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과 4.3평화교육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교육의원 이석문

오멸 감독의 4.3영화 <지슬>이 지난 3월1일 제주에서 먼저 개봉돼 지금까지 전국에서 10만명을 돌파하며 전국적인 관심과 관람열기를 입증하고 있다. 감개무량하다. 영화의 인기로 제주4.3과 제주어로 감자를 일컫는 ‘지슬’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실시간 인기 검색어가 될 정도로 4.3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급증하는 추세다.

신기하고 묘한 기분이 들면서도 만시지탄이 느껴지기도 했다. 어느덧 4.3사건이 발발한지 65주년이다. 60년이 훨씬 넘은 지금에 와서야 해외에서 인정을 받고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4.3영화가 나왔다는 것에 대해 조금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지슬>이 만드는 다양한 4.3에 대한 담론은 우리 앞에 많은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가장 큰 과제는 ‘4.3의 역사적 사실과 기억, 가치’를 어떻게 후대에 전할 것인가가 될 것이다. 영화가 역사를 전승하는 효과적인 매체가 되지만, 물리적 조건 때문에 모든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영화는 ‘예술’ 장르이기에 보는 사람마다 해석이 제각각 다르다. 특정 역사를 체계적이고 객관적으로 전승하기에 적합도가 떨어진다.

결국 4.3의 기억과 가치, 정신 등을 후대에 계승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이고, 시급한 첫 걸음은 ‘체계적인 교육’이다. 그동안 4.3교육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시도가 있었다. 4.3 유족과 관련 단체들이 부단히 후대와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4.3에 대한 관심이 후대에 갈수록 시들해져가는 안타까운 현실을 맞고 있다.

더 비참한 것은 아직까지 제대로 된 4.3교육의 제도적 틀, 방법론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전히 4.3영령들과 유족들은 육체와 가슴으로 떠안은 한(恨)을 제대로 풀지 못하고 있다. 4.3에 대한 후대의 무관심이 이대로 이어진다면 영령들과 유족들의 해원은 영영 풀지 못할 미완의 숙제가 될 것이다.

또 4.3을 교훈삼아 좌우대립의 역사를 거두고 화합과 상생, 평화의 시대로 나가야 한다는 기치가 가득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가치를 후대에 제대로 전할 교과서조차 없다. 그야말로 모순이고 공허한 외침이다.

한참 늦었지만 이제라도 ‘4.3평화교육 활성화 조례’를 발의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부터라도 조례를 통해 체계적인 4.3교육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간략히 조례의 주요내용을 소개하면, 우선 제주도교육감은 4.3평화교육을 실시하는 각급학교의 활동을 적극 지원해야 하고, 각급학교장은 학교의 교육여건에 적합한 범위에서 4.3평화교육 활성화를 위한 사업에 적극 협조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교육감은 4.3평화교육의 기본방향, 소요재원 확보, 평화교육 내용의 개발연구, 학생의 평화교육 참여 증대, 교직원 연수 기회 확대, 4.3평화주간 지정 및 운영 등 4.3평화교육 시행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4.3평화교육을 자문하기 위해 교육감 소속으로 ‘제주특별자치도 4.3평화교육위원회’를 설치, 운영해야 한다.

▲ 이석문 교육의원. ⓒ제주의소리
조례를 제정하는 것은 4.3평화교육을 실시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동안 일부 교사들의 열정으로 버텨왔던 4.3교육의 근간을 튼튼하게 다지는 기본 토양이다. 이제 남은 것은 조례를 근거로 4.3교육을 실천하는 도교육청과 각급학교의 ‘의지’다.

이제부터라도 교육청을 중심으로 공식적이고 체계적인 4.3교육이 진행돼야 한다. 학생들이 일상에서 쉽게 4.3을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이 수립, 시행돼야 한다. 이를 통해 4.3에 대한 학생들의 역사인식을 증진시키고, 지역사회에서 평화와 인권의 가치관이 튼튼히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65년 전, 국가폭력에 의해 억울하게 돌아가신 4.3영령들에 대한 후대들의 최소한 예의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교육의원 이석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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