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오민숙 첫 수필집 '콩잎에 자리젓' 발간  

▲ 오민숙 作 '콩잎에 자리젓'. 263쪽. 선우미디어. 1만2000원. ⓒ제주의소리

'콩잎에 자리젓'. 제주의 여름 밥상에 빠지지 않는 한 쌍이다. 궁합으로 따지면 웬만한 부부 저리가라다. 아직 채 익지 않았어도 여름에는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한 끼 한 마리 집으면 감지덕지라 여기던 때가 있었다.

수필가 오민숙(48)씨의 수필집 <콩잎에 자리젓>으로 모두가 가난하지만 모두가 부자이던 그 때 그 시절을 불러냈다.

오씨는 지난 2005년 작품 '설렘'으로 계간 종합문예지 '창조문학' 수필부문 신인상을 타며 등단했다. 이번 수필집에 콩잎보다 더 비릿하고, 자리젓보다 더 곰삭은 알싸한 풍미가 담긴 60여편의 글을 실었다.

고기반찬을 고집하는 아이들 때문에 좀체 식탁에 올려보지 못했던 메뉴다. 캠프에 아이들을 보내고서야 입맛을 다신 그녀는 옛 맛을 찾아 여러 군데 다니는 수고도 마다 않았다. '콩잎에 자리젓'에 슬그머니 뒤따라온, 어릴 적 기억 한 자락이 발걸음을 재촉했던 탓이다.

"곰삭은 내 솔솔 풍기는 곳으로 잠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겨우 꽃 떨어진 자리에 조막만한 새파란 물외를 따다 짭쪼름한 젓갈에 푹 찍어 먹던 옆집 친구. 제 궁합이 콩잎에 자리젓보다 못하다는 말질 때문에 해로하지 못하고 결국 혼자가 됐다며 얼굴 붉히는 친구. 콩잎에 자리젓 차려놓고 수소문해야겠다. 같이 밥 한 끼 나누자고." -본문 중에서

제주 사람, 여성, 두 아이 엄마이자 아내, 수학 교사…. 대놓고 자신이 무어라 드러낸 적 없지만 보이지 않는 행간마다 켜켜이 녹았다. 사람 사는 데 정해진 답은 없지만 놓인 위치에서 바지런을 떨었다. '오십, 그 잡동사니들'에서 드러난다.

"서른을 끝내고 마흔에 들어서니 역할부터 사뭇 달라졌다. 아랫사람에게 치이고 나서야 윗사람 마음을 헤아리고, 윗사람의 생고집을 겪고서야 아랫사람 어려움이 읽히는 것. 셈이 완연히 달라질 수밖에. (중략) 사람 관계도 수학처럼 해법이 정해져 있다면 참 편리했을 텐데, 상대에 따라 해법이 시시각각 달라져야 하니 고작 서른의 경험으로썬 맥도 못 출 밖에."

윤재천 한국수필문학회장은 오씨의 수필집을 가리켜 "일상에서 얻어지는 생활 철학이 진지한 고민을 유발시키고 있어 대상과의 관계를 조립하며 창조해가는 특이성이 있다. 은근과 끈기 속에서 자기만의 남다른 세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평했다.

현재 제주 남원중학교 수학 교사로 재직 중인 오씨는 한국문인협회·제주문인협회·제주수필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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