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의 제주담론] 19 下 문제는 행정이다, 그리고 도지사다

역시 문제는 행정이다. 행정이 제주자연에 대한 일관된 원칙을 세우지 못하고 오히려 그 논란의 주인공이 되다 보니, 40여 년간 한라산 케이블카 문제도 질질 끌었던 것이다. 제주도는 제주의 공공자원을 그 공공성이 보장되도록 관리하고 후손에게 물려주는 관리자로서 엄중한 의무를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과 관련해서 제주도는 개발업자들의 편에 서는 바람에 제주의 자연은 늘 고양이 앞의 생선 꼴이었다. 어쩌면 현재에도 제주의 자연은 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행정이 제주도민과 제주자연에 반하는 입장일 때 이는 도적놈들에게 문지기를 맡기는 꼴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돌이켜보자. 한라산을 지킨 일등공신들이 누구였는지, 현재 세계자연유산으로 각광받고 있는 천혜의 자연유산들을 지켜온 지킴이들은 누구였는지. 행정이나 개발주의자들은 입만 열면 말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그만하라고. 반대만 하면 밥은 누가 먹여주냐고 볼멘소리를 하지만, 결국 그 반대를 위한 지리한 싸움이 한라산과 제주자연을 지켜내지 않았는가?

행정에서 자주 내세우는 효율성과 결과만을 놓고 보자. 세금 내어 도지사 시켰더니 고양이 문지기 역할밖에 더한 셈 아니었나? 결국은 제주자연을 사랑하는 산악인들과 양심적인 학자들이, 그리고 개발업자들에게는 가시 같은 존재들인 시민단체들과 환경단체들이 욕먹어 가면서 지켜낸 것 아닌가? 

우 도정의 ‘선 보전 후 개발’의 원칙은 옳은 방향이다. 분명 이제 제주도는 케이블카 없이도 관광객이 1천만 명 시대에 이르렀다. 그런데 케이블카를 관광인프라로 내세우는 논리에 도지사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에 오는 관광객들이 케이블카 때문에 오겠는가. 아니면 세계자연유산에 빛나는 제주의 경관과 문화를 경험하러 오겠는가?

케이블카가 관광객을 제주도로 유인해오는 아주 중요한 요인이 된다면 이는 백번 양보해 관광인프라로 인정할 수는 있겠으나, 이미 섬 안에 들어온 관광객을 호객해서 운영하는 케이블카가 1천만 관광객을 더욱 증대시킬 어떤 과학적 근거가 있을까? 결국 케이블카 설치는 찬성주민들 몇몇과 라온랜드가 공공의 경관을 사유화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라온이 내세우는, 지역기업에게 대규모 개발사업의 기회를 달라는 것은 경쟁기회의 평등화라는 점에서 타당성 있는 요구이겠으나, 그 요구가 하필 케이블카나 또 다른 공공의 자원을 사유화하는 것이라면, 설령 도내 기업이라 해도 허용되어선 안 될 일이다.

아무리 보아도 우근민 도지사가 초심에서 빗겨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처음에 가졌던 ‘선 보전 후 개발’의 원칙은 어느덧 사라지고 예전의 개발지상주의 도지사의 행태로 돌아가는 모습이 역력하다. 특히 비양도 케이블카에 대한 도지사의 향후 행보는 자신의 신뢰를 지키는 지사인가, 아니면 당선을 위해 입에 발린 소리를 한 기회주의적 정치인인지가 판가름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제주도는 지난 1월 3일 2020 제주 세계환경수도 인증을 향한 ‘세계환경수도 제주 비전 선포식’을 개최했다. 우 지사는 이날 “이제 제주도는 세계환경수도 제주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미래 삶을 발전시켜야 할 시대적 사명을 갖게 됐다.”라며 “제주는 향후 천년을 향해서 세계역사에 길이 남을 제주 세계 환경수도를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전기자동차, 스마트 그리드, 쓰레기 없는 섬, 생태관광, 친환경 1차 산업, 제주올레 등 이미 제주는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의 모델이 되어가고 있다.”라고도 말했다.

