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주 칼럼> 박근혜 정부서 제주개발전략은 무엇인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자신의 경제정책 기조로 경제민주화 실현과 민생을 보듬기 위한 중산층 70% 시대로 복원을 약속했다. 국토개발정책이나 지역개발정책에도 새로운 리더십에 따라 순기능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어 덕칠 것이라고 본다.

특히 중앙정부 절대의존형인 제주개발도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아마 이런 정책기조가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면 지금까지 대기업-자본중심의 제주개발정책도 심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박근혜 당선인이 내세운 경제민주화나 중산층 70%시대로의 복원은 이명박 정부의 대기업 중심의 성장주의 정책과는 ‘물ㆍ불’ 관계다. 박 당선인 정책기조가 새정부 모든 정책에 직ㆍ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봤을 때 그 파장은 예사롭지 않다. 지금까지 해 왔던  경제정책 기조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될 것이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 입장에선 전임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해 왔던 대기업 중심의 성장주의를 어떤 형태로든 혁파해 나가는 과정에서 모양새 있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는 부담은 있을 것이다. 극단의 경우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면서 정치적 이유를 들어 ‘경제민주화-중산층 70%’ 자신의 최대 공약을 포기하는 수순을 밟을 수도 있지만... 

# 성장주의가 자본가 이익 위한 것이라면, 경제민주화는 서민을 고려한 정책

  누구든 경제민주화에 대하여 일장연설 한다. 그렇지만 그 의미는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그 뜻이 달리 해석되고 있다. 법학을 생업수단으로 하는 필자의 경우 헌법과 연관시켜 그 뜻을 헤아리기를 좋아한다.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 성장과 적정한 소득 분배, 시장 지배와 경제력 남용 방지,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헌법 제119조제2항)

상당수 국민은 이것이 경제민주화의 근거라는데 대체로 동감하고 있다. 이 규정을 풀어 쓰면 ‘정부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만든 법을 수단으로 사용하여 현재의 대기업에 쏠린 부(富)의 편중 현상을 완화 시켜 나가는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이게 경제민주화의 요체다. 한발 더 나아가 경제민주화를 ‘경제적 평등을 최대한 달성하는 것’,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이도 있다.

 기업중심의 성장주의에 대한 논란은 전혀 간단치 않다. 기업가들은 ‘기업중심-성장주의’정책을 대단히 반기지만, 공평배분을 옹호하는 대다수 국민 입장에서 보면 열 받는 정책기조다. 아마도 자본주의가 이 지구상에 남아 있는 한, 장단점에 대한 논란의 방점은 영원히 찍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들 진영의 이론가들의 말을 빌리면 성장주의란 ‘부유층이 나서서 사업투자나 소비를 많이 하게 되면 덩달아 일자리가 저절로 많이 늘어나게 되고, 그 결과 많은 저소득층 국민들이 취업기회를  잡게 되어 소득을 얻을 수 있게 됨으로써 국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논리로 요약된다.

대기업 및 부유층이 더 많이 벌면 덩달아 국민 일자리 창출을 위하여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되고, 그래서 국가 또는 지역경제가 부양되어 국가의 전체 국내총생산액(GDP) 또는 지역총생산액(GRDP)이 증가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또 부자 등의 기여로 저소득층에게 혜택이 저절로 돌아가 부자들과 저소득층간의 소득수준 양극화가 자연스레 해소될 수 있다는 논리를 댄다.  이런 이유로 ‘기업중심 성장주의’를 옹호하는 이들은 대기업과 부유층 중심의 국가경제정책은 ‘성장을 통한 국부의 증대’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이들은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고용이 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의 병폐에 이르러서는 궤변을 늘어놓기 일쑤다. 특히 공평한 분배보다는 성장을 위한 부자감세와 각종 특혜 등을 부여하는 것은 너희들을 위한 것이니 꼴까와 할 필요가 없다고까지 주장한다. 

