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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바꾸는 ‘착한관광’, 들어보셨어요?

사회적기업이 세상을 바꾼다 - (5) 관광객에게도, 지역에게도 건강한 여행 제주생태관광

                                               

최근 ‘경제민주화’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사회적경제’가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제주의소리>에서는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와 함께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사회적경제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풀어서 제공하는 동시에, 매주 사회적경제를 구성하는 사회적기업-마을기업-자활기업 등을 차례로 탐방할 계획이다. 특히 이들이 우리의 삶과 분리돼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있고, 우리와 직접 연관된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도 유의미한 기회가 될 것이다.

 

▲ 제주생태관광 교육여행을 온 학생들. 한담동 해안가. <사진=제주생태관광 제공>

외부에서 보기에 제주는 관광의 천국이라고 하지만 속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분명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중산간 지역에는 제주와 관계없는 테마공원들이 들어서고 있고, 관광객 숫자는 급증했지만 지역주민들의 삶은 별로 나아진 게 없다. 여행사들은 저가상품만으로 경쟁해야 해서 이익을 낼 수 없다고 말하고, 가이드들은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한다고 하소연하며, 관광객들은 쇼핑을 강요받는다고 말한다.

이런 실태에 문제의식을 갖고 조금 다른 여행을 꿈꾸며 만들어진 회사가 있다. 제주생태관광은 2003년 6명이 생태문화해설가들이 모여 만들어졌다. 2010년에는 공정여행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고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윤순희(44)대표로부터 이 곳에서 진행하는 교육여행(수학여행)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자.

“기존의 수학여행은 수백 명이 우루루 관광지 몇 군데 왔다갔다 하고, 그러면 정작 나중에 무엇을 봤는지 아이들이 몰라요. 밤에 베개싸움 한 것만 기억하고. 그럼 굳이 멀리 제주도까지 올 필요가 없잖아요? 이왕 제주도 왔으니 철저히 해설자가 동행해야죠. 여행계획도 학급회의에서 '어떠어떠한 곳에 가고싶다'면 거기서 나온 의견을 따라가요. 여행 코디네이트를 하는 것이죠”

실제로 이 여행사의 코스를 보니 다른 곳과는 조금 다르긴 하다. 테마관광지나 유명 박물관이 없는 대신 숲과 오름 주를 이룬다. 다른 여행 코스에서는 보기 힘든 비교적 덜 알려진 갤러리, 중산간 마을을 찾는다. 동작치유나 명상 코너도 있다. 단 4명, 한 가족만을 대상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조금 독특한 형태의 여행인 것은 알 수 있었지만 이런 관광이 구체적으로 무슨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지 묻자 윤 대표는 여행와서 소비하는 패턴을 한 번 훑어보자고 말했다.

제주도민 한 명 한 명 틈 사이로

 

▲ 생태관광은 단순히 자연 속을 찾아간다는 의미 뿐 아니라 기존의 훑어보는 여행에 대한 문제의식도 포함돼 있다. 그래서 이 곳의 해설사들은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사진은 동백동산에서 곶자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고제량 전 대표. <사진=제주생태관광 제공>

“우리는 우선 먹는 것을 식당을 가는 데 지역 주민이 운영하는 곳으로 가요. 반드시 지역주민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로컬푸드를 이용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으로 가죠. 숙박 역시 민박이나 마을 주민이 운영하는 작은 규모의 펜션에 머문다. 우리의 원칙이에요”

읍면동 곳곳, 마을 하나하나에 경제적으로 좋은 효과를 내는 것이야 이해가 간다. 하지만 여행객들도 이 같은 생각에 동의할까?

“제주도 오면 화려한 관광식당에서 갈치조림, 회, 해산물들을 먹고 싶은 마음도 당연히 있죠. 하지만 그렇지 않은 식당을 가게 되거나 우리가 가는 마을에 왜 그런 것이 없다면 왜 여기와야 하는지 설명을 해요. 그래서 여행객과 처음 만났을 때는 15분 동안 공정여행에 대한 기본적인 얘기를 합니다. 여행자의 발걸음이 결코 무의미한 게 아니라 의미있는 행동이라는 걸 여행 사이사이에 말합니다. 그럼 소비자가 금방 동의를 하고 그런 소비를 한 거에 대해 본인들이 뿌듯해 하더라구요, 착한소비라고”

생태관광에 또 다른 미덕은 제주 관광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발한 대안여행사라는 데 있다.

싸구려관광, 쇼핑 강요, 가이드에 대한 부당한 대우, 제 살 깎아먹는 여행사들의 출혈 경쟁, 제주와 관계없는 테마관광지에 집중된 단체관광, 여행사에 대한 관광지와 식당들의 로비...‘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이들이 모인 만큼 이런 점들을 철저히 배제한다.

식당이나 관광지가 여행사에게 뒷돈을 지불하는 일이나 관광객들에게 쇼핑을 요구하는 일은 철저히 금기시한다. 그리고 이런 일은 혼자만의 공염불이 아니라 실제로 제주를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다.