120만 제주도민을 대표해 참석자들은 ‘세계환경수도 제주비전 선언문’을 채택했다. 선언문은 “세계는 제주도 환경의 가치를 인정하고, 생물권 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등재, 세계지질공원 인증, 람사르습지 등록 등으로 확인됐다.”라며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세계자연보전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라고 평가했으며, 또한 “제주도는 세계가 나가야 할 환경실천의 길을 120만 내외 제주도민이 먼저 실천하고 나갈 것을 결의한다.”며 “세계인의 희망, 2020 제주 세계환경수도를 제주비전으로 선언한다.”라고 밝혔다.

우 지사는 “오늘 우리는 2020년 세계환경수도 비전을 120만 제주도민과 함께 실천하기로 결의했다.”라며 “제주가 전 세계에서 1호로 환경수도로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 지사는 “제주는 환경수도의 모델이 될 것이며, 전 세계 환경의제를 이끄는 중심이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 역시 제주로 인해 환경선진국이 될 것”이라고 환경수도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다.

이런 제주도정이 케이블카 설치 논란으로 환경수도 선도의 제창마저 우스운 꼴로 만드는 우를 범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비양도 케이블카 설치를 우 도정이 용인하는 상황이 오게 된다면, 이는 앞에서는 환경수도를 하겠다면서 뒤에서는 그 환경수도의 기초자원을 파괴한다는 언어도단 표리부동의 선언적 이벤트에 머무르는 코미디가 되고 말 것이다. 환경수도 추진과 케이블카 설치 문제는 사실은 동전의 양면인 것이다. 결국 케이블카 문제는 우 도정이 환경수도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 최고의 악재가 되고 말 것이다.


2009년 10월 당시 한나라당 김성순 국회의원은 제주도 국정감사에서 “비양도 케이블카 사업을 허가해야 할 이유가 없다.”라면서 “케이블카 사업은 협재 해안과 비양도의 아름다운 경관을 해치는 사업”이라고 지적했고, “제주도는 완전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라고 제주도의 개발지상주의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돈 때문에 더 소중한 것을 잃지 말라.”라고 꼬집었다. 진보정당 소속 의원이나 환경운동가도 아닌 보수정당인 한나라당 의원마저 비양도를 천혜의 경관 그대로 보존해줄 것을 요구했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자연경관을 해치는 관광개발사업의 시대는 지났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4대강과 탑동의 교훈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 혼슈 도호쿠지방의 이와테현 미야코(宮古)시의 아네요시(姉吉) 마을은 지형 조건 때문에 무려 38.9m까지 치솟은 쓰나미가 덮쳤다. 그런데 아네요시 마을은 큰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 아네요시 마을 어귀에 이 비석 아래로는 집을 짓지 말라는 내용의 글귀가 새겨진 비석이 서 있다.

이 마을 사람들은 조상들이 세운 경고비의 내용대로 비석의 위 지역에만 마을을 조성하여 살았으므로 이번 쓰나미의 피해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비석이 일본 동북부 해안에는 수백 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이 지나면서 후손들은 그 경고비를 잊어버리고 해변에 마을을 조성했다가 이번에 대부분 쓰나미에 희생되고 말았다. 죽음으로 기록한 조상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 쓰나미 때 쓰나미가 해변에 당도하기 전 모든 동물들은 쓰나미의 내습을 본능적으로 간파하고 고지대로 옮겨 갔다. 동물들은 재앙이 올 것을 미리 알고 피했던 것이다. 평소 이러한 섬의 동물들의 행태를 잘 알고 있는 원주민들 역시 동물들을 따라 대피해 피해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다만, 관광객들만 해변에 남았다가 쓰나미의 재물이 되었다.

