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마음의 연못', 고성기 지음. ⓒ제주의소리
교사이자 시인인 고성기 제주여자고등학교 교장이 칼럼집 ‘내 마음의 연못’을 펴냈다.

지난 1991년부터 제주일보에 연재했던 ‘해연풍’ 원고들을 모은 것이다. 78개의 칼럼이 ‘단풍 같은 사람’, ‘부정에 대한 단상’, ‘아버지의 울타리’, ‘가슴에 담을수록 아름다운 제주’, ‘둥근 것과 모난 것’ 등 다섯 가지로 나뉘어 실렸다.

교사이면서 시인인 덕분에 균형감 있는 시선으로 제주 사회 곳곳을 더듬었다. 사과 두 알, 감귤 한 상자, 유채꽃 한 송이 등 자그마한 것에서 캐낸 제주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한 권 책에 오롯하게 담겼다.

20년도 훨씬 넘은 원고들을 정리하면서 그는 가슴이 울컥해질 때가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지나가버린 줄 알았던 시간이 그의 곁에 있다는 걸 새삼 실감해서다. 현재 상황과는 다른 글도 많았지만 고치지 않고 그대로 뒀다. 그때를 생각하면 절로 이해되리라 믿기 때문이다.

그의 나이도 어느덧 63세. 곧 정년으로 38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감한다. 그는 오히려 끝 아닌 ‘시작’임을 마음에 새긴다. 맨 마지막 글인 ‘정년 유감’에서 그는 “인간에게 마지막이라는 말보다 두려운 말이 어디 있을까. 나의 정년을 극복하는 방법도 지극히 가까이 있다. 지금까지 가르쳤으니 다시 배우면 되는 것”이라고 다짐한다.

지난 1987년 시인으로 등단한 고 교장은 ‘섬을 떠나야 섬이 보입니다’, ‘가슴에 닿으면 현악기로 떠는 바다’를 출간했다. 동백예술문화상(2000년), 제주도 예술인상(2011년)을 수상했으며 제주문인협회 회장 등을 지냈다.

북하우스. 193쪽. 1만2000원.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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