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슬-끝나지 않은 세월II'의 국내 배급용 포스터. ⓒ제주의소리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II'의 국내 배급용 포스터. ⓒ제주의소리

17회 부산국제영화제 넷팩상(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 시민평론가상, 한국영화감독조합상 감독상, CGV 무비꼴라쥬상 등 4관왕, 한국독립영화협회 선정 2012 올해의 독립영화, 29회 미국 선댄스영화제 극영화부분 심사위원상. 43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스펙트럼 부문 상영, 19회 브졸아시아국제영화제 장편영화 경쟁부문.

오멸 감독의 네 번째 장편이자 제주 최초 4·3 장편 극영화 '끝나지 않은 세월' 두 번째 이야기,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II'. 6년 만에 세상 밖에 나선 이 이야기에 유례없는 기록이 따라붙고 있다.

'지슬'은 4·3당시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큰넓궤 동굴로 피해있던 마을 주민 수십 명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제목 '지슬'은 제주어로 감자를 뜻한다. 원래는 지실이다. 땅의 열매라는 뜻이다. 먹을 것이 없던 당시 지슬은 삶을 이어나가게 하는 수단이었다. 영화에서는 섬사람들의 아팠던 과거와 감춰졌던 진실을 캐내고 오늘과 미래를 연결하는 새로운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영화는 잔혹하고 처참했던 4.3의 폭력성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는다. 당시 상황을 마을 주민 개개인의 소소한 일상을 통해 담담하게 그려냈다. 때로는 웃기기까지 한다.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다. 흑백 화면으로 더듬은 당시의 기억은 가슴 가까이 훑고 들어온다.

▲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II'의 국내 배급용 포스터. ⓒ제주의소리

오멸 감독이 "4·3사건 영령들에게 제사를 지내는 마음으로 영화를 찍었다"고 말했듯, 영화는 '신위' '신묘' '음복' '소지' 네 개의 제차로 구성됐다. 한 편의 영상시를 보는 듯 영상미와 영화의 몰입을 돕는 음악까지도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다.

지난 2011년 12월 22일 제주 성산포 바닷가에서 첫 촬영을 시작해 이듬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 스크린에 올릴 때까지 꼬박 10개월.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가진 것 없이 몸부터 움직인 까닭에 번번이 제작 중단에 위기에 놓였다.

영화에는 유독 하나의 사물을 포커싱 아웃하는 장면이 잦다. 한 컷 찍는데 들어가는 제작비마저도 부담스러웠던 탓이다. 초가집 한 칸 태우는 장면을 찍으며 그야말로 '벌벌' 떨었다던 뒷이야기가 영화가 처한 현실을 짐작케 한다.

'지슬'은 전에 없던 기록을 한 번 더 끌어 쓰게 됐다. 국내 영화계에서 흔치 않은 두 번 개봉이 이뤄진다. 오는 3월 1일 제주에서 개봉한 뒤 3주 지난 21일 전국에서 개봉된다.

지난해 11월, 제주 시사회에서 오 감독이 "4·3사건으로 희생되신 분들이 공식 집계로 3만 명이다. 제주에서 최소 3만 관객에게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던 만큼 제주 개봉에 비장한 각오를 보였다. 그간 오 감독이 몇 차례 인터뷰에서 밝혔듯 제주도민 모두가 4·3 전문가이기에 더욱 그렇다.

흔히 독립영화에서 성공을 가르는 기준은 1만명의 관객이다. 지난해 개봉한 김일란 홍지유 감독의 '두개의 문'은 7만을, 김조광수 감독의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은 5만 관객을 불러들인 바 있다. '지슬'이 제주에서 3만 관객을 불러들일 수 있을지, 새로운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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