신은 인간에게 직립의 능력을 주고, 도구를 개발할 수 있는 두뇌와 그를 사용할 손을 주었지만, 다른 동물들처럼 탁월하게 위험을 감지하는 본능은 주지 않았다. 그러므로 인간은 결국 자신의 두뇌로서 미래의 위험을 간파해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경험의 성찰을 통한 미래의 예견능력이다. 우리가 지난 실패와 오류를 성찰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일반적인 동물이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이다.

자연파괴의 결과를 성찰하게 하는 최대의 사례는 아마도 국가적으로는 현재도 끝나지 않은 MB정부의 4대강 사업이요, 제주도 사례로는 탑동매립일 것이다.

전자인 4대강 사업은 총 22조 원이 들어갔고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에서 투자한 것까지 계산하면 30조 원 가까운 예산이 투자됐다. 소위 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이라고 했던 4대상 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 부실 사업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재임기간 내에 그야말로 후딱 해치워버린, 세계사에 유례없는 국가 차원의 반환경적인 자연파괴사업이었다. 아직 그 전모가 다 드러나지도 않았고, 이후 소요될 후속사업의 예산 추계만도 50조에 이른다니, 세대를 넘어 영향을 끼칠 미친 대역사(大役事)이다. 멀쩡한 4대강을 수천 대의 포클레인으로 삽시간에 뒤엎은 자칭 녹색성장주의 대통령의 작품이다.

2011년 1월 27일 4대강 사업 세부계획 수립·사업발주·설계의 적정성 등을 중점 점검한 뒤 전반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던 감사원이, 최근 그동안 시민단체와 환경단체들이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4대강의 문제점을 대부분 인정하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로 감사원은 시민단체들에게 “감사원이 이 대통령의 퇴임을 앞둔 시기에 4대강 사업을 정면 비판하는 결과를 발표한 것 역시 기회주의적”이라고 비판받아야만 했다.

감사원 결과가 발표된 뒤인 20일 민주당은 기자간담회에서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를 보면 4대강 사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부터 시공감리까지 그야말로 총체적 부실사업이었다는 점이 확인됐다.”라며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통해 이 사업에 대해 전면 재조사를 벌여 현 정부의 과장과 왜곡, 편법 추진의 실체를 밝혀내고 특검을 통해 사법처리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업청난 뉴스와 법적 책임을 묻는 후폭풍이 박근혜 정부 내내 뉴스의 공간을 차지할 것이다.

제주시 탑동의 앞바다를 메워 제주경제를 견인하겠다던 ‘탑동매립사업’은 온갖 비리와 편법으로 이루어진 5공 말기의 제주도 초유의 대규모 환경파괴사업이었다. 20여 년 전 제주사회에 논란과 대립, 갈등과 고통을 안겨준 제주시 탑동매립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5공 시절인 1986년 12월 24일 건설부가 범양건영(주)에 16만 5000㎡에 대한 제2차 탑동매립 면허를 내주면서 먹돌로 가득하던 탑동바닷가를 토사로 매립하고 콘크리트로 덩어리로 바꾸는 매립은 시작됐다.

결국 1991년에 마무리된 이 탑동매립은 면허과정에 있어 문제점이 제기되고 천혜의 자연공간인 먹돌 바닷가를 없애는 대규모 개발로 인한 자연환경 파괴와 지역 해녀 생존권 보장 문제, 개발이익환원 문제가 얽히며 오랫동안 제주사회를 흔들었다. 천혜의 먹돌이 뒹구는 제주시의 아름다운 워터프론트였던 탑동 바다는 흉물스런 콘크리트더미의 공간으로 바뀌었고, 매립은 제주시 북안의 아름다운 해변을 공간뿐만 아니라 경관마저 뒤바꿔버려, 태고의 해양도시인 제주시를 바다와 단절된 기형적인 도시로 바꾸어 버렸다.

