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근대건축 산책] (11) 일제 수탈의 흔적, 진지동굴의 의미
 
1945년 일본군 해군이 작성한 <제주도연안방어배치요비요도(濟州道沿岸防禦配備要圖)>를 보면 제주, 서귀포, 모슬포, 한림, 김녕, 표선, 성산 지역을 중심으로 연안방어를 구축하는 계획이 수립된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제주와 모슬포지역 항공기지 방업에 핵심을 두었다.

연안방어구축과 아울러 상륙 시 필사적으로 저항하기 위해 동굴진지로 제주도 전 지역을 대상으로 곳곳에 구축하였는데 일본군의 진지동굴 구축은 진지구축에 관한 일정지침에 의해 조성되었다.

▲ 제주도내에 구축되었던 일본군의 동굴진지 및 진지분포 <인용=제주도(2003년), 제주도근대문화유산 조사 및 목록화보고서 자료>

 

1945년제 제작된 기술원․육군성의 <지하공장건설지도요령>자료를 참고로 동굴진지구축형식을 추측해 보면 지형과 지질조건을 고려하여 상당히 치밀하게 구축되었음을 알 수 있다.  계획으로 보자면 입지조건, 배치계획, 방재(防災), 내부 환기 등에 대한 지침에 근거하여 구축됐다. 특히 평행형태, 끝부분연결형태, 평행사선형태, 사선형태 등을 근거로 삼았음을 알 수 있다.

▲ 갱도구축사례. 전면부분에 안전지대를 구축하고 본갱도로 이어지도록 설계되었다 <인용=기술원․육(군성(1945년), 지하공장건설지도요령 자료>
▲ 갱도의 시공사례 <인용=기술원·육군성(1945년), 지하공장건설지도요령 자료>

또한 진지동굴의 단면형태에 있어서도 안전성을 고려하여 원형 혹은 아치형태, 수평형태 등으로 지었다. 진지동굴이 원형 혹은 아치형태, 수평형태이든 갱도의 붕괴를 막기 위해 지지대를 설치할 수밖에 없는데 원형 및 아치형태의 경우 천정을 중심으로 지지대가 형성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수평형태의 갱도인 경우에는 벽면과 천정으로 지지대가 형성되거나 갱도의 폭이 클 경우 통로 중간에 지지대를 두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일본군 동굴진지에는 갱목을 사용했던 흔적들을 볼 수 있다.

▲ 사각형, 원형, 아치형 등 다양한 형태를 보여주는 동굴진지의 내부모습. ⓒ김태일

 

▲ 동굴진지내부의 갱목 지지대 흔적. ⓒ김태일

특히 진지동굴의 입구는 위험성이 높은 장소여서 진지입구의 윗부분을 절개하고 마감재료를 포탄에 견딜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도록 지침에 명시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입구로부터 진지내부의 일정거리까지를 폭탄확산방지구역으로 정하고 내부안쪽으로는 방호장벽을 겹겹이 설치하도록 명기되어 있다. 이와 같이 진지동굴 구축요령은 구체적이고 최후의 방어공간으로 치밀하게 계획하고 구축하였던 것임에도 틀림없다.

 

▲ 가마오름에 구축된 일본군 동굴진지의 분포현황 <인용=(사)제주역사문화진흥원(2008년), 등록문화재 일제동굴진지 측량도-제주시권>

현재 등록문화재 308호로 지정되어 있는 가마오름은 제주도내 일본군 동굴진지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며 다양한 형태의 동굴진지형태를 보여주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동굴진지이다. 내부통로는 양방향으로 교차진행이 가능한 규모와 형태로 되어 있고 중간마다 여러 개의 방이 구성되어 있다.

현재 알뜨르 비행장 격납고를 비롯하여 벙커, 고사포 진지, 그리고 동굴진지 등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는데 해당문화재는 표와 같다.

▲ 등록문화재 목록(2012년 기준)

2012년 현재 제주도내 동굴진지의 경우 대략 9곳 정도가 등록문화재로 지정 관리되고 있으나 거의 관리와 활용측면에서 다양하게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면 관음사 동굴진지의 경우, 이들 조건이 모두 양호하여 제주도민뿐만 아니라 관음사코스를 찾는 관광등산객들이 등반하면서 자연스럽게 접근하여 체험하는 있는 적절한 장소로 평가된다. 특히 관음사 진지동굴의 경우 거의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고 구축당시의 흔적이 잘 보전되어 있고 주변에는 포진지의 흔적이 남아있어 이를 활용할 경우 관광기능과 역사교육기능을 동시에 기획할 수 있을 것이다.

▲ 관음사 진지동굴. ⓒ김태일

월라봉  동굴진지 사례의 경우는 단산 동굴진지와 마찬가지로 보존상태가 양호하고 해안방어를 위해 포(砲)를 설치할 정도로 큰 규모이고 진지의 역할과 기능, 방어지로서의 장소성을 잘 나타내고 있고 특히 동굴진지 곳곳에는 구축당시 동원된 노동자의 이름 흔적이 남아 있어서 당시의 상항을 이해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또한 산방산과 바다를 볼 수 있는 장소에 위치하고 있어서 경관적으로 상당히 좋은 장소이다. 동굴진지 앞으로 올레코스가 개설되어 있어서 올레꾼을 대상으로 역사교육장 기능과 편의서비스 제공 기능을 갖는 시설로 활용도 가능할 것이다.

▲ 월라봉 동굴진지의 토치카 외부모습과 내부에서 밖을 바라본 모습. ⓒ김태일
▲ 월라봉 동굴진지 입구와 내부 벽면에 새겨진 이름 흔적. ⓒ김태일

그러나 가마오름 동굴진지를 소유하고 있는 평화박물관의 매각사태에서 알 수 있듯 일본군 전적지가 사유재산권으로 인해 문화재의 효율적 관리와 활용에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수립도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김태일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 

* 참고자료

기술원․육군성(1945년), 지하공장건설지도요령

김태일(2005년),제주건축의 맥, 제주대학교출판부

(사)제주역사문화진흥원(2008년), 등록문화재 일제동굴진지 측량도-제주시권

제주도(2003년), 제주도근대문화유산 조사 및 목록화보고서

해군항공본부(1941년), 항공기지일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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