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 씨가 펴낸 '제주의 돌문화'. ⓒ제주의소리

 

▲ 김유정 씨가 펴낸 '제주의 돌문화'. ⓒ제주의소리

돌 많은 섬 제주, 오랜 역사 속에서 돌은 일터이자 보금자리이며 고난의 상징이기도 했고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때문에 돌은 제주 섬의 문화를 들여다보는 열쇳말이기도 하다. 

제주문화연구소장이자 미술평론가로 활동하는 김유정 씨가 '제주의 돌문화'를 발간했다. 지난해 돌, 바람, 여자가 많은 삼다(三多)에 말과 가뭄 또한 많다는 오다(五多)의 개념을 내놓았던 그가 이번엔 돌에 얽힌 제주의 풍토를 한 권 책으로 다뤘다.

제주에서 돌문화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돌담'이다. 가장 흔한 돌담은 가장 제주다운 경관을 품고 있다. 밭을 보호하거나 소유 경계를 짓는 밭담, 바람을 막기 위한 집담과 올레담, 무덤을 보호하기 위한 산담 등 삶에서 죽음에까지 이른다. 

제주의 밭담이 기록에서 드러난 건 15세기에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勝覽)>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제주에 판관으로 부임했던 김구(金坵, 1211~1278)에 의해서다. 밭에 경계가 없던 당시에는 토호세력들이 서민들의 밭을 차츰 점령하기 일쑤였다. 이를 지켜보던 김구가 돌을 쌓아 경계를 만든 것이 오늘까지 전해져오는 밭담이다.

이어 저자는 제주의 산담에 시선을 뒀다. '영혼의 집 울타리'라고 표현했다. 죽음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여느 돌담과는 의미가 다르다. 산담을 가리켜 '대지 예술'이라고 추켜세운 그는 "어떤 축조물보다 대단한 규모다 자연주의적 섬의 풍토와 잘 어울리는 환경미술"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현무암으로 만든 국내 유일의 고려후기 석탑인 '불탑사5층석탑'을 으뜸의 보물이라 여겼다. 흔히 보물이라 하면 금은보화를 떠올리곤 하지만 단지 돈이나 보석으로 따질 게 아니라 유물의 가치에 따른 것이기에 전해오는 무엇이든 보물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허벅이 보물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제주에는 보물이 6개 있다. 관덕정, 불탑사5층석탑, 탐라순력도, 안중근 의사 유묵, 예산김정희종가유물일괄, 최익현초상 등이다.

이와 더불어 저자가 20여년 가까이 매달린 '동자석'에 관한 연구 논문이 2부에 실렸다. 제주돌문화 용어는 부록으로 덧붙었다.

김 씨는 "제주인들은 어떤 외래문화도 제주에 이입돼 오면 창조적으로 변형시킨다. 소박하지만 자생적인 능력과 변환적 능력이 뛰어난 제주인들의 힘이야말로 우리가 알지 못했던 소중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크고 영웅적이고 사건 중심’의 역사적 시점에서 ‘작고, 변변찮은 것, 소홀이 여겼던 것’을 보아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설명을 보탰다.

서귀포문화원에서 펴냄. 357쪽. 비매품. 문의=064-733-3789.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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