이 낙수효과(落水效果:trickle down effect)를 극단적으로 기대했던 MB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했다는 건 국민 누구든 공감하고 있다. 이 정책 기조하에 추진돼 왔던 제주개발정책 역시 지난 10년 성과에 비추어 실패한 것으로 드러나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정국에서 국민을 향해 누누이 이명박 정부의 대기업중심 성장주의 경제정책이 실패했음을 이실직고 했다는 점은 앞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물경제 상황에서도 특혜를 누린 대기업이 기대했던 투자를 하지 않고 사내유보금 명분으로 100조원 이상을 재워놓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들은 투자하지 않은 이유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내세운다. 한편 일리 있어 보이지만, 대다수 국민의 희생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보면 그들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이들이 영세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영역까지 자신의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지경에 이르러서는 이명박 정부의 ‘대기업중심 성장주의’ 정책기조가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실체가 여실히 드러난다.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영세서민이 겪는 먹고 사는 문제의 시름은 점점 깊어지고만  있다. 중산층 또한 그 범위가 쪼그라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집값 하락, 가계부채 등으로 위기의 소용돌이로 내 몰리고 있다. 청년들의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고 있어 취업은 꿈이 되고 있다. 임시ㆍ비정규직도 양산되고 있다. 조기퇴직을 앞둔 기성세대 노후 또한 암울하다. 대기업을 위한 미국ㆍ중국 등과의 자유무역협정 여파로 농어업종사자 미래 전망 또한 밝지 않다.


# 대기업중심의 제2차 제주개발종합계획, 박근혜 정부 정책기조와 에 맞나?

제주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관광산업 중심의 편향된 산업구조와 지역 관광업자 대부분이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적 양극화는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비쳐지고 있다. 올해 관광으로 몇 조원을 벌어들인다는 제주도의 허세와는 달리 제주개발에 따른 특혜적 호황 바람은 대기업소유의 관광업자들과 외국인 면세점에게만 크게 불고 있다.

 제1차 제주개발종합계획은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년동안 35조3700억원을 투자해 제주를 관광과 휴양·문화를 중심으로 한 국제자유도시로 조성하는 것이었다.  총투자규모 29조4900억원 중 국비 6조2400억원, 지방비 4조100억원, 공사ㆍ공단조성비 6400억 원을 제외한 18조6000억원을 민간투자로 끌어들이는 계획이었다. 

제1차 종합개발계획 만료시점까지 공항·항만과 같은 공공시설과 골프장 조성을 비롯한 민간개발 사업에 13조원이 투자되었다. 그러나 그 실적은 매우 지지부진한 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휴양형주거단지 조성사업, 신화(神話)·역사공원 조성사업, 서귀포관광미항건설사업, 헬스케어타운 건설사업 등 모두 6개 사업 투자실적은 목표액 6조5000억원의 10%수준인 660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급조된 제2차 제주개발종합계획(2012년~2021년) 또한 10년이란 사업기간에 33조80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하는 것을 주된 골자로 하고 있다. 국비 11조3400억원(33.6%), 지방비 5조700억원(15%), 민자 17조3700억원(51.4%)이다.  

이 재원은 주로 중국인을 겨냥한 복합리조트 조성, 신공항 건설,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ITㆍ바이오ㆍ에너지를 결합한 연구개발 집적단지조성 등 시설물 개발에 집중 투자되는 것을 예정하고 있다. MICE산업 기반과 실내형의 테마파크, 에코피아조성 등 관광산업 분야도 있다. 

#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에 조응하는 제주개발종합계획 수정 필요성

제주자치도는 2차 제주개발종합계획이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면 2021년에 관광객이 1330만명으로 2010년보다 176% 증가하고, 1인당 도민소득은 미화 3만달러, 도민은 7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치를 내놓았다. 꿈은 그럴 듯하하다. 하지만 이 꿈을 해몽하기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에서 전혀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우선 1차 제주개발종합계획 실패사례에 비춰볼 때, 현재 제주를 둘러싼 여건과 제주 역량을 충분히 감안해 제2차 개발계획이 수립되었는지가 확실치 않다.