개발이익환원 차원에서 이루어진 ‘병문천 복개사업’은 오히려 자연하천 경관을 망쳐버렸으며, 2007년 불어닥친 태풍 ‘나리’ 때는 복개시설 자체가 물길과 토사를 막아 엄청난 물난리를 일으키며 재해위험시설이 되어 버렸다. 또한 새로운 상권을 창출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던 탑동매립의 경제적 효과는 결국 E마트를 끌어들여 제주시 구도심의 골목상권 전체를 침체시키는 역설적인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그렇게 매립된 탑동이 20년 가까이 지나면서 또 다른 환경문제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매년 쉼 없이 들이닥치는 태풍에 부서지고 깨어지고, 물난리에 바윗덩이가 날아오고, 10미터에 육박하는 초대형 파도가 내리 꽂는 태풍이 몇 톤이나 되는 바윗덩이를 해안도로 위로 쳐올린다. 당연하다. 애초에 바다의 영역인 그 터에 만들어진 땅이 온전할까? 태풍이 지나고 난 뒤 보수공사를 하는 일이 이제는 연례행사가 되어 버렸다. 결국 2009년 재해위험지구로 지정되면서 또 다른 골칫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5공의 흑역사가 남긴 똥을 이제 도민들의 손으로 치워야 할 판이다.

조성윤 제주대 교수는 <개발과 지역 주민 운동>이라는 그의 논문에서 탑동 공유수면 매립사업을 계획하고 추진한 투자자본가들과 이를 허가해주고 지원한 중앙 또는 지방 행정 당국자들, 그리고 이들의 행위를 감싸고 두둔한 경찰, 검찰 등 한국사회의 국가기구구성원들이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상부상조했기 때문에 이 개발사업이 가능했고, 또한 그 속에서 제주도는 물론 전국의 쓸 만한 토지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끝없는 변형을 강요당하고 있다.

한국사회 공간구조를 지배하고 있는 자들은 바로 이들이고, 이들 사이의 관계가 하나의 구조로 자리 잡고 있으므로 이 구조가 깨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는 한 제2, 제3의 탑동매립은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예상처럼 이 깨지지 않은 지배구조가 결국 4대강과 탑동매립을 가능케 한 것이고, 현재 일어나는 강정해군기지 문제, 비양도 케이블카 문제에도 해당될 것이다.

이 두 경우의 공통점은 국민과 도민이 그토록 하지 말아 달라고 절규하고 투쟁했음에도 국민과 도민의 뜻을 거슬러 이루어진 대규모 토목사업이라는 점이다. 천혜의 한국의 강변과 제주시 최대의 워터프론트를 콘크리트로 처발라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토목공사를 진행했다는 점이다. 국민과 도민들이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한 일의 결과는 이렇게 당장 또는 몇 시변 후 명백하게 돌이킬 수 없는 후유증으로 사회에 또 다른 엄청난 부담감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이제는 알 때가 되지 않았을까?

우 지사는 시청 기자실에서의 발언 중에 “그러나 일단 그런 것 하나 하려면 제주도는 찬반이 있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원시시대로 살지, 그럴 순 없지 않냐.”라면서 “난 제주도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건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입만 열면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거냐.”라고 거듭 강조했다고 한다.(제주의소리) 하지만, 이는 엄연히 언어도단이다.

이러한 사업에 반대하는 국민과 도민들은 아무 일에나 입만 열면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다. 이치와 상식, 정당성과 형평성 등의 사회적 가치판단에서 문제가 있을 때, 그리고 과거 이와 유사한 경험 속에서 비슷한 결과가 예견될 때, 자기 생계도 바쁘지만, 없는 시간 쪼개어 가면서 말리는 것이다. 소위 대자본가들 분탕질하고, 안정된 월급 받는 공무원들이 헛짓거리 벌일 때만 기를 쓰며 입을 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만 열면’이라고 느낄 정도라면, 그만큼 이 땅의 자본가들과 행정가들은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그만큼 벌이고 있다는 반증일 뿐이다.

