

이들 학생은 중간고사가 시작되기 이틀 전인 9월24일 학교 뒷편 밭을 통해 학교 2층으로 진입한 후 시험지가 보관된 별관 4층 미술관 옆 인쇄실 진입을 시도했다.

문이 열리지 않자 철수한 이들은 다음날인 9월25일 교사들이 퇴근한 오후 7시 이후 시간에 맞춰 다시 교내로 진입했다. 이어 미리 준비한 도구를 이용해 인쇄실 문을 여는데 성공했다.

이들은 9월26일 다시 현장을 찾아 시험지를 추가로 훔치는 대담함을 보였다. 이틀에 걸쳐 빼낸 시험지가 전체 시험 11과목 중 8과목에 이른다. 

당시 폐쇄회로화면(CCTV)은 현관과 지상을 향하고 있어 이들의 모습이 촬영되지 않았다. 28일 시험지 유출 사건을 알아챈 한 학생이 학부모에게 얘기하면서 이들의 범행은 탄로났다.

사건을 인지한 제주시교육청 관계자들이 학교 현장을 찾은 결과, 해당 학교 교사들은 성적관리 지침을 어기고 시험지를 교무실이 아닌 인쇄소에 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성적관리 지침에는 시험을 앞둔 교사는 출제한 문제를 교내 인쇄실에 의뢰하고 복사 직후 시험지를 봉인해 교무실 내 특정장소에 보관토록하고 있다.

시험지가 교무실내 특정 장소에 밀봉된 경우 학생들의 출입을 금하고 퇴근시 교무실 문도 잠근다. 이 경우 자체적으로 이중보안이 되는 셈이다.

시험지 유출사태가 발생하자 해당 학교는 28일 성적관리위원회와 3학년 학생부장단 회의를 소집해 10월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 전과목 재시험을 결정했다.

또 시험지를 훔친 학생에 대해서는 조만간 학교 자체적으로 징계위원회는 열어 출교정지 여부와 사회봉사 등 징계수위를 결정키로 했다.

제주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해당학교도 성적관리 지침을 어긴 사실을 인정했다"며 "다른 학교에 대해서도 철저한 시험지 관리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학교는 의무교육인 만큼 학교측에서도 징계수위에 대해 고민중"이라며 "사립학교인 만큼 자체 징계위원회가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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