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훈 시인의 아홉 번째 시집 <강정은 4.3이다>. ⓒ제주의소리
▲ 김경훈 시인의 아홉 번째 시집 <강정은 4.3이다>. ⓒ제주의소리

김경훈 시인 아홉 번째 시집 '강정은 4.3이다' 발간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5년이나 열병을 앓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그곳에서 그를 몇 번이나 봤지만 유독 뇌리에 꽂히는 장면이 하나 있다. 지난 4월 마을 의례회관 앞에서 열린 해원상생굿에서다.

4.3에 희생된 100여명의 원혼과 마을 주민들을 달래는 굿판에서 김경훈 시인은 자신의 시 ‘자존을 위하여’를 보시했다.

“누가 강정이 4.3 아니라고 하는가//눈 못 감고 죽어간 영령들이/ 부릅뜬 눈으로 강정을 호곡하고 있는데//누가 감히 강정을 4.3 아니라고 말하는가” 그는 잘근잘근 한 줄씩 슬픔을 삼켰다. 차마 터트리지 못한 분노는 한숨과 섞여 공중으로 흩어졌다.

오랜 시간 제주4.3을 조사하고 연구해온 김경훈 시인이 아홉 번째 시집 <강정은 4.3이다>를 펴냈다. 지난해 발간한 <돌맹이 하나 꽃 한송이도>은 글 조각들을 모은 책이라면 이번엔 시로써 강정을 어루만졌다.

“강정은 4.3이다”라는 다소 도발적이기까지 한 이 문구는, 이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쓰이고 있다. 그때처럼 많은 주민들이 목숨을 잃지는 않았지만 그에 못지않은 상황이 매일 벌어지고 있어서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김 시인은 4.3이라는 운명을 등에 업고서 오늘에 이르렀다. 그렇잖아도 무거운 어깨에 이제는 강정을 얹었다. 그래서 4.3과 강정은 둘이면서 하나이고 하나이면서 둘이다. 적어도 그에게는 그렇다.

김 시인은 “평화가 깨지고 인권이 유린되는 가장 아픈 마을 강정에서, 실천적인 평화와 세계적인 연대로 해방과 통일, 평화와 사랑이 기적처럼 새 길을 만들고 있다. 이것이 강정의 정신이 4.3인 이유”라고 책머리를 열었다.

4.3의 끝을 1957년 4월 2일 마지막 무장대 오인권이 생포된 날로 보기도 한다. 때문에 이번 시집에는 ‘옛날과 그대로다’, ‘다랑쉬굴과 강정’, ‘오적(五賊)’ 등 57편의 시가 연작으로 실렸다.

5년 내리 몰아친 공권력에 미처 삭이지 못한 분노가 시어로 새어나갔다. 그럼에도 그는 희망을 절대로 놓지 않는다. '백지화 되는 그날,' 맨 마지막 "그날은 이제 곧 오리라"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강정은 4.3이라 목을 놓아 외치고 있지만 여태 끝 없는 4.3과는 달리 강정만큼은 해피엔딩이기를 소망하고 있다.

도서출판 각. 80쪽. 7000원.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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