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이 세상을 바꾼다 (12)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로 모이다

사회적기업이 세상을 바꾼다-(12) 새로운 자본주의 꿈꾸는 이들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로 모이다

 

▲ 26일 열린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공식 창립대회. ⓒ제주의소리

그 동안 사회적기업을 탐방했다면 이번에는 이 개별 기업들을 이어주는 네트워크다.

지난 26일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는 한국리더십센터 제주교육원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공동 상임대표로 김경환 일하는사람들 대표, 강순원 제주 한살림대표, 이영호 클린서비스 보금자리 대표(제주도 사회적기업협의회장)를 선출했다.

지난해 11월 1일 준비위원회를 창립한 뒤 다섯차례의 준비위원장 회의과 전체모임을 통해 활동방안 조직화에 대한 논의를 거친 지 약 다섯달 만에 사단법인으로 본격 출범한 것이다.

제주의 사회적경제의 밑그림을 함께 그리고 현실적인 성장 방안을 함께 모색하기 위해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자활센터, 마을기업, 시민사회단체, 사회적경제 지향 기업들이 모여있다.

이 네트워크가 단순히 친목단체에 머몰거나 가끔 모여서 총회겸 뒷풀이를 하는 수준의 모임이 되지 않기 위해 곳곳에서 경계심을 놓지 않았다. 이 네트워크의 공동대표 중 한 명인 강순원 한 살림대표는 이 날 네트워크의 성격을 규정하는 몇 가지 유의미한 발언들을 했다.

강 대표는 “단순히 사람들 모여서 주장하고 요구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일을 만들어가기 위한 네트워크”라며 “정책적 관점에서 우리 스스로 연대를 해서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는 무슨 일을 하나?

 

▲ 사회적경제가 자리잡은 대표적인 도시에는 볼로냐와 몬드라곤 뿐 아니라 퀘백의 데자르댕도 있다. 데자르댕 금융그룹은 북미 최대의 신용협동조합이다. 자산규모만 218조 원. 퀘벡주민의 70%에 해당하는 560만명이 조합원이다. 사진은 퀘벡주 몬트리올시에 있는 데자르댕 금융그룹 본사.1979년에 완공된 대형복합빌딩이다. ⓒ오마이뉴스 김종철

‘비전 실현을 위한 인프라 구축’ 혹은 ‘사회적경제의 영역 확장과 인식 개선’ 이 정도의 추상적인 언어로 설명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별로 와 닿지 않을 것이고, 그 자체에서 머문다면 위험하다. 이 네트워크의 미덕은 그 추상적인 논의가 구체적인 현실적인 결과로 나타내려는 실행력에 있다.

이 네트워크는 찾아가는 교육사업인 ‘힘내라 사회적 경제!’를 진행하고 있다. 강영자 한국리더십센터 제주교육원장이 중심이 돼 각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사업장을 직접 찾아가 강의를 진행한다. 그럼 어떤 내용을 강의할까?

심리치료사이기도 한 강 원장의 설명을 듣다보면 강연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힐링캠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사회적기업의 유형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취약계층 일자리제공형’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강연에서는 서로가 정서적 연결을 할 수 있는 놀이와 정서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진행돼요. 예를 들어 내가 이제까지 같이 근무하다보니 당신에게는 이런 강점, 장점들이 있어요 한 거를 써서 서로가 읽어주고 서로 받아주고 감사편지 쓰고 대화를 나누고...

그 동안에는 많은 지적인 교육, 역량 강화하는 교육 이를 통해 ‘더 나아져야해’ 이런 당위성을 많이 제시를 했어요, 그 동안의 성공학도 그 중 하나구요. 하지만 힘내라사회적경제는 그 자체로 행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내가 처해있는 환경이 어렵고 힘들고 다른 곳을 보면서 행복할 수 있다' 이런 걸 촉진해주는 역할을 하는거죠.

그 동안의 아픔들이 사회적경제 하는 분들 현재 삶이 힘들고, 실패도 힘들고. 누구도 어루만지기 힘들고 치유하지 못했다. 그걸 놀이를 통해서 자기가 직접 참여해서 정서적으로 변화를 이끌어주는 것이죠”

이 네트워크가 하는 일은 이 날 한 살림-이어도자활센터-행복나눔협동조합(이들 자체가 네트워크에 속한 회원이기도 하다)이 사회적경제네트워크와 맺은 업무협약에서도 잘 나타난다.

개별 매장을 운영중인 이들은 자신의 매장에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자활기업, 마을기업 등 ‘사회적경제의 가치에 등의하는 기관 단체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홍보, 전시, 판매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당장 판로가 급격히 확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유통과 판매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회적기업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 밖에도 ‘제주, 한국사회에서 사회적경제를 통해 그려갈 대안을 직접 구축하고 선보이기’ 위해 제주사회적경제자원조사도 펼치고 있다. 기본적인 데이터구축을 통해 제주 사회적경제의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처럼 개별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이 따로따로 하기 힘든 일들을 모여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시에 사회적경제를 기본기가 튼튼하게 뿌리내리게 하려는 시도다.

장밋빛 미래가 펼쳐진다?

 

▲ 26일 열린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공식 창립대회. ⓒ제주의소리

하지만 당면과제도 많다. 경제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개별 기업들의 규모는 크지 않으며 아직 정착단계다. 여유시간이 많지 않아 교육 시간을 잡는데 애를 먹고, 다양한 홍보와 공동사업을 당장 확장시키고 급히 추진하기엔 상황이 녹록치 않다. 하지만 이것은 역으로 말하면 ‘함께 커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사람들에게 다가갈 것인가, 지역사회에 어떻게 녹아들 것이냐 하는 부분이다.

사회적경제가 시민들의 참여가 필연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착한 소비자’로서 이들을 끌어온다는 마케팅의 수준을 넘어 함께 관심과 동참을 통해 함께 사회적경제를 만들어나가는 주체라는 의미다.

이것은 '왜 함께해야 하는지'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세련된 설득의 과정이기도 하다. 도쿄 아다치구와 고베 나가타 혹은 한국의 성남이나 원주와 같이 어느정도 사회적경제가 자리가 잡힌 곳에서는 필연적으로 시민들의 관심과 동참을 통한 운동의 확산이 가능했다.

이와 관련해 구체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어떤 방식으로 이들의 비전과 대안을 제시할 것’인지 또 그 비전이라고 하는 것은 무엇인지, 또 어떤 방법론을 통해 실현해 나갈 것‘인지 그 청사진이 좀 더 세밀해야 한다는 말이다.

결국 이 지점에 필요한 것은 물론 그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깃발을 확고히 세우는 동시에, 세련되게 시민들을 끌어당기고 진입장벽을 낮추는 작업이다. ‘체감’을 통해 사회적경제가 그들의 삶에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지는 생활 속에서 다가가는 접근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사회적경제의 중요성을 이미 아는 이들, 또 여기에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이들의 참여를 통한 분위기 확산은 또 다른 관심과 참여를 불러들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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