행정이 단추를 잘못 꿰면 주민공동체가 두 동강 난다

6개 단체의 성명서는 “라온이 케이블카 사업 재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지역주민들 간의 찬반 갈등도 발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라며 “이미 유치 의사를 밝히면서 일부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한 상태이고, 이에 반해 케이블카 사업 추진의 반대의견을 갖고 있는 일부 주민들은 제주도 담당부서에 전화를 하며 진정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라고 우려하고 있다.

2010년 9월 20일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금릉리·비양리장 등 지역 주민들은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양도 해상 케이블카 추진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그동안 논의가 중단됐던 비양도 해상 케이블카 개발사업에 대한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로서 이 사업이 반드시 재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다.”라며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이들은 “케이블카 사업이 지역을 살리는 중요한 관광자원이 될 것이며, 케이블카가 비양도 접근성을 개선하고 협재·금릉해수욕장, 재릉지구의 소나무 숲 등이 관광명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온 측이 밝힌 의견과 동일하다. 바로 일 년 전의 주민들의 반응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무엇이 이들을 바뀌게 했을까?

2009년 9월 7일 열린 비양도 케이블카 관련 환경영향평가 초안 주민설명회에 참여했던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들 의견의 대다수는 “비양도와 협재해수욕장의 해양경관 훼손, 협재해안에 대한 악역향, 인근 어장 피해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라는 것이다. 특히 “비양도 케이블카 사업은 철저하게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진행돼 왔고, 지금에 와서 사탕발림 식으로 돈 몇 푼에 지역주민의 양심을 매수하려는 작태를 보면서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제주의소리 기사)”라던 주민들이 확 바뀐 것이다.

2009년 주민투표 때, 협재리는 찬성이, 비양도와 금릉리는 반대가 많았다. 그러던 것이 그 사이 3개 리가 모두 찬성으로 돌아선 것이다. 이장이 바뀌면서 지지로 돌아선 마을도 있는 듯하다. 비양도 한 주민은 “지난해 4월에 새로운 이장이 선출됐지만 그 이후로 이 문제와 관련해 한 번도 회의를 열어본 적이 없다.”라며 “주민동의서의 실체를 알고 싶다.”라고 말했다.(제주투데이 기사)

문익수 금릉리장은 “초반에는 반대 입장이 다수를 이뤘으나 사업자가 금릉과 협재 등에 동일한 보상안을 제시하면서 지난달 19일 80여 명이 참석한 마을총회에서 70% 이상이 찬성한 상황”이라며 “1년에 약 2,000만 원 정도의 발전기금을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랬다. 수면 아래에 잠적했던 (주)라온랜드가 그 사이 작업을 한 것이다. 개발과 관련하여 자본가 측이 늘 쓰는 수법이다.

이런 방법은 탑동매립 때도 있었고 강정에서도 있었다. 소위 떡고물 유인책인 것이다. 매우 싼 떡고물이다. 320억 원씩이나 들여가면서 조성하는 케이블카의 수입이 분명 작은 것은 아닐 터인데, 마을에는 연 6,000만 원으로 입을 막을 수 있으니 참 싸게 먹히는 돈다발이다. 마을마다 2,000만 원으로 소란을 잠재울 수 있으니 말이다. 마을기금 2000만 원이 그 마을에 얼마나 큰 소득을 가져올지는 미지수이지만,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제주도의 보물 같은 협재 해안을 한순간에 잃어버리는 대가치고는 주민들이 너무 값싸게 넘긴다는 생각이다.

