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장애인 성폭력 대안모색' 심포지엄...10대 지적장애여성, 성범죄 가장 취약

 

▲ 19일 제주웰컴센터에서 열린 ‘여성장애인 성폭력 실태와 대안 모색을 위한 심포지엄’에 참석한 패널들. 왼쪽부터 민병윤 대표, 현정화 의원, 이현혜 교수, 이선경 변호사. ⓒ제주의소리

지적장애 여성이 성범죄에 가장 취약한데도 정작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과 보호장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9일 제주웰컴센터에서 제주도의회 복지안전위원회(위원장 신영근)와 제주여성장애인상담소 주최로 ‘여성장애인 성폭력 실태와 대안 모색을 위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날 심포지엄에서는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예방교육은 자리를 잡았지만 정작 성범죄에 가장 취약한 지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은 미흡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정화 의원은 제주여성장애인상담소의 통계를 인용해 2012년 제주도에서 33명의 장애여성이 피해를 당했으며 이 중 81%(27명)가 지적장애여성이라고 밝혔다. 10대와 20대가 전체 피해자의 64%에 이를 만큼 ‘10-20대 지적장애여성’이 성범죄의 주요 타깃이다.

특히 13~18세에서 가장 많은 피해자(43%)가 발생했다.

현 의원은 “장애 특성상 성폭력 사건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향이 많다”며 “여성장애인 성폭력 고소 비율은 사건 비율에 비해 현저히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1년 특수학급에 다니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할 수 있는 예산이 배정되고, 2012년부터 초등학교와 유치원 특수교육 학생을 대상으로 확대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정작 올해 들어 예산이 삭감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2012년 중학생 특수교육 대상자 성교육 예산이 20개교에 2400만원이 배정됐으나, 2013년 학교 수는 23개교로 늘어났지만, 예산은 1380만원으로 오히려 절반 정도 삭감됐다는 것.

현 의원은 “이것은 턱 없이 모자란 예산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현혜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도 지적장애인이 스스로 신고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장애인 대상 성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상담사례에서 보면 통계상으로 80% 정도가 지인에 의한 피해라고 알려졌다”며 “성폭력과 친밀감의 구분이 어렵고 성폭력 상황에 대한 판단이 어려워 장애인 스스로 성폭력을 예방하기란 거의 어렵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적장애인에게 더 많은 성교육이 필요하지만 그 동안 적절한 교육적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며 “성폭력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올바른 성가치관과 성태도 습득을 위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본적인 방법은 ‘안전한 지역사회’

이 교수는 현재 장애인성폭력 예방 교육에 접근하는 방식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성폭력 예방교육은 저항교육, 사람을 거부하는 교육 정도였다”며 “성폭력 상황에서의 대처교육은 예방교육이라고 할 수 없고, 성폭력에 대한 책임을 피해자 자신이 지니게 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이 교수는 ‘구조’의 문제를 제기했다. 막연히 ‘거부하라’ '저항하라'는 식의 성폭력 교육만으로는 예방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특정 개인의 행동을 바꾸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를 어떻게 더 안전하게 변화시키고, 성폭력은 우리 모두의 책임으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며 “성폭력을 유발하는 사회문화적 환경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개인의 변화만을 통해 성폭력범죄가 예방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장애인 성폭행 예방’을 위해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필수적이라며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비장애인, 보호자, 지역사회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지역사회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애인 행동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폭력을 유발하는 위험요인을 제거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보호자를 포함한 지역사회의 동참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