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詩앗·채송화의 아홉 번째 동인지 '울음의 본적'. ⓒ제주의소리

다다익선이라지만 때로는 적을수록 좋은 것들도 있다. 죄다 쏟아내는 것보다 삼키는 것이 미덕임을 시로써 이야기하는 이들이 있다. 없음(無)을 ‘쉼’이라 이야기하는 이들이다.

짧은 시 운동을 펼치고자 지난 2008년 꾸려진 시 동인 ‘작은詩앗.채송화’. 이들은 스스로를 가리켜 “장황한 수사나 수다스러움을 절제하면서 짧고 깊은 울림을 주는 시의 본류, 시의 원형을 탐색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집중과 함축이라는 시의 원형을 찾고자 시작한 짧은 시 운동이 아홉 번째 동인지로 또 하나의 열매를 맺었다. 최근 펴낸 <울음의 본적>이다.

어느 한 지역을 지향하지 않는 이들은 부산, 전주, 남원, 진주, 서울, 울산, 대전, 제주 등 각 지역을 아우른다. 이 가운데는 서울에서 태어났으나 열두 살 때 제주로 건너온 뒤 쭉 제주에서 살아온 나기철 씨도 있다.

이번 동인지에는 9명의 시인이 각 5편씩 신작시를 내놓았다. 장황한 수사를 걷어내자 오롯한 제 감정이 앙금처럼 가라앉았다. 활자로 뱉지 않은 감정들은 이미 여백에 스며들었다고 이들은 말한다. 때문에 이들의 시는 길어봐야 두 문단, 스무 자도 안 되는 시도 있다. 

또한 동인지에는 한국 현대시사에 남을 짧고 단단한 시를 한 편씩 골라 소개하는 ‘한국의 명시’에는 이용악 시인의 ‘북쪽’이 실렸다. 초대시로 김종길, 박희진, 이하석 시인의 신작시 각 2편이 담겼다. ‘채송화가 읽은 좋은 시’와 ‘채송화시론’도 덧붙었다.
 
고요아침. 7500원.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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