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물'. 지하수를 신성시하는 제주도민의 여론에 밀려 지하수 취수량 증산 시도가 번번이 좌절된 한진그룹 계열의 한국공항(주)이 4번째 도전에 나섰다. 생수(한진제주퓨어워터) 생산에 필요한 지하수 취수량을 월 3000톤(하루 100톤)에서 6000톤(하루 200톤)으로 늘리는 내용의 '한국공항주식회사 지하수개발.이용시설 변경 허가동의안'이 오는 26일 중대 관문인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하민철)에서 다뤄진다. <제주의소리>는 이 사안이 이번 임시회 최대 쟁점임을 감안해 찬반 양쪽의 입장을 동시에 들어봤다. <편집자주> 

[한진 지하수증산 찬반 인터뷰] 김동주 제주환경연합 팀장 "앞으로 계속 증산 요구할 것"

▲ 김동주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팀장(가운데)이 한국공항의 지하수 취수량 증산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DB>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주)의 먹는샘물 지하수 취수량 증량이 제주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한진측의 지하수 증량 도전은 이번이 4번째. 2011년 하루 300톤(월 9000톤)으로 증량하려다 제주도에서 발목이 잡히자 지난해 6월에는 취수량을 월 6000톤으로 낮춰 제주도 심사는 통과했지만 도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12월 3번째 도전에 나섰지만 가·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먹는샘물(제주퓨어워터) 생산·판매를 위해 지하수 취수량을 현행 1일 100톤(월3000톤)에서 1일 200톤(월 6000톤)으로 2배 늘리는 내용이다.

한진의 지하수 증량에 대해 환경단체는 제주도민의 생명수인 지하수가 사기업 이윤추구를 위한 도구로 전락한다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김동주 대안사회팀장은 "한진그룹은 1984년부터 제주도 지하수를 개발해 먹는샘물을 생산해 판매해 왔다"며 "30년이라는 오랜 기간 제주도의 지하수를 이용한 사업기회를 충분히 보장받아 왔으며, 먹는샘물 판매에 따른 경영상의 이익뿐 아니라, 기업 이미지 제고 등 유무형의 이익도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이미 제주도민에게는 제주도가 100% 출자한 제주도개발공사가 먹는샘물 ‘삼다수’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매년 배당금으로 130억~150억 원을 받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진그룹이 제안하는 ‘한 병당 50원 적립’이라는 떡고물에 휘둘릴 근거가 전혀 없으며, 오히려 한진그룹의 먹는샘물 판매수익 중 적립하겠다는 30원을 제외한 나머지 수익은 전부 한진그룹의 호주머니로 들어가 버리게 된다"고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 김동주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팀장.
특히 김 팀장은 "이번에 증량이 허용될 경우 나중에 시판 목적으로 추가증량 신청이 불허될 경우에는 한국공항은 곧바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고, 증량했던 사례로 미뤄볼 때 제주도정이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공항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최후까지 증량 동의를 얻어내려 하는 것도 이 같은 내용이 숨겨져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한진의 꼼수를 꼬집었다.

김 팀장은 "제주특별법 제312조 3항에 따라 제주가 지방공기업법에 의해 설립한 지방공기업(제주도개발공사)이외에는 먹는샘물을 개발할 수 없다"며 "또한 제주도 지하수조례 제7조 4항에 따라 지하수의 공익적 이용원칙에 부합하지 아니하거나(1호), 그 밖에 도민의 이익에 부합되지 아니하는 경우(3호) 도지사는 지하수 판매 및 도외 반출허가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제주도는 제주 지하수의 공익성을 달성하기 위해 사기업의 먹는샘물용 지하수 판매 및 도외 반출 허가 뿐 아니라, 원천적으로 먹는샘물용 지하수 개발허가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팀장은 "그동안 먹는샘물과 관련하여 한진그룹이 보여 온 행태를 봤을 때, 도민들은 그들을 신뢰할 수 없다"며 "1996년 당시 한진그룹 유상희 사장이 도의회에 출석해서 먹는샘물에 대한 시판은 안하겠다고 한 발언은 거짓말이 됐고, 그 이후로도 먹는샘물 판매를 계열사내로 제한하는 부관에 대해 비례의 원칙과 평등의 원칙을 내세우며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거쳐 기어코 대법원까지 가서 승소해 인터넷으로 판매까지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미 FTA에 포함된 투자자-국가간 소송제도(ISD)와 역진방지조항 등 여러 독소조항으로 인해 제주도민의 생명수인 지하수를 공수화하는 원칙이 무력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하기도 했다.

김 팀장은 "만약 미국 투자자가 한진그룹의 먹는샘물 개발사업에 투자할 경우 ISD는 현실이 된다"며 "제주도가 특별법 및 지하수 조례에 따라 먹는샘물의 개발량 및 도외 반출량에 대해 제한을 둘 경우 이는 그들의 영업상의 이익을 침해한 것으로 간주해서 세계은행 산하 분쟁해결센터에 구제를 요청하게 돼  지하수 공수화 원칙을 천명한 특별법과 도 조례를 강제로 바꿔야 할지도 모르며, 또한 다른 투자자에게도 먹는 샘물 개발사업을 허용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제주도의회에 대해서도 김 팀장은 "도민의 공공자원인 지하수를 먹는샘물로 사기업이 개발한다는 것은 더는 제주 지하수의 공익적 원칙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도민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다"며 "만약 의회에서 증산을 허용할 경우 제주의 공수체제를 무너뜨린 의회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