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경영권 분쟁 왜 일어났나?
한라일보 경영권 분쟁 왜 일어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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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석 "합의각서 이행하면 언제든지 취하"
창업자인자 대주주로 14년간 한라일보를 이끌어 온 강영석 회장이 새로운 투자자로 알려진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대표이사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13일 제주지검에 전격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언론계는 물론 지역사회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 동안 강영석 회장과 김찬경 대표이사간에 다소 한 다툼이 있어왔다는 것은 그 동안 언론계 주변에서 알게 모르게 간간이 나돌았으나 이날 강 회장이 '명예훼손 고소'라는 초강수의 칼을 꺼내들음으로서 결국 법정 분쟁으로 비화, 일촉즉발 예측불허의 사태로 치닫고 있다.

제주지역 언론계에서 경영권 분쟁은 1980년 전두환 정권이 등장, 초법적인 언론통폐합을 단행한데 대한 제주일보와 제주문화방송에서 대주주간에 법적 분쟁은 있었으나 이번 한라일보 사태는 기존 대주주와 새로운 대주주간이 법적분쟁이라는 점에서 그 차원을 달리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하게 될 검찰 역시 고소장이 제출됨으로써 원하든 원치 않든 사실상 제4의 권부인 언론사 주주간 분쟁에 심판자 역할을 담당하게 돼 상당한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게 됐다.

그렇다면 강 회장과 김 대표간의 경영권 분쟁은 왜 일어났는지, 고소인과 피고소인 양측과 그리고 한라일보의 반응을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에 앞서 강 회장이 김 대표를 고소하게 된 근거인 합의각서가 무엇인지 볼 필요가 있다.

강영석 회장과 김찬경 대표는 지난 6월5일 김 대표의 자본출자와 향후 한라일보 운영에 관한 '합의각서'를 체결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합의 각서>

한라일보 대표이사 강영석(갑)과 김찬경(을)은 한라일보사를 건실한 언론기관으로 육성,발전시킴으로써 제주지역의 언론문화 창달에 기여하기 위하여 상호신뢰 하여 다음과 같이 합의한다.<*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합의각서상 (갑)을 강영석, (을)은 김찬경으로 표기한다>

1.한라일보사의 원활한 경영을 위하여 김찬경은 2003년부터 단계적으로 증자를 실시하되 2004년7월31일까지 2차 증자하고 그 이후 증자규모와 시기는 회사의 운영실적 및 기타여건을 감안해 김찬경이 결정한다.

2. 위 사항에 따라 김찬경으로부터 최초의 증자가 실행되면 강영석의 소유지분 15만주의 의결권을 김찬경에게 위임하고 2차증자 완료시 강영석의 소유지분 15만주를 김찬경에게 무상 양도한다.

3. 강영석과 김찬경은 향후 회사를 운영함에 있어서
3-1. 강영석은 대표이사 회장으로서 주로 대외업무를 관장한다.
3-2. 김찬경 또는 김찬경이 지명한 대표이사 사장은 사내업무를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운영하되 강영석과 협의한다.
3-3. 사내 인사에 관하여는 강영석과 김찬경이 합의하여 3년 시행한다.

4. 한라일보 대표이사 사장직은 김찬경 또는 김찬경이 지명한 덕망과 능력을 갖춘 인사를 선정하고 정관에서 정한 선임절차에 따른다.

5. 강영석이 대표이사 회장직을 수행하는 동안에 김찬경이 사정에 따라 본 각서 합의일로부터 5년이내에 김찬경이 소유주식을 제3자에게 양도하고자 하는 경우 강영석이 김찬경에게 무상양도한 주식은 강영석에게 반환한다.


이 합의각서에 따라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대표는 10억원을 증자(10만주)한 후 강 회장으로부터 15만주(15억원) 의결권을 위임받았으며, 한라일보사의 대표이사 사장에 강만생 편집국장을 선임했다.

그리고 강만생 신임 대표이사 사장은 대대적인 지면쇄신과 조간화 결정,TV홍보, 마라톤대회개최 등 의욕적이고 공격적인 회사운영으로 도민사회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합의각서는 체결 4개월만에 흔들릴 위기에 직면해 있다.

강영석 한라일보 회장은 고소사태에 대한 언론보도에 대해 "경영권 분쟁은 아니"라고 밝혔다.

