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1년부터 제주일보에 연재했던 ‘해연풍’ 원고들을 모은 것이다. 78개의 칼럼이 ‘단풍 같은 사람’, ‘부정에 대한 단상’, ‘아버지의 울타리’, ‘가슴에 담을수록 아름다운 제주’, ‘둥근 것과 모난 것’ 등 다섯 가지로 나뉘어 실렸다.
교사이면서 시인인 덕분에 균형감 있는 시선으로 제주 사회 곳곳을 더듬었다. 사과 두 알, 감귤 한 상자, 유채꽃 한 송이 등 자그마한 것에서 캐낸 제주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한 권 책에 오롯하게 담겼다.
20년도 훨씬 넘은 원고들을 정리하면서 그는 가슴이 울컥해질 때가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지나가버린 줄 알았던 시간이 그의 곁에 있다는 걸 새삼 실감해서다. 현재 상황과는 다른 글도 많았지만 고치지 않고 그대로 뒀다. 그때를 생각하면 절로 이해되리라 믿기 때문이다.
그의 나이도 어느덧 63세. 곧 정년으로 38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감한다. 그는 오히려 끝 아닌 ‘시작’임을 마음에 새긴다. 맨 마지막 글인 ‘정년 유감’에서 그는 “인간에게 마지막이라는 말보다 두려운 말이 어디 있을까. 나의 정년을 극복하는 방법도 지극히 가까이 있다. 지금까지 가르쳤으니 다시 배우면 되는 것”이라고 다짐한다.
지난 1987년 시인으로 등단한 고 교장은 ‘섬을 떠나야 섬이 보입니다’, ‘가슴에 닿으면 현악기로 떠는 바다’를 출간했다. 동백예술문화상(2000년), 제주도 예술인상(2011년)을 수상했으며 제주문인협회 회장 등을 지냈다.
북하우스. 193쪽. 1만2000원.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