옹포리의 한 주민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곳을 돈 몇 푼 벌자고 후손들에게 욕을 먹는 짓은 하지 않겠다.”라고 말하고 있다. 또 다른 주민은 “라온 측은 라온에 자식이 종사하는 부모를 대상으로 케이블카 사업을 부추기고 있다.”라면서 “특히 젊은 층은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케이블카 사업 신청 시 강정마을처럼 지역주민들과의 충돌이 예상된다.”라며 우려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제주의소리)

강정마을에는 형제간에 제사 명절도 같이 지내지 않게 된 집도 있고, 말도 섞지 않게 된 이웃이 있는가 하면, 찬성과 반대를 놓고 형제끼리의 의도 상해 마을공동체가 완전히 두 동강 나버렸다. 강정해군기지가 어떤 식으로 종결되든 오랫동안 한 마을공동체로서 살아온 이들의 우애를 다시 회복하기까지는 짧지 않은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어떤 이들은 평생 담을 쌓고 살아야 할 운명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마을이 있는 지역의 개발과 관련하여 가장 몹쓸 일은 대부분 개발추진 과정에서 마을의 공동체가 치명상을 입는다는 사실이다. 평온하던 마을이 개발사업 하나로 몸살을 겪는 것이다. 그리고 개발이익은 사업자가 챙기고, 주민들은 몇 푼 안 되는 떡고물에 놀아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을은 치명상을 입게 되는 것이다. 제주도는 그동안의 개발사업으로 적지 않은 마을공동체의 파괴를 겪어야만 했다. 사업자가 넘겨줄 떡고물은 작고 그 혜택은 소수만 독차지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 사업의 결과로 마을이 받아야 하는 영향은 매우 큰 것으로 대물림되는 영향력을 지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마을이 개입되는 개발사업인 경우, 행정은 무엇보다도 어떠한 경우에도 마을공동체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 방향으로 첫 단추를 꿰어야 한다. 강정마을의 경우도 전체 주민의 의견을 호도한 몇몇 전임 이장과 마을의 주도권자들 그리고 찬성파만 나서서 일을 추진하면서 현재의 비극이 싹텄던 것이다.


비양도의 경관관리는 새롭게 수립된 경관관리계획의 취지와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 

2009년 11월 4일 제주특별자치도는 전 지역의 경관 보호·형성을 위해 경관자원과 개발의 방향 등을 고려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방안을 마련하고자 ‘제주특별자치도 경관 및 관리계획’을 확정 공고했다. 이 계획은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제256조의 도시경관의 관리에 관한 특례에서 경관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함에 따라, 2007년 7월 연구용역에 착수해 2년 만에 수립된 것이었다. 이에 따라 향후 경관법령에 따른 경관계획 및 경관사업의 승인, 경관협정의 인가 등에 대해서는 이 계획과 연계하여 ‘경관위원회’에서 심의하게 되어 있다.

이 보고서는 경관단위㉲에 부속도서의 경관계획에 대해 별도항목으로 그 내용을 서술하고 있는데, “경관단위㉲는 부속도서 및 해수면의 영역을 포함하며, 해수면 구조물의 설치금지를 원칙으로 하되, 생태, 녹색성장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에 대하여는 경관심의에 의해 제한적으로 허용가능하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그중 ‘비양도’ 부분을 보면 ○비양봉 정상에서 가능한 한라산과 제주시 서부지역 오름군 조망의 중장기적 보존과 관리방안 수립 ○보행우선의 해안도로 정비, 해안도로변 인공구조물 심의 강화 ○해안도로 및 섬의 모든 부분에서의 비양도의 조망이 가능하도록 인공구조물의 높이, 좌향, 개방지수 등의 경관심의를 강화할 것 등을 주문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비양도의 해수면은 원천적으로 인공적인 구조물의 설치를 금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즉, 케이블카의 설치는 원천적으로 불가하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경관관리항목들에서도 인공구조물의 경우는 더욱 강도 높은 심의를 요구하고 있어 경관관리계획에 입각했을 때 비양도 케이블카는 설치가 불가한 쪽으로 결론날 수밖에 없다. 경관위원회는 결국 이 계획에 입각해서 심의에 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보고서에 실려 있는 경관의식조사에 의하면, 라온 측은 비양도 케이블카 설치를 관광인프라로 봐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불행하게도 대다수의 도민과 관광객들은 케이블카 같은 인공구조물을 제주도 경관을 훼손하는 가장 큰 영향요인으로 보면서  ‘관광객 불만족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점에 비추어 볼 때 라온 측이 케이블카를 관광인프라로 보아 달라는 요구는 현실성이 없다.

