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허경자. 서귀포문화원 부원장 ⓒ제주의소리
허경자 씨(서귀포문화원 부원장)가 수필집 ‘그 섬이고 싶었네’(문예운동사, 값 1만2000원)를 펴냈다.   ⓒ제주의소리
허경자 씨(서귀포문화원 부원장)가 수필집 ‘그 섬이고 싶었네’(문예운동사, 값 1만2000원)를 펴냈다.   ⓒ제주의소리

허경자 서귀포문화원 부원장, 네 번째 늦둥이 수필집 펴내

섬에 사는 그 여자. 시월의 끝자락에서 네 번째 늦둥이를 출산했다. 세 번째 산고를 맞은 지 3년 만이다.

허경자 씨(서귀포문화원 부원장)가 수필집 ‘그 섬이고 싶었네’(문예운동사, 값 1만2000원)를 펴냈다.

 

▲ 허경자 수필집 ‘그 섬이고 싶었네’(문예운동사, 값 1만2000원)   ⓒ제주의소리

섬 여자가 된지 25년 만에 비로소 섬의 삶에 체념한 것일까. 아니면 섬의 유혹에 늦바람이 난 것일까. 자꾸 섬의 속살 속으로 떠난다. 

신혼시절 남편을 따라 바다 건너와 만난 제주 섬은 서둘러 떠나야 할 정 붙일 곳 없는 황량한 곳이었다.

그러나 점점 복잡해지고 익숙해지는 일상 속에 묻혀 살다보니 어느덧 제주 서귀포에 둥지를 튼 지 25년.

‘섬이고 싶은’ 욕망은 세월을 거스를 수 없어서가 아니라, 내동댕이쳐져 미처 알지 못했던 본능이었다. 자유롭게 유영하는 한 마리의 물고기처럼, 누대로 물려받은 섬 여자의 DNA을 뒤늦게 발견한 것 뿐이다.


풍다風多의 섬에 살면서도 내내 그리워하던 미지의 세계.
진실로 떠나보지는 못했지만 수없이 상상의 날개를 펼쳐 맘속에 그리고 가슴에 담아두었던 수많은 섬들.
푸르른 하늘과 맑은 바다를 가르는 모호한 경계의 신비로움에 나는 한 마리 물고기가 되어 자유롭게 유영했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도 복잡한 일상에 뒤엉켜서도 나는 늘 섬을 유랑하며 가상 속의 섬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 섬으로 떠나다 中에서 -

그녀는 올 들어 유난히 잦았던 병치레 속에서 ‘늙음’을 발견했지만 순응하고 있고,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던 어릴 적 꿈 대신 쉰 살의 나이에 빠진 글쓰기로 새로운 행복을 맞고 있다.

삼십년을 살 섞은 남편이, 그것도 문학적 감성 따위완 관계없는 남편이 문득 보낸 ‘네가 나의 꽃’이라는 낯간지러운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에도 눈물 흘리고, 끊임없는 향수로 숙성된 제주애(濟州愛 )를 잉태해내는 노화가 변시지 옹의 ‘제주화’도 무작정 좋아졌다.

반백이 지나도록 앞만 보고 달려왔던 자신의 길과, 그 길이 온전한 길이였는지를 곱씹으며, 가벼운 배낭에 모자하나 눌러쓰고 제주올레의 ‘간세다리’로 살고 싶은 그녀다.  

이 모든 게 섬에 살면서, 제주라는 섬에 살면서 재발견한 자신의 모습이다.

그녀는 고백한다. “제주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수필이라는 문학과 만났고, 척박한 삶을 살아내며 여성운동을 시작했다. 쉰 살이 나이에 사람의 소중함도 깨달았다”며 “어느새 등단 십년, 네 번째 산고다. 용기 내여 전하는 소소한 이야기에 사랑하는 이웃들의 응원을 바란다”고.

 

▲ 수필가 허경자. 서귀포문화원 부원장 ⓒ제주의소리

허경자는 2001년 2월 월간 ‘문예사조’에서 ‘순종의 미학’으로 등단했다. 그 후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수필문학에 대한 정체성 연구’란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제주특별자치도 문인협회 감사, 문화예술위원회 위원, 서귀포문화원 부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문인협회와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영주어문학회 회원, 문학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그동안 수필집 ‘아내의 비밀창고’(2003), ‘이브의 팡세’(2006), ‘바람의 섬에게 길을 묻다’(2009)를 펴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