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원희룡 의원 "제주위한 큰 틀에서 봐달라"당부
"해군기지,평화의 섬 등 제주 근본가치와 충돌" 반대

▲ ⓒ제주의소리
한나라당 서열 2위인 최고위원이자 '40대 기수'의 선두주자인 원희룡 의원이 22일 도내 시민사회단체를 방문했다. 국회의원이 된 이후 처음이다. 

제주 출신이면서도 지역구가 서울(양천구 갑)인 탓에 고향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던 원 의원은 모처럼 시간을 쪼개 제주여민회와 제주참여환경연대, 그리고 제주4.3연구소와 제주4.3유족회 사무실을 찾아 지역현안은 물론 자신의 정치적 소신도 피력했다.

원희룡 의원은 이날 오후4시 참여환경연대 사무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가진 제주의 소리와 인터뷰에서 제주사회의 현안인 제주해군기지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원 의원은 "해군기지가 들어서게 되면 인근 주변에 통제가 불가피하게 되고 평화의 섬과 제주의 주축산업인 관광에도 맞지 않는 문제"라면서 "제주도를 고도의 자치, 거의 연방주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하면서 가장 중앙집권적인 군사시설이 들어오는 것이 과연 맞느냐"며 말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원 의원은 "PKO 유엔평화군 훈련센터는 유치했으면 좋겠고 검토해 볼 수는 있겠으나 노골적인 군사기지는 제주도의 근본가치와 충돌되는 문제로 곤란하다"면서 "심각하고 치열하게 토론을 거쳐 방향을 잡아야 하지, 반대한다고 해서 애국심이 없는 것처럼 몰아부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또 특별자치도 특별법 상 가장 첨예한 쟁점인 교육 의료 시장과 관련해서는  "국제자유도시가 외국의 돈과 사람을 들어오도록 하자는 것으로 그 유인책이 교육과 의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반대하는 입장은 소외된 사람들에게 혜택을 줘야 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보지만 근본 취지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의 의료 관광객들을 유치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입법단계에서부터 빠진 것에 대해서는 제대로 가는 것인지 우려된다"는 말로 교육과 의료시장의 부분적 개방 필요성을 제기했다.

▲ ⓒ제주의소리
원 의원은 "정부나 시민사회단체가 방법론상에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접점은 찾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한 후 "그러나 의료가 국내영리법인들의 돈벌이 실험장으로 악용돼서는 안된다"면서 국내영리병원의 허용은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자신을 제주도의 네번째 지역구 국회의원이라고 말한 원 의원은 "제주에 지역구 국회의원이 있어 일일이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지원할 것은 지원하고 목소리를 내는 게 필요하다면 목소리를 내겠다"며 제주도 현안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원 의원은 그러나 자신이 제주지역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원칙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게 입장"이라고 말한 원 의원은 "제주도를 위해서 큰 틀에서 저가 잘 쓰여지게끔 만들어 달라" "선거 때문에 쓰지 말고 원희룡의 쓰임새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배려해 줬으면 좋겠다" "제주도 차원에서 본다면 소속 당을 떠나 제주를 대변하고 사랑해야 할 입장이다"라는 말로 지역정치와는 거리를 두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원 의원은 또 자신의 향후 정치적 행보와 관련해 "당을 변화시키는 게 목적이지 서울시장 출마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라고 말한 후 "3~4년 이내에 급격한 변화가 올 것이며, 이를 위해 일하고자 한다"는 말로 우선은 한나라당내 개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원희룡 의원과의 일문일답 내용.  

- 시민사회단체 방문은 처음인데 별다른 목적이 있나.
"별다른 뜻은 없다. 지난번에 이규배 교수(제주4.3연구소장)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래도 NGO단체에 인사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그렇다 싶어서 얼굴도 뵐 겸 인사차 찾아왔다. 앞으로 제가 도와 드릴 일이 뭔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 이전에 고생하는 분들에게 인사도 하고, 그래야만 서로 나중에라도 편하게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찾아왔다"

- 마라톤 마니아로 알고 있는데 요즘도 하고 있나'
"시간이 나야 하는 줄 알았는데 결국은 시간을 내서 하는 것이었다. 매일은 힘들지만 일주일에 최소한 3번은 뛴다. 정 시간이 없으면 오리걸음이라도 몇 바퀴를 뛴다. 바쁘다는 핑계를 대지 못하게끔 내 스스로가 마라톤 대회를 신청해 버린다. 11월 6일에도 중앙일보 마라톤 풀코스를 뛰었는데 제주에서도 많이 오셨었다."