이처럼 비양도 케이블카 설치는 행정당국인 제주특별자치도 스스로가 2년여 동안 8억 원이라는 적지 않은 용역비를 들여가면서 수립한 ‘제주특별자치도 경관 및 관리계획’에 정면 배치되는 사업이고, 도민 다수와 관광객마저 외면하는 혐오시설이라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사업자는 관광인프라로 봐달라고 하지만, 정작 관광객들은 자신들이 가장 선호하는 바다풍경을 훼손하는 기피시설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도는 스스로 정한 관리계획에 따라 엄정하게 집행해야 할 것이다. 이 관리계획에 따르는 것이야말로 우근민 지사가 말했던 “지역주민들이 결정해서 추진할 일이 아니라 제주 전체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판단할 문제다. 50년 100년 후 어떤 결과가 나올지 생각해야 한다.”라는 입장에 부합되기도 할 것이다. 전문가들이 2년여를 공들이고 도의회 동의까지 득한 경관관리계획의 취지를 살리는 것이 곧 원칙을 고수하고 흔들리지 않는 길이다.


‘선 보전 후 개발’ 원칙을 끝까지 견지하는 환경도지사가 되기를 바라며

지난 17일 발표된 6개 단체의 성명서에는 다음과 같이 언급되어 있다.

우리는 이러한 라온의 비양도 케이블카 사업 재추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이미 비양도 케이블카 사업에 대해서는 제주도민들의 판단이 내려진 사안이다. 그에 따라 도민의 대의기관인 제주도의회가 보류결정을 한 것이고, 우근민 지사 역시 선거정책으로 비양도 케이블카 철회 의견을 내기도 했다. 백번 양보해서 제주자연의 지속가능한 활용 측면에서 보더라도 경관적 가치가 뛰어난 이곳에 철탑을 세우고, 케이블카를 운행해도 괜찮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라온이 비양도 케이블카 사업계획을 철회하고, 제주의 자연적 가치를 존중하고 도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지속가능한 개발사업을 추진해 가기를 촉구한다.

필자가 앞에서 언급한 대목들을 함축한 성명이다. 이 사업은 2010년 도민의 대의기관인 제주도의회에서도 이미 보류결정을 낸 일이다. 말이 보류이지 이미 7대 경관에 트리플크라운 세계유산의 섬에 더 이상 케이블카 설치 논란은 어울리지 않는 일이기에 폐기된 일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성명서에도 이미 제주도민들의 판단이 내려진 사안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것 아닌가.

우리는 지난 2000년에 천혜의 먹돌바당인 탑동 앞바다가 콘크리트더미 속에 잠기는 것을 바라보아야 했다. 작년에는 강정의 천혜의 자연암반인 구럼비 바위가 다이너마이트로 파괴되는 발파장면을 목도한 바 있다. 그 모두는 제주의 자연이기도 하지만, 제주의 자원이기도 한 것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단 한 번에 거덜내버린 것이다. 후손들의 먹거리까지 가로채어 꿀꺽 삼켜버린 후안무치하고 비정한 부모세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제 비양도마저 내주자고 한다. 구구절절 경관관리계획까지 ‘허맹이 문서’로 만들어 버리면서 말이다. 적어도 그런 일은 있어선 안 되겠다. 우 도정은 취임 이후 ‘선 보전 후 개발’이라는 시대정신에 걸맞은 자연보존정책의 원칙을 공언해왔다. 그런 도정이 임기 후반기에 그런 원칙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일은 하지 않으리라고 본다. 환경수도로 가는 길에 비양도 케이블카는 시대착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기왕에 환경수도 매진을 선언했다면, 과감하게 구태를 버리고 시쳇말로 ‘쌈빡’하게 털고 가시죠. 우근민 도지사님! /박경훈 제주민예총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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