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 제주민예총 이사장 <제주의소리> 연재 중인 '제주담론' 책으로 발간 

박경훈 제주민예총 이사장이 지난 2010년부터 <제주의소리>에 연재했던 ‘제주담론’과 곳곳에 실었던 기고들을 모아 <제주담론> 발간했다.

2010년 8월 5일부터 연재를 시작해 2013년 1월 17일까지 실린 제주담론은 17편. 지난해부터 제주민예총 이사장직을 맡아 여느 때보다도 바빴지만 글은 더 자주 썼다. 그만큼 보는 눈도 더욱 깊어진 덕분이다.

17편 중에서 가장 적은 분량이 A4용지 다섯 장, 많을 때는 스무 장에 이른 적도 있다. 칼럼 아닌 ‘담론’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덕분에 편집자도 땀 깨나 흘렸다는 후문이다.

 

▲ 제주의소리 필진인 박경훈 제주민예총 이사장이 그간 연재한 '제주담론'을 책으로 묶어 발간했다. ⓒ제주의소리

그가 내놓은 글들을 살펴보면 제주 역사 초유의 도지사소환투표, 4.3역사정립 등 정치적인 이슈에서 부터 제주올레, 제주의 구도심 등 같은 영역까지 제주에 관한 사안이라면 분야를 넘나들었다. 때로는 쓴 소리도 거침없었다. 지역사회라는 환경에서 어쩔 수 없이 부딪히게 되는 학연, 혈연, 지연 등을 잠시 잊은 듯 보였다.
 
그가 내놓는 글마다 반응도 뜨거웠다. 조회수가 이를 입증한다. [신공항 건설, 돌다리 두드리기(2012.9.29)], [영화 <광해>를 보고, 정치를 생각하다(2012.10.26)], [전두환과 히틀러, 그리고 ‘더 갤러리’의 운명(2012.8.10)], [노면전차 ‘트램’ 논란과 ‘피크오일’시대(2010.8.5)], 세계사의 격변기마다 바람 타는 섬(2011.5.19)] 등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인기글이다.

이밖에도 문화산업을 통한 구도심 활성화. 친환경적인 도시경관 등 분야를 가릴 것 없이 그만의 내공으로 현실과 대안을 짚었다. 4.3으로 일컫는 제주의 근현대사와 정치현실에 대해서도 무게 중심을 뒀다. 전통에 기반을 둔 지역의 문화․예술 현실 등 제주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빼놓지 않았다.

그의 본업은 화가다. 개인전만 7회를 치렀으니 화단에선 중견에 속한다. 그러나 정작 그에게 ‘화백’ 혹은 ‘작가’라 부르는 이는 많지 않다.  그의 주된 활동이 화가들의 전형을 빗겨가기 때문이다. 창작활동보다는 지역의 얽힌 문제를 풀어나가는 운동가에 가깝다.

그의 이름 석 자 뒤에는 항상 여러 개의 꼬리표가 붙는다. 30대 초반 미술교사로 교단에 서기도 했고, 현재 맡고 있는 제주전통문화연구소장, 전에는 탐라미술인협회 회장도 지냈다. 제주4.3평화공원 사료관을 태동시키는 과정서 전시기획팀장이라는 산파 역할을 맡기도 했다. 공통분모는 문화운동가다.

제주담론 시리즈는 그의 이력의 집합체다. 현실과 역사에 작업의 초점을 맞췄던 그다. 그가 덧붙이는 설명들은 ‘카더라’는 뜬 말이 아니라 사료해석과 통계까지 인용한 자료들이다. 구성 또한 만만치 않다. 그간 현장을 누비며 쌓인 내공들이 문장마다 녹아든 덕분이다.

그는 말한다. “제주 땅에서 지식인으로 산다는 것은 지난한 일”이라고. 궨당의 섬에서 제 목소리를 낸다는 건 삼촌과 이모, 선배와 후배 등 가까운 사람들과 낯을 붉히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건 이 땅에서 더 이상 생산적인 문제의식을 공유하거나 새로운 생각들이 만나며 만들어질 미래를 포기하는 일임을 그는 잘 알고 있다.  

▲ 제주의소리 필진인 박경훈 제주민예총 이사장. ⓒ제주의소리

그의 말은, 말에서 끝나지 않는다. 누누이 구도심 재생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던 그는 지난해에 보따리를 싸들고 구도심에 사무실을 얻었다. ‘제주 자청비데이 프린지페스티벌’이라는 축제로 숨죽은 구도심에 문화예술이라는 활기를 불어넣기도 했다. 

앞으로도 그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번 발간된 <제주담론>에 1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적어도 5편까지는 내야 하지 않겠냐”는 농 섞인 소감에서 그의 각오가 엿보인다.

출판기념회는 18일 오후7시 삼도2동 각 북카페에서 진행된다. 그는 “간단한 출판기념식과 동․서양 막걸리 뒤풀이가 이어지는 만남의 자리”라며 초대장을 띄웠다.

도서출판 각. 496쪽. 2만원. 문의=<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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