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속 민족교육의 산실 '백두학원' 건국중 학생들···수학여행으로 제주 찾아

 

▲ 즐거운 수학여행. 김성대 백두학원 이사장이 건국중 학생들과 함께 제주대 재일제주인센터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오! 반가워요, 한국말 잘하네요!”

15일 오후,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제주대학교 재일제주인센터 앞에 들어서자 센터장 이창익 교수가 반갑게 맞았다. 버스에서 내리며 인솔교사들을 따라 줄을 서고 기념촬영을 하는 것을 보니 영락없이 수학여행에 나선 어린학생들이다.   

하지만 이 여행이 특별한 것은 이들이 재일한국인학교 백두학원 건국중학교의 학생들이라는 데 있다.

백두학원은 1946년 제주 조천 출신인 고 조규훈 선생이 설립한 재일한국인학교로 재일한인 사회에서는 손꼽히는 교육의 장이다.

일본 정규학교이면서 한국정부가 인가한 정규 사립학교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기본적인 철학인 만큼 한국어와 한국역사를 공부하고, 한국의 국정교과서로 수업을 한다. 특히 전체 재학생의 30% 정도의 부모가 제주 출신인 만큼 제주와의 인연도 뗄레야 뗄 수 없다.

백두학원은 쉽지 않은 환경속에서도 반 세기동안 재일동포들에 대한 민족교육의 중심지로 인정을 받으며 재일한국인들에 대한 교육을 도맡았다.

재일한국인들 사회에서는 오사카 속의 작은 한국으로 일컬어지는 공간이다. 백두학원 산하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정규과정이 마련돼 있으며 총 414명이 재학중이다. 재일교포의 자녀가 55%로 제일 많고, 한국에서 온 학생 27%, 일본인도 23%나 된다. 

이들이 수학여행으로 제주를 향하게 된 것은 지난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우근민 제주도지사와 문대림 제주도의회의장은 백두학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당시 우연찮게 학생들 수학여행에 대한 얘기가 등장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정작 제주 대신 한국의 내륙지방을 여행했다는 얘기가 나오자 우 지사가 수학여행으로 제주도행을 추천한 것.

그렇게 2013년 3월, 건국중 2학년 학생 38명은 다소 생소한 곳 제주를 찾아오게 됐다. 이들은 제주대 재일제주인센터를 시작으로 만장굴, 성산일출봉, 산굼부리 등 제주 주요 명소들을 둘러보게 된다.

학생들과 이번 수학여행에 동행한 김성대(77) 이사장은 백두학원과 인연이 깊은 제주를 방문하게 된 데 대해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1946년 일본에서 태어났다 잠시 아버지의 고향인 제주 도두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그는 제주가 또 다른 고향이다.

김 이사장은 종종 아버지의 묘를 찾으러 종종 제주를 방문하지만 올 때 마다 감회가 새롭다. 특히 제주출신 재일동포 사업가 김창인 회장의 기부를 통해 세워진 재일제주인센터는 ‘보고 또 봐도’ 기쁜 공간이다.

백두학원 건국고등학교 출신으로 다시 학교로 돌아와 3년전부터 중책을 맡은 김 이사장은 대화 중간중간 연신 미소를 지으며 제주에 온 기쁨을 나타냈다.

 

▲ 김성대 백두학원 이사장. 그는 재일제주인센터를 올 때 마다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제주의소리

- 제주에 자주 찾아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 년에 몇 번 정도 오나

“보통 3~4번 정도 온다. 왜냐면 제주 해안에 가족공동묘지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버지의 묘도 있다. 아버지가 일본이 아닌 고향 제주에 묻히시기를 간절히 원하셨다”

- 재일제주인센터를 몇 차례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 와서 볼 때 마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김창인 회장의 기부로 세워졌다는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재일제주인들의 1세대들이 어떤 고생을 하며 살았는지,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역사를 사람들이 알기쉽게 설명해줬다는 것에 감사한다. 정말 좋은 일을 잘 하신 것 같다”

- 타지에서 ‘대한민국 민족 학교’로서 운영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듯하다.

“사실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다. 왜냐면 학생수는 400명 정도지만 교사는 75명이기 때문이다. 인건비 비중이 높다. 이는 왜냐하면 여기 학생들이 재일제주인의 자녀, 뉴커머들의 자녀, 주재원의 자녀, 일본사람 등 구성원들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들을 잘 가르치려면 반을 구분해서, 여러 과목을 운영해야 되기 때문에 많은 교원 수가 필요하다. 일본어를 가르칠때도 물론 한국어를 가르칠때도 그렇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적자는 아니고 꿋꿋하게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기존 학교건물이 너무 낡아 보수를 매년 해야되서 결국 한국정부에서 지원을 받고, 나머지 일부는 여기서 모금을 해 새로운 건물이 세워진다. 이미 지난 2월 새로운 학교건물이 기공식에 들어갔다“

- 학생들 교육 수준도 높다고 들었다.

“일본지역 민족학교에서 최초로 동경대학에 2명이 합격하고, 교토, 와세다 등 우수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많고 한국의 유명대학에도 진학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클럽활동을 통해 전통예술부는 2007년 세계사물놀이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일본 전국종합예술발표대회에서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할 정도다”

- 백두학원의 교육에 있어서 가장 우선순위로 강조하는 철학이나 신념이 있을 것 같다.

“핵심은 한국사람으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한국문화와 역사를 배우는 것이다. 그리고 이젠 글로벌시대이니만큼 세계 어디에 가더라도 잘 살 수 있는 인재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Tri-Lingual'라고 해서 언어교육에 중점을 쏟고 있다. 한국어, 일본어, 영어를 다 잘할 수 있도록. 사실 재일교포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 일본인들에 비해 취직에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일본인들보다는 더 앞서나갈 수 있도록 우수한 인재로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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