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중앙로서 문 열어 이사만 네 차례...삼도1동에 120여평 '복합예술공간' 새 보금자리 

▲ 강상훈 대표가 세이레 심벌이 인쇄된 종이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21년만에 만든 세이레의 심벌 마크. 양기훈 빌레왓 대표가 만들어준 것이란다. ⓒ제주의소리 김태연

자그마치 21년. 제주 지역 소극장의 맏형인 세이레아트센터가 새 보금자리로 옮긴다.

이곳에는 두 단체가 상주한다. 극단세이레 극장은 남편인 강상훈(52) 씨가 대표를 맡고 있고 세이레어린이 극장은 아내 정민자(52) 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1992년 제주시 중앙로에서 현재의 '극단세이레극장'을 만들었다. 이후 여상, 용담동을 거쳐 몇 차례 극장 문을 닫고 열고를 반복했다. 그러다 2007년 제주시 연동 코스모스 네거리에 소극장 세이레아트센터를 열었다.

제주시 삼도1동 오라파출소 뒤편 하나님의 교회 지하1층이 새 보금자리다. 규모는 약 120평. 갤러리에 북카페, 공연장까지 갖췄다. 그야말로 '복합예술공간'이다. 공연장은 100명은 너끈히 앉고도 남을 규모다. "연동에서처럼 자리에 앉을 때마다 관객들 서로가 실례하지 않아도 될 만큼 여유롭다"고 강 대표가 말을 보탰다.

이레(7일)이 세 번 곱해져 21일. '세이레'라는 이름처럼 올해로 21년 만에 제 집을 얻은 것 같다며 강 대표가 연신 싱글벙글 웃는다.

지난여름 태풍 피해로 극장에 물이 들어찼다. 집주인에게 몇 번을 고쳐 달라 졸랐지만 끝내 극장을 비워야했다. 신구간도 아니어서 마땅한 곳 찾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두 달을 찾은 끝에 이곳을 알게 됐다. 극단 식구들과 처음 들렀을 때 첫 눈에 '느낌'이 왔다. 연동 극장보다 임대료가 두 배나 높았지만 잴 틈이 없었다.

임대료를 연세로 받는 게 일반적인 제주 지역에서는 소극장도 예외 없었다. 해마다 불안에 떨어야 했다. 건물주에게 내건 조건은 '적어도 10년은 빌려 달라'는 것. 소극장의 열악한 현실을 드러낸다.

11월부터 넉 달을 매달려 공사를 끝냈다. 극단 식구들이 모두 매달린 건 물론 주변 지인들의 ‘부주’가 있기에 훨씬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육지 공연 다니던 인연으로 경남 밀양 연극촌 이경수 제작감독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전기며 용접이며 다 제 손으로 해치우는 만능일꾼으로 알려졌다. 이 감독은 넉 달 동안 열 번을 넘게 제주에 드나들며 설계에 감리, 감독까지 도맡았다. 조명, 음향, 무대 바닥 설치까지 몽땅 그의 공이다.

윤덕현 탐라서예문화원장은 재료비 한 푼도 받지 않고 간판을 선물했다. 돌하르방 삼촌 양기훈 빌레왓 대표는 세이레의 심벌을 만들어 내놨다. 21년 만에 만든 심벌이라 감회가 남다르다. 강 대표는 "앞으로 그릇도 만들고 바람개비도 만들고 양껏 활용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그가 꼭 보여줄 것이 있다고 기자를 이끌었다. 창고였다. 무대의상, 소품 등 온갖 잡동사니가 즐비했다. 강 대표는 '보물'이라 표현했다.

틈새를 활용해 수납하는 습관은 21년 셋방살이하며 절로 얻은 노하우다. "연동에서 지내던 7년 동안 14번을 가져다 버려도 이 만큼이나 쌓여있다. 연극하는 사람에게 공간이 중요한 이유"라고 강 대표가 설명한다. 

 

▲ 제주시 삼도1동 오라지구대 뒤편에 위치한 '세이레아트센터'. 간판은 윤덕현 탐라서예문화원장이 개관 선물로 써준 것이다. ⓒ제주의소리 김태연

 

▲ 오는 22일 개관하는 새로운 세이레아트센터 내부. 아직 한창 정리 중이다. ⓒ제주의소리 김태연

오는 22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스무하루동안 흐드러진 개관'으로 잔치를 벌인다. 이날 오후 7시 현판제막식과 함께 가향 전병규의 대금독주로 세이레의 개관을 알린다.

현재 갤러리에는 서양화가 강동균의 작품이 전시 중이다. 3월11일부터 3월31일까지 윤덕현 원장이 전시를 이어간다. 윤 원장은 ‘세이레’의 큐레이터를 자청해 때마다 전시를 바꿔갈 계획이다.

로천 김대규 판소리, 가수 우종훈의 노래마당, 제주 앙상블 준 대표 문성집 축하연주와 경남 창원 도파니예술단 등 섬 안팎의 예술가들이 차례로 축하 무대를 꾸려간다.

세이레어린이 극장의 '무지개 물고기', 세이레청소년극회의 '난 아프지 않아', 세이레 극단의 낭독공연 '다랑쉬' 등 세이레에서 생겨난 작품들 또한 새 무대에서 다시 선보인다.

21년 억척으로 버틴 끝에 얻은 공간이다. 강 대표는 "올해 역시 일정이 빼곡하다. 공연 일정이 없는 때에는 공간이 필요한 단체에게 부담 없이 공간을 내주고 제주 바깥의 예술가들에게도 제주 무대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문의=010-2689-8911.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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