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수곶자왈서 법정 보호종 개가시나무 훼손...영산강환경청, 재발방지대책 지시

▲ 왼쪽부터 2009년 '청수곶자왈' 일대 생육조사 당시 개나시나무와 최근 훼손된 모습, 2009년 조사에 참여했던 곶자왈사람들 관계자가 개가시나무의 둘레를 재는 모습.

'생태계의 보고'인 제주 곶자왈에서 멸종위기 야생식물이 훼손돼 곶자왈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21일 영산강유역환경청 제주사무소와 제주도, 환경단체인 (사)곶자왈사람들에 따르면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 산 1의 5 '청수곶자왈'에 서식중인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 개가시나무가 훼손된 사실이 최근 곶자왈사람들에 의해 확인됐다.

이 일대는 난대산림연구소가 관리를 맡고 있는 산림청 소유의 국유지다. 개가시나무가 훼손된 지점은 올레 14-1코스 곶자왈지대 목장농로 인근이다. 이곳에선 2009년 곶자왈사람들이 식생을 조사할 당시 개가시나무 어린 개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훼손된 개가시나무는 키가 12m 정도로 크고 상태가 양호했으나 밑둥에서 뻗어나온 중심가지 3개 중 1개가 완전히 부러졌다. 특히 3년여전 눈에 띄었던 어린 개체는 자취를 감췄다고 곶자왈사람들 측이 전했다.

개가시나무 훼손은 휴대전화 기지국 건설에 투입된 중장비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 훼손된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 개가시나무.

곶자왈사람들의 제보를 받은 영산강유역환경청 제주사무소는 지난19일 공사업체 관계자와 함께 현장을 방문, 훼손 사실을 확인했다.

기지국 건설은 이동통신 3사가 난청지역 해소를 위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여성 올레꾼 살인사건이 계기가 됐다. 올레꾼들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난청 해소 방안이 등장했다. 

올레코스를 끼고있는 청수곶자왈 여러 지점에 기지국이 들어설 예정이다. 곶자왈사람들은 개가시나무 가지가 부러진 지점에 30여평 정도 지반공사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개가시나무 서식지는 '제주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라 생태계 보전 1등급으로 지정돼 토지의 형질변경이 불가능하나, 예외(조례 6항)적으로 도지사의 허가를 받으면 무선설비 등을 설치할 수 있다.  

곶자왈사람들이 문제를 삼는 것도 이 대목이다. 무선설비 설치가 불가피하다 해도 왜 하필이면 생태계 1등급 지역이냐는 것이다.

곶자왈사람들은 "1등급 지역은 멸종위기식물이 자생하고 있기 때문에 공사과정에서 훼손방지대책을 강구해야 하는데도 사전조사가 전혀 없었던 것 같다"면서 "이번 멸종위기종 훼손은 관리 허술이 빚은 결과"라고 꼬집었다.

법정 보호종인 개가시나무를 훼손하거나 고사시킬 경우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법률'에 따라 처벌을 받게된다.

이에대해 영산강환경청 제주사무소 관계자는 "훼손에 고의성이 있었다면 당연히 사법처리를 해야 하지만 공사과정에서 실수로 빚어진 일"이라며 "사법처리 사항은 아니"라고 말했다. 

영산강환경청 측은 그러나 재발 방지 차원에서 앞으로 추가 공사 지점을 고르기 전에 전문가들한테 식생 보호 대책에 관한 자문을 구하고, 훼손된 개가시나무의 생육 보완 조치를 취한 뒤 보고하도록 공사 업체에 지시했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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