강 회장은 15일 <제주의 소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기자와 말할 입장이 아니다. (검찰의) 수사결과를 보면 된다. 지금은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입장이 있다"라고 말하면서도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김찬경 대표가 합의각서를 이행하지 않은) 약속 불이행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경영권 분쟁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강 회장이 말하는 약속 불이행은 1차적으로 합의각서 3-2항<김찬경 또는 김찬경이 지명한 대표이사 사장은 사내업무를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운영하되 강영석과 협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 회장은 고소장에서 ▲지난8월28일 자신이 근무하는 제주상공회의소 회장실로 김찬경씨 등이 찾아와 "왜 신문사 경영에 간섭하느냐"고 말했으며 ▲8월6일에는 한라일보사에서 국차장급 회의에 김씨가 참석, "당초에는 회장에 취임하지 않기로 했으나 한라일보의 사정을 감안할 경우 회장으로 취임해야겠다"고 말한 바 있으며 ▲9월5일에는 한라일보사에서 간부들과 대화도중 김씨가 "추석보너스로 2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이야기를 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즉 강 회장은 이 같은 사례가 합의각서에 보장된 자신의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김찬경 대표가 증자하기로 돼 있으나 실제는 김 사장이 아닌 지인들을 통해 출자를 해 김 대표는 실제 한라일보의 주식 1000주 밖에 소유하지 않고 있으며, 합의각서 5조<합의일로부터 5년이내에 김찬경이 소유주식을 제3자에게 양도하고자 하는 경우 강영석이 김찬경에게 무상양도한 주식은 강영석에게 반환한다.>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김찬경이 당초 약속과는 달리 제3자 명의로 증자에 참여했고, 또 그중 일부를 제3자에게(조재린 한라일보 부회장, 강만생 한라일보 사장, 고승화 미래상호저축은행 감사) 넘겨 결국 합의각서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지금이라고 (김찬경이) 약속을 이행한다면 고소를 취하하겠다"며 김 대표이사측에 공을 넘겼다.

그러나 이에 대해 김찬경 미래저촉은행 대표이사측 반응은 다르다.

김 대표이사의 측근으로 한라일보사 주식 1만5000주를 소유하고 있는 고승화 미래저축은행 감사는 "합의각서 정신에 따라 증자했다. 합의각서에는 반드시 김 대표가 하도록 명시돼 있지 않다. 돈 있는 사람을 끌어올 수도 있는 아니냐"고 말했다.

고 감사는 "10억원 증자는 실제는 김 대표의 지인인 N씨와 K씨가 했으며, 이들은 김 대표를 믿도 투자했으며, 모든 권한도 김 대표에게 위임한 것"이라며 주식 일부가 제3자에게 명의변경된 것에 대해서는 "한 분이 개인사정이 있어 차명으로 하고 싶다고 해서 나눈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고 감사는 "1차 증자를 하면 (강 회장의) 주식의결권이 위임되고, 2차 증자를 하면 무상양도하기로 돼 있는데 1차 증자를 하고 나니 그때부터 회사의 모든 것을 (강 회장이) 장악하려하니...어느 누가 돈만 내 놓고 가만히 있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이번 고소 사태는 양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강 회장은 합의각서에 따른 자신의 '권한을 보장하라'는 것인 반면, 김찬경 대표측은 '강 회장이 모든 것을 차지하려 한다'는 것으로 사실상 한라일보사의 헤게모니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인 셈이다.

이에 따라 검찰의 수사방향도 합의각서에 근거에 누가 과연 합의각서에 충실했으며, 또 누가 합의내용을 위배했는지에 초점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안이 사회적 공기인 언론사 경영권 분쟁이라는 도민사회의 따가운 의식을 염두에 둔다면 상황에 따라서는 검찰의 수사종결 이전에 양측간 물밑접촉을 통해 원만한 해결모색도 배제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번 고소사태를 보는 한라일보 내부의 시각은 다소 당혹스럽고 찹찹한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라일보의 한 관계자는 "개인이 고소하는 것에 대해 직원들이 뭐라고 말할 입장은 아니나 좀 찹찹한 심정인 것만은 사실이다"라며 "고소가 아닌 다른 방법을 풀 수는 없었는지 좀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새로운 대표이사가 선임된 이후 회사 내부적으로는 지면쇄신과 조간단행 등으로 직원들이 엄청나게 고생하고 있으나 마음만은 그 어느 때보다도 즐거워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 문제가 터져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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