 

▲ 하도리어촌체험센터를 찾은 학생들. 제주생태관광은 반드시 마을 구석구석을 지난다. <사진=제주생태관광 제공>

“이 여행을 진행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을 때 식당 주인이 바뀔 때에요. 제주시 해안가에 한 식당이 있는데 관광객만 상대하는 식당이었어요. 관광객에 눈에 띄게 크고 화려한 포장과 서비스, 그리고 여행사와 관계유지를 위한 많은 노력들... 그러다 이 주인이 너무 지쳐서 더 이상 관광객이 아닌 도민을 받아야겠다고 했죠.

어느 날 거기가서 음식을 먹어보니 너무 맛있었어요. 제가 여행사라고 명함을 주니 그런 손님 안 받겠다며 거절했어요다. 그럼 일단 손님을 받아봐라 해라 3년간 쭉 갔더니 인식이 변화하더라구요. 이런 여행사가 있겠다면 얼마든지 손님을 받겠다고 하면서 음식값의 거품도 빼고 친환경 식단에 대한 자문을 구하더라구요다. 화학조미료 줄여본다거나 같이 동참해서 지역농산물을 쓰려고 한다는 태도를 바꿨어요“

변화의 흐름은 지역주민에게도 해당된다. 

“주민들도 함께 동참해주고 있어서 너무 기뻐요. 예컨대, 선흘리 같은 경우 전혀 이런 프로그램 하지 않았던 곳인데, 어느 덧 생태관광이 진행되다보니 마을에서 해설사를 양성하고 환경부가 인정하는 생태관광지구가 됐죠. 사실 이건 생태관광이 영향이 미쳤다기보다는 저희가 자주 가고 마을 주민과의 접촉이 일어나서 자연스레 공감대가 일어난 거에요. 마을에 영농조합법인이 생기고, 마을식당이 마을에서 생산되는 콩을 이용해주고, 주민들은 더 일하려고 하고. 이렇게 유기적으로 엉켜가는 거에요“

조금 불편하지만...함께하는 사람들 늘어가는 이유?

 

▲ 제주생태관광 윤순희 대표는 제주 여행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중이다. ⓒ제주의소리

“지금은 소비자가 많이 변했어요. 사실 생태관광이 다른 여행사와 견적 내는 방법이 달라요. 저희 여행일정안을 보면 상당히 두꺼워요. 기본적인 취지, 목적, 의미를 설명하고 각 일정마다 하나하나 설명이 추가돼요. 그리고 예산안 모든 사항에 세부사항이 기록돼요. 통틀어서 얼마가 아니라. 해설료, 식사비 하나하나 기록을 하고 공개를 해요. 그리고 나서 ‘기획비’라고 해서 전체 여행경비의 10%를 회사 순이익으로 잡는 것까지 다 오픈해요.

사실 처음엔 고객들이 기획비를 인정 안했어요. 하지만 솔직하게 얘기해 다른 건 다 실비로 지급하면 우리 회사는 뭐 먹고 사냐, 이런 게 공정여행사의 원칙. 이제는 다들 인정해요. 이런 문화의 흐름으로 바뀌고 있는 걸 확연히 현장에서 느낄 수 있어요. 물론 그것이 전체를 지배하고 있지 않지만 서서히 바뀌고 있다라는 걸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변화, 여행패턴 변화의 움직임은 그녀와 제주생태관광에게는 가장 기쁜 일이다. 그래서 외적인 성장도 이뤘다. 10년전에 비해 생태관광을 선택하는 이들의 숫자가 10배 이상 급증한 것, 작년 한 해만 2000여명이 제주생태관광을 이용했다. 

“그냥 돌아다니면서 맛있는 거나 먹으러 왔다, 이런 여행이 있다. 이런 계기가 빈번하게 이뤄집니다. 여행자가 제주가 달리 바라보게 되는 시선을 제공했을 때 이런 여행에 참여하면서 보람을 느끼죠”

얘기를 듣다 그래도 '가격이 비싸다'는 것 때문에 보통 사람들에게는 부담이 아니겠냐는 질문을 했다. 특히 싸구려 덤핑 관광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의아할 수 있지도 않냐는 취지의 물음이었다. 자꾸 비용에 대해 채근대자 그녀가 대답했다.

“사실 우리가 다른 곳에 비해 비싼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편차는 그리 크지 않아요 수학여행은 1인당 3만원 더 내는 거고, 일반 여행도 옵션 쇼핑 이런 거 전혀 없는 대신 4~5만원 차이에요. 반가운 점은 소비자들이 점점 변하며 그 정도 금액을 감수하면서 이 여행을 선택한다는 점이에요”

말을 마친 그녀가 잠시 머뭇거렸다. 살며시 웃으며 너무 회사 자랑을 한 게 아니냐며 되물었다. 그녀는 사실 생태관광이 모든 걸 해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 생태관광이 뭐 굉장한 회사라거나, 대단한 사회운동을 하고 있는 거라는 생각하지는 않아요. 제주에 있는 훌륭한 자원과 도와주시는 마을주민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생태관광을 이용하는 관광객들이 이 모든 것이 주인공이죠. 저가 상품으로, 또 편리한 호텔을 갈 수 있음에도 공정한 여행이 왜 중요한지 알고 있는 이용객들은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이것들을 연결하는 중간역할을 할 뿐이죠. 단지 세상의 변화를 옆에서 지켜보며 그 과정을 함께하고 싶을 뿐이에요”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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