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출신인 허영섭 씨가 <일본, 조선총독부를 세우다>를 발간했다. 438쪽 1만9천원. 채륜. ⓒ제주의소리
언론인 허영섭. ⓒ제주의소리

조선이 일본에 강제합병 됐던 것이 꼭 100년 전이다. 1910년, 제국주의 일본은 조선을 무력으로 굴복시키고는 강토와 백성에게 온갖 만행을 저질렀다. 토지와 물산을 빼앗고 창씨개명을 강요했다. 이 땅의 젊은이들을 전쟁의 총알받이로 몰아넣었다.

500년 왕조를 쥐고 비틀었던 ‘조선총독부청사’는 조선의 혼과 얼이 담긴 경복궁 근정전 맞은편에 들어섰다. 왕조의 심장부를 정면에서 틀어막아 새로운 통치자로서의 위세를 보여주겠다는 뜻이었다.

▲ 언론인 출신인 허영섭 씨가 <일본, 조선총독부를 세우다>를 발간했다. 438쪽 1만9천원. 채륜. ⓒ제주의소리

한일합병 100년. “과연 일본의 한국에 대한 식민통치는 정당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허영섭 칼럼니스트가 발간한 <일본, 조선총독부를 세우다>(438쪽.채륜)를 통해서다.

이 책은 지난 96년 발간됐던 <조선총독부, 그 청사 건립의 이야기>를 손질하고 가다듬어 14년 만에 새로이 내놓은 것이다. 에 근거해 조선총독부청사가 지어지던 당시의 상황을 훑었다.

‘조선총독부 청사를 짓는 데 소요된 평당 건축비는 620엔 정도. 비슷한 시기에 준공된 도쿄의 마루노우치 빌딩(800엔)이나 유센 빌딩(1185엔), 유라쿠칸(830엔) 등의 건물들과 견줄 때 평당 건축비가 훨씬 헐하게 치인 셈이었다. 이 땅, 이 백성들을 착취한 결과였음은 물론이다.’ -본문 중에서

저자에 따르면 ‘조선총독부’는 제국주의적 악랄성은 그대로 드러내는 상징물이다. 일제의 노림수는 500년 왕조의 가장 중요한 상징인 경복궁을 마구 헐어냄으로써 조선 백성의 뇌리에서 왕조의 잔영을 모조리 지워내자는 것이었다.

이러한 배경은 저자는 머리말에서도 강조되고 있다. “일본이 경제적, 외교적, 군사적으로 세계적인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역사는 우리에게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는 대목에서다.

비통한 과거사는 미처 청산되지 못하고 시간에 떠밀려 오늘에 이르렀다. 일본과 한국은 같은 바다를 끼고 마주하고 있다는 이유로 교류를 이어오고 있지만 여전히 ‘먼 나라’로 분류되는 건 여전히 독도 영유권 문제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정신대 할머니 문제 등으로 100년 전과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 언론인 허영섭. ⓒ제주의소리

저자는 “억압했기 때문에 무조건 잘못됐고, 억압을 당했기 때문에 정의실현 차원의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단순논리에 대해서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철저한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엄연한 역사 현실에서 스스로 자신의 영역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누구에게 돌릴 수 있을 것인가”라고 메시지를 띄운다.

시사교양지 <뿌리깊은나무>와 전경련을 거쳐 25년간 경향신문에 몸 담았던 저자는 ‘기자’ 특유의 시선으로 역사를 꿰뚫는다. 현재 그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광고분과 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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