▲ 원희룡이 22일 제주참여환경연대를 방문, 이지훈 공동대표를 비롯한 실무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제주의소리
- 제주에는 자주 내려오나.
"당연히 자주 내려온다. 부모님도 계시고 동생들도 있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온다"

- 더 큰 일을 하려면 자주 와야 하는 것 아니냐.
"하하하하 (웃음)"

# 특별법, 교육 의료 제외돼 아쉬움…"국내영리법인 돈벌이로 악용되는 것은 반대"

- 제주에 많은 현안들이 있다. 관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다.
"제주는 지금 중대한 고비에 서 있다. 법안을 다뤄야 할 경우에는 많은 분들이 저한테 온다. 저 스스로도 저를 제주도 네 번째 지역구 의원으로 생각해 달라고 말을 한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세 분이 계시지만 한나라당은 없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적극 노력하겠다. 그렇다고 솔직히 (지역구 국회의원이 있는데) 일일이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국회차원에서 할 때 지원할 것은 지원하고 목소리를 내는 게 필요하다면 목소리를 내겠다. 뒤로 뺄 생각은 전혀 없다"

▲ ⓒ제주의소리
- 특별자치도 특별법에 대해 논란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현안이며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 영리병원 허용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냥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반대 견해가) 의료계에서나 소외된 사람들에게 혜택을 줘야 한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는 포인트라고 생각하지만, 근본 취지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의 의료 관광객들을 유치하자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의료와 교육을 집어넣었을 것이다. 국제자유도시가 외국의 돈과 사람을 들어오도록 하자는 것인데 그 유인책이 교육과 의료가 될 수 있다.지난번 아랍에미리트를 가 봤는데 두바이에 세계 최고의 병원, 세계최고의 학교, 세계 최고의 호텔과 연구소가 들어서 있었다. 중동의 부자들을 받아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것들 중 몇 곳이 한국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제주도의 먹거리를 해결할 수 있는 축이라고도 생각했는데 정부입법 단계에서부터 빠지면서 (특별자치도 특별법이) 제대로 가는 것인지 우려된다"

- 시민사회단체들도 모든 분야를 개방하는 것은 힘든 만큼 성형과 미용 등을 특화시키자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고 있다. 
"미국 썬시티는 미국에 있는 돈 많은 노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곳이다. 종합복지나 의료 등 허용되는 모델들이 많이 있다. (정부나 시민사회단체가) 같은 것을 바라보고 있다면 방법론상의 문제는 있을 수 있으나 접점은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의료가 국내영리법인들의 돈벌이의 실험장으로 악용돼서는 안된다고 본다"

# "고도의 자치권 주겠다면서 가장 중앙집권적인 군사시설 들어오는 게 맞느냐"

▲ ⓒ제주의소리
- 제주해군기지도 첨예한 사안 중 하나이다. 국회 국방위에서는 영향평가비용 5억6천만원이 통과된 상태이다.
"해군기지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적은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반대한다. 지난번에 특별자치도 자문위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의견을 나눈 적이 있는데 의견이 분분했다. 평화의 섬도 섬이지만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해안에서 일정 정도는 고도의 통제를 가하게 된다. 제주도가 큰 섬이면 모르지면 작은 섬에서 반경 몇 키로 미터를 통제해 버리면 안된다. 국방부도 이에 대해서도 속 시원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진해를 확장시키면 얼마든지 쓸 수 있지 않느냐'고 했더니 '내해가 아니라 태평양이 열려 있는 군항이 필요하다'는 게 국방부 입장인데 평화의 섬과 제주의 주축산업인 관광에 맞느냐는 것이다. 특별자치도가 고도의 자치, 거의 연방주로 (제주도를) 만들겠다고 하면서 가장 중앙집권적인 군사시설이 들어오는 게 맞느냐. 이 문제를 도민들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지 못한다면 도민들은 저항할 수밖에 없다"

- 시민사회단체에서는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뒤이어 공군기지도 들어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공군이 들어오는 것은 안 맞다. 지나가 버린 이야기지만 아쉬운 게 고흥 우주발사장이다. 과학자들은 만장일치로 제주도를 원했지만 논란 때문에 제주에 들어오지 못했다. 당시 도정책임자가 논의 자체도 안 부치면서 논의를 막았다. 솔직히 지금 고흥을 보면서 배가 아프다. 지난번 평화포럼때도 이야기 했지만 PKO 유엔평화군 훈련센터는 유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다. 이런 정도는 검토해 볼 수 있겠으나 노골적인 군사기지는 여러 가지 면에서 곤란하다. 군사기지는 제주도의 근본가치와 충돌되는 문제이다. 심각하고 치열하게 토론을 거쳐 방향을 잡아야 한다. 반대하는 것을 애국심이 없는 것처럼 몰아부쳐서는 안된다."

