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연구소(소장 김창후)가 구술자료총서 5·6권을 발간했다. ⓒ제주의소리
제주4·3연구소 구술자료총서 5·6권 발간
▲ 제주4·3연구소(소장 김창후)가 구술자료총서 5·6권을 발간했다. ⓒ제주의소리

대한민국이 일제 치하에서 해방되던 해인 1945년 10월 15일, 제주도에 6년제 중학은 하귀중학원 뿐이었다. 당시 인민위원회에서 활동하던 고창옥이 학원장을 맡아 문을 연 학교는 3년 만에 폐교되고 만다.
 
"우리 하귀중학원은 동창회를 허젠 해도 인원이 없어요. 우리가 1횐데 살아 있는 사름이 불과 대여섯명? 선생님도 한 분도 없이 다 죽었어요"

하귀중학원 1회로 입학해 4.3이 시작되자 온갖 고초를 겪었던 고택주(83) 씨의 증언이다.

"4·3? 되돌아보면 지긋지긋하지. 딴 생각이 안 들어. 사람이 할 수 없는 것이지. 인간으로서."

4·3 당시 중학생이던 진운경(77) 씨는 빌레못굴 학살사건 소식을 듣고 현장을 찾아가 시신을 수습했다. 처참하게 죽임을 당한 외숙모와 생후 7개월된 외조카의 시신은 60여년이 지났어도 진씨에게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제주시 애월읍 출신 31인이 끄집어낸 기억과 경험이 '민중사'로 기록을 남긴다. <다시 하귀중학원을 기억하며>와 <빌레못굴, 그 캄캄한 어둠속에서>의 제목을 달고 제주4.3 구술자료 총서 5·6권으로 발간됐다.

사투리 하나 거르지 않은 날것의 증언이다. '4·3 진상규명'은 4·3을 기억의 영역에서 대낮에 드러내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모진 세월 견뎌낸 '삼춘'들이 어렵사리 용기를 낸 4·3증언은 4·3특별법이 제정되는데 큰 몫을 받친다. 

서둘러야 했다. 반세기가 넘도록 제도화의 그늘에서 소외받던 4·3희생자와 유족들의 삶을 '지금' 기록해두지 않으면 이대로 영영 땅 속에 묻히고 말기 때문이었다.

이 같은 이유에서 4.3연구소에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제주4·3 1000인증언채록 사업이 시작됐다. 이마저도 벌써 8년, 10년 전 이야기. 책이 발간되기 전에 세상을 뜬 이들도 많다.

채록집 1·2권을 냈던 도서출판 한울에서 출간을 맡아 이번 발간된 채록집은 전국 어디서든 구매가 가능하다.  5권은 김창후 소장이, 6권은 허영선 이사가 구술정리를 맡았다.

김창후 소장은 "많은 증언자들이 성심껏 당시를 기억해 주시고, 묻어두었던 아픈 상처를 더듬느라 힘들어 했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책을 통해 4·3의 대중화와 4·3 연구의 확대, 피해 실태 규명, 피해자나 유족들의 4·3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랄뿐" 이라고 말했다.

각각 286쪽, 284쪽. 값은 1만6500원. 양장본은 2만5000원이다.

문의=064-756-4325.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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