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 비양도케이블카 ‘반려’에 “매우 옳은 결정”

‘비·양·도 케·이·블·카’. 이 일곱자 얘기만 나오면 귀청을 뚫을 듯 칼칼하고 독기 오른 목소리로 열변을 토하던 그가 “당연한 결정이다. 우근민 도정이 제주도와 비양도의 미래를 위해 참 옳은 결정을 했다”며 반겼다. 

기회가 될 때마다 “57미터의 쇠기둥을 비양도 앞바다에 박는 순간 비양도의 생명은 끝”이라고 강조해오던 사단법인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은 라온랜드(주)의 비양도 케이블카 개발사업 시행예정자 신청을 제주도가 반려했다는 소식을 14일 접하자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크게 반색하며 “애당초 그렇게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약 천 년 전인 고려시대 1002년, 제주도의 마지막 화산활동으로 바다 한가운데 생명의 터를 솟아나게 한 것으로 알려진 한반도의 막둥이 섬 ‘비양도’.

그 여리디 여린 섬 앞바다에 거대한 철탑과 쇳덩어리인 케이블카를 주렁주렁 매달아 놓으려는 시도를 두고 그녀는 “끔찍한 재앙이고, 후손들에 대한 씻을 수 없는 죄악이 될 뻔 했는데…”라며 “제주도가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고 박수를 보냈다.

 

▲ 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

느릿느릿한 걸음과 사소한 시선으로 숨어있던 제주도의 부가가치를 ‘올레길’이라는 이름으로 재발견해낸 사단법인 제주올레의 서명숙 이사장은 그동안에도 공·사석을 통해 “비양도를 지켜야 한다. 전설 속 낙원 ‘이어도’가 아닌 21세기 현실 속 이어도인 비양도를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 비양도 앞바다에 쇠기둥을 세워 케이블카 사업을 하려는 시도는 죄악”이라고 울분을 토해왔다.

제주에서 물빛이 가장 아름다운 비양도 앞바다에 57미터 철탑 2기와 총연장 1952미터의 케이블카선을 구축하겠다는 비양도 해상케이블카 사업계획을 두고 그는 “처음 비양도 케이블카 사업계획을 들었을 땐 제주도에 50~60층 고층빌딩들을 세우려는 계획보다 더 충격적인 발상으로 들렸다”며 안타까워 했다.

제주 섬의 랜드마크는 무시무시한 철탑도,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도 아닌, 제주 섬을 가슴에 품고 있는 한라산인데, 비양도에서 바라보는 협재·금릉 해안과 한라산 경관을 철탑으로 가리는 일은 끔찍한 상상이란다.

서 이사장은 “비양도와 금릉·협재 해안은 경관적으로 완벽한 트라이앵글을 이루는 지점이다. 금릉과 협재 해안에서 바라보는 비양도, 비양도에서 바라보는 금릉·협재 해안은 물론 한라산과 제주 섬의 경관은 세계적으로도 손꼽을 만한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라며 “여기에 쇠기둥을 박아 케이블카 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경관자원을 망치려 드는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서 이사장은 비양도 케이블카 사업은 처음부터 잘못된 계획이었음을 거듭 분명히 했다.

그는 “오로지 건설 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20세기의 틀에 사고가 갇힌 우리가 비양도를 망칠뻔 한 잘못된 계획이었는데 정말 다행”이라며 “미래는 점점 ‘자연 그대로’의 환경이 굉장한 부가가치를 시대로 가고 있다. 안목도 아이디어도 부족한 우리들보다 소중히 지켜낸  자연유산을 미래의 제주 후손들이 잘 써먹을 수 있도록 잘 물려주는 일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서 이사장은 “이제 더 이상 각종 사탕발림에 제주도민들이 들러리서지 않고, 부스러기 떡고물에 지역주민들이 혹하지 않도록 제주도정이 각종 자본유치와 개발사업 과정에서 ‘선보전 후개발’ 원칙을 확고히 해야 할 것”이라며 난개발 방지에 대한 확실한 도정철학을 당부하고, “미래의 후손들에겐 더 높은 가치로 돌아갈 제주 자연이 헐값에 팔리지 않도록 도민들도 눈을 더욱 밝혀야 할 것”이라면서 제주도의 ‘반려’ 결정을 환영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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