더욱이 국가 경제전망과 관련해 앞으로 주요 수출대상국인 미국경제의 장기침체가 예상되고 있을 뿐 아니라 유럽 경제전망 또한 밝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제주도가 핵심적 타깃(target)으로 삼고 있는 중국경제 또한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 경제 질서의 교란 상황에서 새로운 리더십의 출현과 더불어 속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음도 주목해야 한다. 그렇다고 제주개발주체 역량이 이런 난국을 극복하기에 최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경험에 비추어 1차 계획 추진상황을 반추해볼 경우 그 역량이 매우 불투명하다는 것이 대체적 시각이다.

둘째로 새롭게 출범할 박근혜 정부의 정책기조가 종합계획에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실현가능성을 예측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제주도정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정기승진인사 운운하는 등 제주개발의 태평성대가 도래되었음을 구가(謳歌)하면서 한량함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 상황에서 과연 기대했던 종합계획상 국비 확보가 쉽게 가능할지 아무도 속단할 수 없다. 지난해 신공항타당성 조사용역비 10억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겨우 5억원만 계상 받았던 전례를 떠올려 보면 짐작이 가고 남는다.

셋째로 제2차 종합계획상 특정사업이 벤치마킹(benchmarking)한 다른 나라 또는 다른 도시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성장산업이었기 때문에 제주에서도 마찬가지로 도민 이익이 제고되고 투자자수익창출이 극대화될 것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논리가 묘수를 발하지 여부도 속단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모든 게 전혀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필자가 보기에 제2차 제주개발종합계획은 제주도(濟州島)의 환경적 장점과 투입가능한 모든 인적· 물적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10년 후 기대 가능한 제주관광산업진흥과 육성을 위한 제주개발주체들의 행동기준으로 비쳐지고 있다. 그러나 10년 후를 내다보는 행동기준으로서의 종합개발계획으로 평가되기에는 여러 가지 면에서 충분치 않아 보인다.

# 지난 10년 제주개발의 진실 반면교사 삼아 새로운 비전을 탄생시켜야

2011년 12월31일. 이날 제주도당국 누구도 지난10년 제주개발의 성과에 대해, 제주개발의 불편한 진실에 대해 도민을 향해 정중하게 이실직고하지 않았다. 이 방치 속에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제1차 제주개발종합계획은 종료되었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제1차 제주개발종합계획의 의미는 홍콩·싱가포르와 경쟁할 수 있는 국제관광지로 비상하는 게 얼마나 실현하기 어려운 과제인지 도민들에게 실감시켰다는 사실일 것이다. 국비와 민자를 끌어들이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서 제주국제자유도시 기반을 다져 나가는 게 얼마나 어렵고 험난한 길인가를 보여줬다. 그러나 이 계획은 애당초 처음부터 실현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은, 상당히 무리한 계획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이제 얼마 안 있어 박근혜 정부가 탄생한다.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고 중산층 70%시대로의 복원을 천명한 새로운 리더십이 국정을 수행한다.  먼저 이명박 정부의 정책기조를 과감히 혁파하여야 한다. 더욱이 그 추진과정에서 전경련 등 이해당사자의 반대논리를 내세운 진언(眞言)에 당초 공약이 완화 또는 수정 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아니면 극단적인 경우 당초의 공약을 폐기처분하여 그야말로 공약(空約)상태로 유야무야 방치해버릴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제주개발이 새로운 패러다임 하에서 새로운 대안을 충분히 검토해 박근혜 정부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아야 할 당위성은 너무도 당연하다. 미래 제주도민을 위하여 지상명령인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제주자치도의 행태는 너무 한가로워 보인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이치를 망각하고 있는 듯하다.

▲ 백승주(고려대지방자치법학연구회 회장)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소장
 그렇다면 제주개발정책기조는 어떻게 변경되어야 할 것인가?  물론 지난 10여년 국내외 대기업 투자를 통한 관광산업 육성을 제일로 하는 ‘성장주의’를 제주도정이 금과옥조로 여겨 왔다는 점에서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그래서 도민 모두에게 더욱 귀추가 주목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도민의 편에서 고민한 후에 발상의 전환을 통해 대다수의 권익증대를 위해 정중하게 도전한다면 못할 것도 전혀 아닌 것이다. /백승주(고려대지방자치법학연구회 회장)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소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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