# "사람 낳고 당 낳지, 당 낳고 사람 낳지 않아"

- 원 의원은 지역선거에 가급적 개입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가 있는데 한나라당에서는 원 의원을 제주선거에 적극적으로 이용하려고 할 것인데.
"원칙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작년(재선거)에는 최고위원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지원유세라도 하지 않으면 안되는 힘든 상황이었다. 같은 당 소속 후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수준이다. 가급적 (지원유세는) 최소화하고 개입하지 않겠다. 저가 좀 외람된 이야기지만 정말 제주도를 위해서 큰 틀에서 저가 잘 쓰여 지게끔 만들어 달라. 선거 때문에 쓰지 말고 원희룡의 쓰임새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배려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제주도 차원에서 본다면 저는 소속 당을 떠나 제주를 대변하고 사랑해야 할 입장이다. 사람 낳고 당 낳지, 당 낳고 사람 낳은 게 아니지 않는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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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당직개편에 대해 모처럼 긍정적 평가를 냈다. 정말 잘 된 것인가.
"사실은 만족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조금 노력한 흔적은 보여서 덕담으로 '아주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 그런 취지이다."

# "한나라당 변화가 우선, 서울시장은 고려대상 아니"

- 일각에서는 40대 기수인 원 의원에 대해 차차기 대권이야기도 하고차기 서울시장 후보로도 거론된다. 원 의원은 서울시장에 대해서는 '아직 준비가 안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
"준비가 안됐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솔직히 말하면 서울시장을 어떻게 잘할지 별로 고민한 적이 없다(웃음). 이제 2선 3선 됐으니까 정치경력을 업그레이드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그런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된다. (서울시장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저는 일단 한나라당을 변화시키는 데 집중하겠다. 이게 대외적인 약속이다. 내가 서울시장 선거에 나간다고 해서 한나라당 변화된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

- 한나라당이 변화할 수 있다고 보는가.
"변화하지 않고 이대로 갈 수는 없는데, 세력이 문제다. 저 까지 이 문제에 손을 놓으면 (한나라당은) 더 힘들어진다. 앞으로 3년 내지 두배의 시간이면 한나라당의 지금 모습이나 풍토는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대선에서 또 진다면 한나라당은 지역당으로 전락하고 어차피 정개개편이 몰아칠 것이다. 각축을 벌이며 승리하려 한다면 지금 모습으로는 안된다. 선거가 있을 때마다 지각변동이 있게 된다. 지금 그 격변이 다가오고 있다. 그 부분에서 할 일이 많다"

# "한나라당 변화, 국민과 시간이 채워줄 것…3~4년내 지각변동 온다"

- 한나라당은 영남을 주축으로 5공세력이 여전히 강고한데 개혁이 가능하겠는가.
"만만치 않다. 그러나 자연적이고 점진적인 변화만으로는 지금의 변화파고를 넘을 수 없다. 세력적으로는 (당내 개혁세력이) 너무나 미약하지만 어차피 (보수세력이) 세력적으로 크다고 해서 당내에서 하는 일도 없다. 시대가 가는 방향으로 제대로만 하면 나머지는  국민이나 시간이 채워줄 것이다. 국민과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활동을 하고 있다. 어떤 계기나 모양이 될 것인가 하는 것은 지금은 예상할 수 없는 형태로도 진행될 수 있다. 지역적으로는 영남, 세대적으로는 나이 드신 분들, 이념적으로는 지나친 극우, 계층적으로는 기득권에 치우친 듯한, 사회의 다른 부분과는 스스로 장벽을 치고 울타리를 쳐 안주하기 때문에 과반수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이게 깨지지 않고는 과반수 지지 받기는 힘들다. 길어봐야 3~4년이면 숨 가쁜 변화의 시나리오가 나올 것이다"
 

▲ 원 의원은 제주4.3유족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4.3특별법 개정을 위한 청원서에 서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 원희룡 하면 제주에서는 역시 '예비고사 전국 수석'이란 말이 먼저 또 오른다. 내일 수능이 있는데 후배들에게 격려의 말을 한마디 전달해 달라.
"어차피 그동안 해온 공부는 아쉬운 점도 있겠지만 최선을 다해 자신이 공부한 만큼 실력을 발휘했으면 한다. 요행을 바라지 말고, 또 그렇다고 지나치게 시험을 못 볼 것이란 생각도 털어 내야 한다. 호수와 같은 고요한 마음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한다. 내가 유리겔라는 아니지만 수험생 여러분들이 시험을 잘 볼 수 있도록 기를 불어 넣어 드리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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