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호 칼럼>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 등재추진을 해야하는 이유

필자의 대학은사 중에 세계 60여 개국을 여행하신 분이 있다. 이 분은 “여러 나라를 다녀봤지만 제주만한 곳을 찾기 어렵다”라는 말씀을 곧잘 하셨다. 여행지로서 갖출 매력을 다 갖췄다는 말씀인데, 필자로선 해외여행의 경험이 부족한지라 실감이 나질 않는다.

그래도, 제주가 자랑할 수 있는 자산이 자연환경, 자연경관임은 충분히 알 수 있다. 현명하게도, 우리는 세계가 주목하는 세계적 자산으로 전환해 놨는데, 유네스코가 인정하는 ‘자연과학분야 3개 부문 등재’이다. 이 사건은 제주의 가치를 엄청나게 높인 일이어서 제주인으로서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게 한다.

지금 우리에게는 엄청난 가치와 혜택으로 다가온 제주의 자연환경이지만, 이전 우리 조상에게는 엄청난 고난과 고통을 주는 극복의 대상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조선시대에는 이도민(離島民)대책으로 200년간의 ‘출륙금지령(出陸禁止令)’이 있었고, 일제강점기이후에는 일본 등지로의 ‘타관벌이’가 많았던 원인이며, 매일같이 돌밭을 일구고 멀리까지 마실 물을 길러 다녀야 했던 원인이기도 했다. 또한 초자연적 또는 초인적 존재에 의탁하거나, 강한 공동체의식을 바탕으로 서로를 돕지 않으면 견디기 어려운 생활방식을 만들어내게도 했다. 그만큼, 제주에서의 생활은 제주의 척박한 자연환경을 극복 또는 순응해야 생존 자체가 가능한 그런 것이었다. 이렇듯, 제주의 척박한 자연에 순응하거나 극복하면서 형성해 온 것이 제주문화유산들의 독특한 내용인 것이다.

제주의 독특한 문화유산들을 재정립하여 세계복합유산으로 등재하는 거사를 통해 세계가 인정하도록 만듦으로써 제주의 새로운 미래가치를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유네스코에서는 ‘인간과 자연과의 상호관계에 생겨난 문화적 경관(Cultural Landscape)’을 인정하고 있어, 제주는 등재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세계복합유산 등재추진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효과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세계에 29건에 불과한 희소성을 기반으로 제주의 가치를 드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등재된 자연유산을 바탕으로 새롭게 문화유산이 인정받게 되면 자동적으로 복합유산으로 등재하게 되는데, 이는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이란 타이틀과 함께 다시 한 번 세계적인 대사건으로 주목받을 일임에 틀림이 없다.

둘째, 등재를 추진하는 과정은 제주의 문화유산을 총합적으로 되돌아보고 새로운 가치를 추출해내는 총정리작업이 된다는 점이다. 제주인들과 자연환경과의 상호관계에서 형성된 문화유산에 대한 학제(學際) 또는 분야를 망라하는 총체적인 통합정리와 재정립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더불어,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유지ㆍ관리하는 행정체계도 새롭게 정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셋째, 21세기를 선도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 제주의 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가치를 새롭게 창출하는 창조지역산업을 탄생시키는 모태가 된다는 점이다. 궁극적으로, 이는 지역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고양하면서, 살고 싶은 욕구가 생겨나게 하는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을 이루게 할 것이다.

문화 간에 우열(優劣)은 없고 상이(相異)함만이 있다는 얘기는 이미 상식이다. 그럼에도, 제주의 문화유산들을 현대의 생활에 어울리지 않는 ‘구습(舊習)’ 혹은 ‘골동품’, ‘옛날이야기’라 하여 타파의 대상 혹은 관상품의 대상, 신비의 대상 정도로 인식하고, 외부문화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제주문화유산의 의미나 가치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닌가라는 것이다. 우리의 문화유산을 고수하고 답습하자는 주장이 아니라,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를 재창조함으로써 제주의 미래가치를 높이자는 말이다.

▲ 양상호 제주국제대학교 건축디자인학과 교수.
결국,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 등재추진이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에 대한 잠재력과 성장가능성을 새롭게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며, 지속가능한 미래자원으로서 앞으로 제주인들의 삶의질 향상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리라는 것이다. /  양상호 제주국제대학교 건축디자인학과 교수

<제주의소리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